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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Apr 17. 2019

도대체 언제 써야 할까

일기를 쓰기 위한 최적의 시간

일기를 쓰려면 아침 시간을 이용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실제로, 서점에는 미라클 모닝을 찬양하는 책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게다가 아침형 인간은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성공하는 상징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니 말이다. 마침, 엄마라는 입장에서도 이른 아침이 비교적 편하기는 했다. 밤에는 아이를 재우면서 함께 잠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와 수면 시간이 동일하다는 것은 내 시간에 대한 미안함으로 다가왔다. 내 시간이 없다고 외치면서 아이와 똑같은 시간을 잔다는 것은, 그만큼 내 시간에 대한 욕심이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른 기상 시간 그리고 아침의 일기 쓰기라는 습관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역시 그나마 만들기 쉬운 혼자만의 시간은 아침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잠깐 잊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우리 모두의 시계는 함께 동거 동락하는 사람의 시계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 말이다. 아침 일기가 ‘영원한’ 습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오산이었다. 엄마의 입장이다 보니, 평소보다 바깥 활동이 많아진 아이는 어떤 날은 유난히도 일찍 단잠에 빠졌고, 새벽같이 일어나 순식간에 거실을 어지르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플 때 함께 앓을 수밖에 없는 엄마는, 종종 늦은 아침까지 잠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어느 순간 생활 리듬이 바뀐 아이는, 계속해서 일찍 일어나 엄마를 깨우기도 했다. 


이쯤 되면 오랜만에 품었던 다짐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 같다. 아침마다 일기를 쓰며 나의 하루를 돌아보고 대화할 수 있었는데, 마치 성장의 기회를 빼앗긴 것 같은 상실감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라클 모닝이라는 것도 결국 고정관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일어나는 새가 제일 먼저 벌레를 잡아먹지만, 빨리 일어나는 벌레는 일찍 잡아 먹힌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성공의 방법과 실패의 방법은 모두 상대적이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이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마련이다. 아이의 시계와 속도를 맞추느라 아침의 기적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되었다면, 나에게 ‘미라클’로 다가올 수 있는 다른 시간대를 찾으면 그만이었다. 감사하게도,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해답은 있기 마련이다.


미라클은 한낮에도, 저녁에도 찾아왔다. 내가 필요한 미라클은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일기를 쓸 수 있는 시간’, 바로 그것이니까. 몇 번 일기를 쓰다 보면, 내가 일기 쓰기에 보통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필요한 미라클의 시간은 딱 그만큼이면 충분하다. 몇 시간이나 필요한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일기를 쓰기 위한 시간은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 ‘짬’을 내서 쓰는 거다. 거창하게 모든 것이 세팅되어야만 써 내려갈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학창 시절 때가 생각난다. 소설책도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짬을 내어 읽었다. 요즘 유행하는 홈트(홈 트레이닝)도 조금씩 짬을 내서 운동한다. 짬을 낸다는 것은 의지다. 의지만 있다면 일기를 쓰기 위한 시간도 언제든 마련할 수 있다. 


나와의 대화는, 내가 시간 날 때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대화의 준비가 되면 그때가 바로 다이어리를 펼칠 시간이다. 가끔은 아이와 함께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 일기를 쓰기도 한다.


일기를 쓰지 않는다는 말은, 나를 위로하고 나를 걱정하고 나를 응원할 의지가 없다는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서 일기를 쓸 수 없다는 말은, 나는 시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다.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고 하루 일기를 건너뛰었다면, 아쉬움을 느끼는 지금 이 순간에 다이어리를 펼치길 바란다. 지금 이 시간이 미라클 타임이니까.


Miracle Morning? Miracle Any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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