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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Aug 06. 2016

집짓기-40% 진행되다.

폭염경보 속에서도 집짓기는 멈추지 않았다.


착공 시기가 늦어져서 염천에 야외작업을 하게 되어 우리는 어쩐지 악덕 건축주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내일 지붕만 덮으면 이젠 그늘에서 실내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오전에는 수박화채를 가득 담아가고 오후엔 더치커피에 얼음을 띄워 내가는 걸로 일주일에 한번 오는 건축주의 미안함을 대신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떤 분이 전라도에서는 오전오후로 아예 상째 차려서 들고 온다는 말씀을 하시지만 애써 못 들은 척하며 현장을 둘러봤다.



지붕까지 완성되면 내 기분에는 집을 다 지은 것 같은데 설계에서 감리까지 맡으신 교수님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하신다.


책자를 보며 조명을 단순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골라주셔서 나는 별 고민없이 동의했다.


도배를 안 하니 벽지를 고를 필요도 없고 (안방 천장만 하면 된다.) 부엌 타일은 노랑이나 파랑을 추천하시고 욕실 타일은 요즘 유행인 커다란 것 말고 작은 타일로 하자니 그것도 찬성이다.


안목도 취향도 부족한 나에겐 적절한 권유를 해주시는 전문가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우리 집 옆에 새로 집을 짓고 최근에 입주한 이웃은 펜션에 몇 달동안 계시면서 날마다 현장에 살다시피 하셨다.


나중에는 결국 현장소장에게 버럭하셨다는데 지지부진한 진행상황을 늘 지켜봐야 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지 싶다.


일주일에 한번씩 오는 우리는 훌쩍 진행된 상황이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애지중지 가꾸던 밭은 그만 흙더미에 깔려서 호박잎 몇 개만 살아남았는데 저 쪽에 방울토마토 다섯 그루는 누군가 잘 파서 옮겨심어 놓으셨다.


땅콩도, 가지며 오이. 고추. 부추도 모두 없어져 당장 반찬 거리가 없는데 시장에 가기도 덥고 하니 그냥 호박잎이나 쪄서 쌈싸먹고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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