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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May 29. 2019

최초와 최고

무엇이 1등일까

“제일 빨리 한다고 좋은 건 아니야. 제일 잘하는 것이 중요한 거야.”

“알아. 난 5살 때부터 알고 있었거든?”


침대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좀처럼 몰랐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너는, 빠른 것보다는 잘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작년부터 알았다고 큰 소리를 치더구나. 아마도, 유치원 점심시간에 제일 빨리 먹으려고 후다닥 해치우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해 줬던 말을 기억하면서 그런 것 같았다.


'최초가 되는 것보다 최고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꽤나 진부하다. 지겹다고 느낄 만큼 많이 들었다는 의미는, 대부분 최초가 되기 위해 조바심 내는 상황들을 많이 겪기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빨리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는 말은, 학창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하는 시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적용되곤 한다. 그런데 시작에 중점을 둘 것인지 결과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놓고 이런 충고가 나오는 이유는, 경험이 많고 적음에 따라 세상을 대하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엄마 생각에는, 경험이 없을수록 ‘최초’에 집착하고 경험이 많을수록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최초로 무언가를 해내고 관심받지 못했던 분야를 최초로 개척하는 등 선구자들이 꾸준히 존재했기에 우리는 지금과 같이 발전된 문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엄마가 ‘경험이 없을수록 최초에 집착한다’고 표현한 것은, 주로 ‘최초’를 자랑거리로 생각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 사람들은 소위 ‘척’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최초’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관심에 취해 있다가 ‘최고’의 자리에는 앉을 수 없게 되곤 한다. 하지만 연륜이 있을수록 ‘먼저’ ‘빨리’ '자랑거리' 보다는 ‘결과의 퀄리티’가 훨씬 중요하고 오래 간다는 것을 안다. '결과의 퀄리티'가 훌륭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때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미루는 것이 효율적일 때도 있다. 


최초는 시간 싸움이지만, 최고는 깊이의 싸움이다.


때문에, 네가 지금 당장 원하는 분야에서 만족스러운 성과가 나지 않는다며 우울해하거나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네 목표가 최고가 되는 것이라면 말이다. 딱 지금 네 수준으로 이야기를 해준다면 말이지, 급하게 숟가락을 입으로 넣고 있다면 1등으로 식판을 비우고 이렇게 빨리 다 먹었느냐며 잠시 칭찬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불편할 확률이 높을 것이고, 천천히 먹더라도 꼭꼭 씹어 다 먹는다면 네 몸에 꾸준히 차곡차곡 영양분이 쌓여 건강해지고 키도 쑥쑥 클 것이다.


대신, ‘최초가 되는 것보다 최고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가 지금 무엇인가를 잘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핑곗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최초가 되는 것보다 최고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로 자신을 토닥토닥하고 싶다면, 그 순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태여야만 유효한 위로다. 


그래서 엄마는 네가 진정 1등을 노리고 있다면, 최초가 아닌 최고가 되는데 노력을 기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언젠가는 진짜 1등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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