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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Sep 26. 2016

갤러리 같은 집

집 짓기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부엌과 욕실의 타일 작업이 끝났고 집의 외관에 오렌지 색이 덧입혀지니 화사하고 선명한, 마치 갤러리 같은 집이 되었다.



이웃의 집들과는 다른 모양새로 평범하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선이 매력이어서 특히 지붕 끝에 처마가 달린 걸 지저분하다고 싫어하는 남편이 만족하고 있다.


지난 주말엔 집에게 화장을 덧입히는 작업인 조경을 상담했다.


앞마당엔 판 잔디로 정원을 덮고 디딤돌로 진입로를 만들며 돌담으로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뒷마당은 길가 쪽에 조그만 화단을 꾸미고 뒷담 앞에는 쑥쑥 잘 자라는 자작나무를 심어 가꾸기로 했다.


조경을 맡은 분과 만나서 현장을 보며 구체적인 의논을 하는 남편을 보니 내게 집 지어준다고 수고하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어째 나보다 더 즐거워하는 듯해서 나는 공치사를 하고 말았다.


"나더러 집을 지른다고 뭐라 하더니 내 말 듣길 잘 했지? 앞으론 우리 집의 가훈을 바꿔야겠어. 마누라 말을 잘 들으면 집이 생긴다 라고. 캘리로 써서 벽에 붙여 놓아야겠네."


이런 우리를 더욱 기쁘게 하는 것은 우리 동네 근처에 땅을 구입한 어떤 부부가 우리 집을 보더니 무척 예쁘다고 교수님에게 똑같이 지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교수님이 운영하는 카페 겸 공방에 앉아 있으려니 그 부부가 들어와선 집이 예쁘다고 감탄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


언덕에 땅을 사서 토목 작업도 해야 하고 좀 있다가 집을 지을 계획이었다는데 아내 분의 반응을 보니 곧 설계에 착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육십 대 후반인 교수님의 감각은 젊은 사람 못지않다는 평이다.


현대적이고 간결한 디자인의 집을 원하던 우리 부부의 취향과 딱 맞아떨어지기도 했지만 나는 무엇보다 내 집을 지어주실 분의 인품에 더 끌렸다.


차분하고 섬세하며 어진 성품의 교수님은 나에겐 커피가 아닌 이슬차를 주시곤 한다.


뒷맛이 달짝지근한 이슬차가 싫지는 않지만 커피도 좋아하는데 나의 건강을 염려해서 따로 찻잎을 우려 주시기 때문에 나는 남편 몫의 커피를 슬쩍 훔쳐마시기도 한다.  


이번에 더욱 놀랐던 것은 안방의 조그만 드레스룸의 설계를 내 마음과 꼭 같이 그려내시는 것이었다.


싱크대를 상담하면서 한샘 인테리어 부에 의뢰했더니 이불장도 없이 온통 행거로만 짜여 있고 수정도 안된다 하여 원점으로 돌아왔는데 왼쪽엔 이불장, 오른쪽엔 옷장, 가운데는 오픈 수납장으로 하기를 원했던 내 생각대로 교수님이 다시 설계해서 적당한 업체에 주문하기로 했다.



집 짓기의 핵심은 설계와 시공이다.


그런데 그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누구를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십 년 늙을 각오를 하고 시작한 집 짓기였지만 요즘 신이 나서 얼굴이 빤질빤질한 남편을 보니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기왕에 젊어지라고 어제부터 홍삼액을 먹기 시작한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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