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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Sep 22. 2016

내 평생소원은 평상

삼 년 전, 밭 세 고랑을 빌려서 농사를 지을 때는 밭 옆에 집이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러면 더운 낮이 아닌, 선선한 아침저녁에 농사를 하고 땀이 나면 바로 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듬해, 밭을 사고 그 옆에 집을 얻어 농사를 지었다.


그렇지만 집과 떨어져 있는 밭까지 무거운 호스를 끌어다 물을 줘야 하는 게 점점 귀찮게 여겨졌다.


집 안에 밭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더니 내가 딱 그랬다.


마침내 집을 지어 내년부터는 소원대로 집 안의 밭에다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마지막 점을 찍자면 마당에 평상을 두어 해질 무렵 상추쌈을 싸서 풋고추를 된장에 콕 찍어 앙 하고 싸 먹는 게 내 꿈 되시겠다.


예전에 직장 동료들과 은퇴 후의 희망을 얘기해본 적이 있었는데 은퇴한 다음 날 크루즈로 세계 일주에 나서겠다는 사람, 하와이에 콘도를 얻어 동절기에는 지내겠다는 사람 등 있었지만 내 꿈은 오로지 시골집 평상에서 상추쌈 싸 먹는 것이었다.


어릴 적 방학이면 외갓집에 가서 지냈는데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함께 평상에서 저녁을 먹던 기억


그리고 밤하늘 가득하게 차있던 별이 아직까지도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동료들과는 꿈이 뭐 그리 소박하냐고 했던 것 같은데 시골에 땅을 사서 집을 지으려면 대략 삼억 정도가 드니 크루즈 일주가 일억 정도이고 하와이 콘도 비용도 그만큼은 아닐진대 내 꿈이 제일 가당치 않은 꿈이었다.


다음 달 중순 경이면 집이 완성될 예정이어서 남편과 나는 데크 위에 야외테이블을 놓을 것인지 벤치를 놓을 것인지 온종일 입씨름을 했지만 내 평생소원이라는데 뭐라 할 것인가.


남편은 목수에게 평상을 짜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말도 안 했는데 목수는 평상이 너무 크면 무겁다고 두 개를 똑같이 맞춰서 짜 놓았다.  


우리의 계획대로 집 앞뒤로 하나씩 놓고 쓰다가 손님이 많으면 두 개를 나란히 붙여서 쓰면 될 것 같다.


나의 아주 오래된 꿈


시집살이와 육아와 살림 그리고 직장 생활까지 힘겹게 끌고 왔던 내 인생의 마지막 보답이자 암에 걸려서 드디어 이루게 된 그것


평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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