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창의력은 없다
기존에도 책을 꽤 읽는다고는 생각 했었지만, 어떤 책을 읽었는지, 당시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기록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기록을 한다는 것은 책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내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인데, 그동안 이렇게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기록을 하지 않자, 시간이 지날 수록 어떤 책을 읽었는지에 대한 기억 조차 가물가물 해졌다. 중간중간 밑줄이 그어져 있고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으니 과거에 읽었던 책이라는 것은 분명한데, 내용이 생소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책을 읽고 내 생각은 어떤지를 정리하게 되자, 비로소 책을 읽고 실행한다는 것에 한 발자국 가까워진 기분이다.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니 말이다.
최근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느끼는 것은 이렇다. 무턱대고 노력 없이 탄생하는 천재는 없다 그리고 변명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성이라는 프레임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덧씌우면, 그 이야기를 접한 대다수는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게는 그런 신비로움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안주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탄생하는 천재는 없을뿐더러 누구나 창의력을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을 반복해서 접하게 되다 보니, 이제는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뭔가 해야만 할 것 같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다. 이제는 정말 책을 읽고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다급함과 조바심도 날 정도다.
책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The Creative Curve _ 앨런 가넷>에서는 크리에이티브의 ‘법칙’을 알고 있다면, 우리 모두 크리에이티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흔히 할 수 없는 번뜩이는 생각, 크리에이티브의 혜택이란 무엇인가. 흔히 말하는 ‘성공’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성공의 길로 안내하는 크리에이티브는 천부적으로 주어지는 재능이 아니다.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점에서 ‘사회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내 아이 혼자만 잘 되도록 바라고 키우는 것은 아이의 크리에이티브와 멀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와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능력, 토론하는 능력, 모두 함께하는 능력이 없으면 개인의 크리에이티브는 현실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게다가 크리에이티브는 사회의 인정을 받아야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나 혼자 성공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의 비밀을 얻기 위해 들었던 책이었지만, 오히려 노력과 관계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준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유레카’를 외치고자 한다면 우주의 신비한 기운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기를 가만히 기다려서는 안 된다. 어떤 멋진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나타났다 하더라도, 내가 그 아이디어의 가치를 알고 있지 못하다면 그저 시간처럼 흘러갈 뿐이다. 내가 원하는 크리에이티브가 있다면, 그 분야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야 하고 공부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결코 통찰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194P
하지만 무조건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아하!’의 순간이 오는 것도 아니다.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버리는 시간일 뿐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느냐가 아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가 중요한, 시간을 대하는 퀄리티의 문제인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목적이 있는 연습' 즉, 확실한 목표와 피드백 메커니즘을 가지고 사소한 기술도 반복적으로 익혀가는 특별한 형태의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는 이야기는 여러 책에서 언급되는데, 앨런 가넷도 여기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크리에이티브에도 밸런스가 필요하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과 서비스 방식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겠지만,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페이스북 팀은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따라가고 있었다. 친숙함과 색다름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색다른 것들은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만든다는 게 문제이지만, ‘너무’ 친숙한 것들은 애초에 아무런 흥미도 자아내지 못한다. -138 P
Georgia On My Mind의 코드와 유사한 비틀스의 명곡 ‘Yesterday’, 밑바닥의 주인공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간 '해리포터' 등 익숙함에서 발견한 신선함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사례는 이 외에도 여럿이다. 친숙성과 색다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는 단지 돈을 버는 데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핵심임을 뜻한다.
앞에서 쓴 이야기들이 크리에이티브를 향한 ‘개인의 노력’이라면, 이제는 ‘같이의 노력’이 필요하다. ‘창의적 공동체’ 속에서 크리에이티브는 더 효율적으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창의적 공동체의 구성원은 다음과 같다.
1. 마스터 티처: 재능이나 근면의 패턴과 공식을 가르쳐주는 사람으로, 적절한 수준의 친숙성을 가진 작품을 창작하게 만들면서 부지런한 연습을 통해 기술을 연마하는 데 필요한 피드백을 준다. (<- 패턴과 공식. 기본기는 당연히 있어야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할 수 있다)
2. 상충하는 협업자: 결점이 없는 사람은 없는 법. 결점이 치명적으로 되지 않도록 하려면, 그 결함을 보완해줄 개인이나 집단을 찾아야 한다.
3. 모던 뮤즈: 창작활동을 하다 보면 열정이 시들해질 때가 있다. 따라서 지속해서 창작 욕구를 자극하고 용기를 북돋아줄 사람이 주변에 많아야 한다. 침체기일수록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우정 어린 경쟁자를 자처하면서,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등을 밀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4. 유명 프로모터: 창작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인정을 받아야 한다. 유명 프로모터는 이미 신임을 받고 있고 그 기득권을 기꺼이 나눠주려고 한다. 비주류 신인은 그들로부터 큰 혜택을 입지만, 유명 프로모터 역시 혜택의 수혜자가 된다. 그들은 비주류로부터 크리에이티브 커브 위의 적정 지점에 머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받을 수 있다.
나의 창의적 공동체는 누가 될 수 있을지, 내가 누군가의 창의적 공동체의 구성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창의적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고민 중이다. 여하튼, 이 책은 계속 나에게 움직이라는 압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친히 크리에이티브의 법칙을 알려 주었는데, 그냥 덮고 끝날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서, 내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다. 여러 사례들을 내 시각에서 분석도 해보고 싶다.
마침, 예전에 알게 되었던 한 명언이 생각이 난다.
"꿈을 기록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던 적은 없다, 꿈을 실현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 만 레이 Man Ray, 사진작가
사진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