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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Jan 09. 2017

매일을 죽음에게서 훔쳐낸 듯이 살자!

- <빗속을 질주하는 법>

겨울 방학이 시작되자 예전의 직장 동료들이 양평의 새집에 찾아왔다.


친정부모님이나 암 카페 회원들과는 밥을 집에서 해 먹었는데 동료들은 뭐든 간단히 해결하자며 아침도 고구마나 빵과 커피로 때우고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사 먹었다. 저녁은 사 온 음식으로 해결하니 손님이라고 해도 집주인은 힘쓸 것이 없었다.


나까지 다섯 명의 모임이지만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 두 분의 선생님들만 먼저 방문하셨다.


젊은 시절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 선생님인데 직장에서는 선배 교사로 배울 점이 많았지만 살림에서도 언니들은 역시 모범을 보여주셨다.


중학교의 진로상담부장과 교무부장인 두 분은 격무로 지친 몸을 이끌고 와서 이틀 밤을 다락에서 주무시고 나니 기운이 회복되었는지 화장실과 집안 청소를 말끔히 해주시고 가셔서 나로서는 이보다 더 바람직한 손님은 없지 싶어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다.


두 선생님은 고요한 시골의 겨울 풍경에 "아! 좋다."를 연발하고, 마음 편히 푹 잘 쉬었다 간다며 인사를 거듭하시니 그동안 암환자들이 주로 찾아왔던 시골집이 일반인에게도 유용하게 잘 사용되어 나로서는 기쁠 따름이었다.



요즘 새로 사귄 이웃 중 백운봉이 마주 보이는 산 중턱에 집을 지은 분이 계셔서 시원한 눈 맛이 그만인 이웃의 집에 놀러 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다.


백운봉의 능선이 눈높이로 펼쳐지고 아래에는 우리 동네가 손바닥같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라 '모든 병이 나을 듯한' 집이었다.


바깥 풍경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집도 안주인이 십 년 동안 공부한 뒤 직영으로 지어서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두 선생님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집을 칭찬해왔던 터라 모시고 갈 수밖에 없어서 그 집의 안주인을 우리 집으로 먼저 초대해서 차를 마시고 점심을 함께 먹은 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집 얘기를 꺼내어 초대하게끔 했다.


이박삼일의 일정 중에 그 이웃집을 구경한 것이 가장 좋았다는 두 선생님의 평이 아니더라도 멋진 집구경은 언제나 커다란 즐거움을 준다.


또한 그 집의 안주인은 야생화와 나무에도 경지에 이르렀다니 어깨너머로 배우면 우리 집의 작은 정원을 가꾸는 일은 어렵지 않겠다 싶어서 마당만 보면 한숨을 쉬던 나는 무척 기뻤다.


엿새 동안 시골집에 머무르면서 동료 선생님 다섯 분과 암 카페의 오랜 회원 세 분을 맞이하며 요리는 딱 한번 골뱅이 소면을 만들어서 먹었을 뿐이다.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손님들이 자주 오고 그들을 늘 먼저 초청하는 나를 두고 걱정이 많다.


몸이 고되고 무리가 된다는 이유이지만 집을 지은 이유 중의 가장 큰 부분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함이니 주변의 맛집만 잘 개발한다면 손님맞이가 별로 어려울 일은 없다.


나와 같은 과목을 가르쳤던 후배 교사는 종갓집 종부인데 직장 일과 집안일에 시달린 나머지 요즘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날 정도로 힘이 든다며 시골집에서 혼자 조용히 쉬고 싶다고 해서 우리 집의 열쇠 둔 곳을 가리켜 주었다.


알곡과도 같은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는 것은 언제나 유쾌해서 '죽음에서 훔쳐낸 듯한' 엿새를 잘 보내다 서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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