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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Aug 28. 2019

어른들도 반짝반짝 하지

반짝반짝한 어린이가 자란 거니까

“넌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야. 그 이유를 알려줄까? 비밀인데, 네 안에는 반짝이는 별이 있어.  그 별은 네가 더 많이 웃고, 신나고, 즐거워하면 더 반짝반짝 빛이 나. 그 별에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네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진짜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는 것이지. 대신, 공짜는 없어.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거야.”


함께 침대에 누워 어떠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더라도, 마지막은 네 마음속의 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반복해서 해주는 이야기이다 보니, 엄마는 네 안에 반짝이는 별을 진짜 보는 듯한 기분이다. 엄마도 이러는데 너는 오죽할까. 너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면, 너는 으레 이렇게 말하니 말이다.


“나 사랑한다고? 알아. 내가 반짝반짝 빛이 난다고? 나도 알아~”


그런데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매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네가 오해를 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만’ 특별하다고 생각할까 봐 말이다. 너의 자존감을 살리고자 하는 말을, 네가 누군가에게 잘못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친구들에게 소위 인기가 많은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었는데,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게 ‘자기만 아는 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아이들은 친구가 많이 없었다. 본능일 것이다. 존중받고 있는 느낌에 자신감을 얻게 되고, 나를 함부로 한다는 느낌에 상대방을 피하게 되는 것 말이다. 


내가 어떤 대우를 받았을 때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었는지를 안다면,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엄마는 두루두루 친구가 많기를 바랐던 고등학교 시절, 반이 바뀌어 새로운 친구들이 주변을 채우는 시기가 되면 자주 복도에 나가곤 했었다. 지금은 학교에 가면 어떻게 자리에 앉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엄마의 학창 시절 학기 초에는, 번호에 따라 순서대로 자리에 앉았다. 복도의 사물함 역시 번호 순서대로 배정이 되어 있었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는 아침 조회 시간에 집중을 한다고 해도 친구들의 이름을 다 외우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사물함을 이용하기로 했다. 말을 걸어보고 싶은 친구의 이름을 직접 물어보기보다는, 복도의 사물함에서 친구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렇게 친구의 이름을 먼저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기존에 친분이 없다면 서로의 이름을 알 리가 없던 학기 초, 이렇게 친구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면 엄마도 친구도 기분이 좋아졌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누군가를 위한 이러한 배려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로도 엄마가 그렇게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향한 존중의 노력을 했었나 싶기 때문이다. '예의'와 '존중하기 위한 노력'은 좀 다른 것 같거든. 


여하튼 혼자만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도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기에, 너에게 매일 “반짝반짝하다”라고 말하는 표현에 수정이 필요할지를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날은 무슨 일인지 네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을 하더라.


“엄마도 나처럼 반짝반짝 하지.”


“정말? 고마워~ 엄마도 반짝반짝 하구나~”


“원래 어른들도 다 반짝반짝 해. 왜냐하면 반짝반짝한 어린이가 자란 거니까.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안에 반짝이는 별이 있어. 우리 모~두 반짝반짝 해.” 


순간, 다행이다 싶었다. 역시 엄마는 걱정 쟁이였다. 너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엄마가 말하는 단어 그대로 받아들였을 테니 말이다. 


대화가 여기까지만 진행되었다면 감동이 넘치는 시간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너의 이야기가 저기에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래도 내 별이 가장 클 거야. 엄마한테는 내 별이 가장 크게 보이지? 우헤헤”


애교 섞인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하는 너를 보며 ‘역시나’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네가 어른들도 다 반짝반짝하다는 것을 알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네가 어른이 되어서도, 너 스스로 반짝반짝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테니까.







Photo by Bastien Jaillo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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