이번 주 목요일이면 지하수를 파게 된다.
이틀이면 대공으로 지하수를 뚫고 그 전에 전기 작업이 선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 다음엔 도로보다 조금 낮은 지대에 흙을 채우는 작업을 하면서 집짓기는 본격적으로 출발하게 된다.
시공 팀과 일억천팔백만 원으로 최종적인 공사 금액을 합의했다. (검토하다보니 빠진 품목이 있어서 오히려 공사비는 올라갔다.)
건축비는 부엌가구를 뺀 나머지 모두가 포함되어 있고 조경은 당연히 별도이다.
집을 짓기로 했지만 빠듯한 예산으로 진행하다보니 착공과 함께 돈 들어갈 일이 걱정되어 남편은 이번 주부터 출근 시간을 앞당기기까지 했다.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야 한다나
내가 직장 생활하며 저금했던 팔천만 원과 남편이 오천만 원을 내놓기로 한 게 우리의 예산이다.
둘이 돈을 합해도 일억삼천인데 사천만 원이 더 필요할 예정이다.
남편은 은행 대출을 하려고 했지만 그건 내가 반대했다.
친정으로부터 빌려보겠다고 말은 했는데 지금 시골에 세들어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 삼천이 있고 마지막 비자금인 천만원이 공제회에 남아 있다.
이것까지 다 털고나면 나는 완벽한 빈털털이다.
남편은 돈걱정 끝에 자신에게 있는 거라곤 마누라 밖에 없는데 마누라를 팔아먹을 수도 없고 이러면서 나를 은근히 압박했다.
남편의 사업이 작년같이 큰 공사 한 건만 들어와도 좋을텐데, 페인트 가게를 하는 동행의 회원이 작년 연말부터 불황이 심해서 공사를 해도 남는 게 없다는 귀동냥을 들려주었다.
아이들 대학 등록금과 네 식구의 생활비를 버느라 등이 휘는 남편에게 집까지 지어내라고 독촉을 하는 나는 악처가 아닐까?
하지만 원래 태평한 사람이 암 걸리고나니 대놓고 천하태평으로 살게 되었다.
돈이 없으면 나라도 나가서 벌면 되는 거고 아껴 쓰고 덜 쓰는 건 이미 몸에 배었으니 걱정이야 맨 나중에 하는 걸로 접어두었다.
그래도 조금 걱정은 된다.
예산 안에서 무사히 꿈에 그리던 작고 아름다운 집이 지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