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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Apr 02. 2019

지금이라도 다행이다

“평균의 종말 _ 토드 로즈”를 읽고

육아서를 읽다 지쳤다. 내 아이를 알고 싶었으나 내 아이를 제대로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몰라서 닥치는 대로 책을 들었으나, 여러 권의 육아서를 읽은 결과는 “내 아이는 참으로 유별난 아이”라는 점이었다.


게다가 3월에 들어서자, 아이는 아픈 곳이 참으로 많았다. 아이는 손 끝이 따끔따끔하고 어깨가 아프며 심지어 목이나 등까지 아프다고 말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났다. 새 학기 증후군이라고 말하기에는 딱히 변화가 없었다. 같은 유치원, 같은 친구들이고 선생님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선생님은 나름대로 원인을 파악해보려고 애썼고, 나와 함께 자주 통화하였으나 아이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걱정되고 불안하기 그지없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이었다. 글씨 쓰기에 관심도 많아지고, 그림 그리기에 자주 칭찬을 받는 덕에 의자에 한 번 앉으면 2~3시간은 그림에 몰두하는 아이를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연필을 잡은 아이의 손이 이상했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이는 연필 잡는 자세가 엉망이었다. 엄지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이 두 번째 손가락을 엄청난 힘으로 누르고 있었다. 이런 자세로 2~3시간을 견딘다면, 손가락이 저리지 않을 수도 없고 어깨와 목과 등이 아프지 않으면 이상할 지경이었다.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부분의 증상’을 보이는 ‘대부분의 원인’을 찾는데 열중하기보다는, 내 아이라는 개인을 관찰하는 일이었다.



개성이라는 단어가 한때 유행이었다. 평균의 사람 즉, 평범함이라는 안전망 안에서 벗어나 나만의 특징인 개성을 용기 있게 드러내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모두가 YES를 외칠 때, 홀로 NO를 외치는 사람은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부러워하던 개성 있는 사람은 조직 안으로 들어가면 둥글둥글하지 못한 사람, 사회 부적응자로 손가락질받기 십상이었다. 그로부터 10년도 훌쩍 뛰어넘은 지금. 조직이라는 틀 안에서 벗어나려는 ‘퇴사’의 움직임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것을 보면, 아직도 개인의 특징을 내보인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탓에, 스스로를 평균에 맞추고자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듯하다. <평균의 종말>의 작가 토드 로즈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한 사람들인데 말이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우리 개개인은 다음의 세 가지 원칙 때문에 평균이나 등급으로 평가받는 것이 어렵다.


1. 들쭉날쭉의 원칙: 개개인의 특징은 균일하지 않고 들쭉날쭉하다. 모든 사항이 평균에 맞춰진 그런 사람은 없다.

2. 맥락의 원칙: 상황에 따라 반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성격이 고정적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우리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한정된 범위의 맥락 내에서만 상호 교류를 나누는 편이기 때문이다.

3. 경로의 원칙: 특정 목표를 위한 길은 여러 갈래이며,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은 따로 있다.


이렇듯 우리 모두가 특별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그 특징을 숨기고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우리 모두에게 우선 경의를 표한다. 자신을 숨기느라 너무 고생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나에게 맞는 길을 개척해나가고자 무턱대고 용기를 내기에는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 내 마음을, 이 책의 몇 군데에서 발견했다.


“익숙한 이정표가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 쉽다는 암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이정표에 의존할 수 없다면 무엇에 의지해서 행동할 수 있을까?”-204p


“다른 사람들 모두가 평균의 게임을 벌이는 한, 그리고 대학들과 고용주들이 그 평균의 게임을 계속 이어가는 한 게임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학생은 손해를 보게 된다.” -244p


이러한 불안감을 이겨낼 수 있는 해결책이 과연 있기는 할까. 평균과 관련된 문제점에는 더 이상 공감의 표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격한 동의를 하지만, 아쉽게도 토드 로즈가 제시한 세 가지의 해결책에는 사실 갸우뚱거리게 된다.


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

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 허용하기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 모두와 똑같되 조금 더 뛰어나려고 기를 쓰는 대신에 최고의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힘쓰게 될 (258p) 이 해결책들은 너무 좋은 대안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은, 평균에 대한 인식 공감과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전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야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개인이 혹은 공감하는 몇몇만이 움직인다고 되는 것은 결코 아닌 스케일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은지는 알고 있지만, 서로 눈치만 보며 당장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행동에 동참할 것인지를 또 고민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안의 정도를 조금은 내려놓기로 했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야만 하는 사회에 진입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모두가 불안해하고, 아이의 진로 방향을 어떻게 이끌어줘야 할지 몰라 부모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위기라는 기회가 없었다면, 평균과 개개인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사치스러운 생각이거나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고, 더 이상 청년도 젊지도 않은 나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성장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의 개개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은 지금도 ‘활짝’ 열려있다고 확신한다. 그러기에 평균의 종말이라는 주제는 아이와 관련된 관심사인 동시에 나에 대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나이에 상관없이 그 어느 때보다도 내가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일은 의무가 되었다. 당연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시기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대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삶을 살게 되어, 참 다행이다.



#씽큐베이션 #더불어배우다 #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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