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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Feb 06. 2020

모두가 태양이 될 수 있었던 영화, “원더”

나는 태양인가, 행성인가

어린 시절 27번의 수술 끝에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갖게 된 ‘어기’가, 집을 벗어나 사람들의 시선을 이겨내며 성장해가는 스토리를 담은 영화 “원더”. 이제는 엄마의 역할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줄리아 로버츠를 보며 눈물을 훔쳐야 하는 나이라서 그럴까, 가족 영화는 더 애틋하다. 


내가 엄마라는 이유 말고도 가족 영화가 애틋한 이유는 또 있다. 


가족 영화는 유독 등장인물이 많다. 주인공은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행동이나 감정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야기의 전개 상 소홀히 다뤄지는 가족들이 꼭 있게 마련이다. 가족 모두를 보듬는 눈과 마음이 생긴 입장에서, 그렇게 지나쳐지는 가족들이 이제는 안쓰럽고 안타깝다. 그래서 가족 영화가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 영화에서는, 남들과 다른 외모를 지닌 동생 ‘어기’, 이런 어기에게 헌신적인 엄마와 아빠 그리고 부모의 관심을 동생에게 빼앗긴 누나 ‘비아’가 한 가족이다. 



비아는 이렇게 말한다. 

“어기는 태양이다. 엄마 아빠와 나는 그 주위를 도는 행성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비아를 내버려 둔 채, 이야기가 어기 중심으로만 흘러갈까 봐 내심 조마조마했다. 어기의 도전은 응원받아야 마땅한 성장 스토리이지만, 엄마는 어기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내려놓아야 했었는지, 아빠는 이런 가족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다 큰 것 같지만 마찬가지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비아는 어떠한 어린 시절을 거쳐 지금처럼 착하기만 한 딸이 된 것인지 그래서 지금 자신의 성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도 함께 훑어보는 시간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아프면 고통의 시간은 오롯이 그 누군가 한 사람의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주변 사람들도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 고통을 견뎌낸다.


“세상의 모든 일이 너와 관련된 것은 아니야”


다행히도 비아는 어기에게 이런 말을 할 줄 아는 아이였다. 엄마, 아빠와 자신은 태양인 어기의 주위를 도는 행성이라고 주어진 환경에 다소 체념하는 듯한 비아였지만, 그래도 어기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비아에겐 용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 자신이 태양인 일도 있다고 말하는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영화는 어기의 스토리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같은 상황을 두고 ‘비아’의 이야기도 나온다. 엄마 아빠의 한 없는 사랑을 받은 아이였지만, 동생을 갖고 싶다던 4살 생일 파티 때의 소원 이후로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말이다. 비아와 단짝 친구였지만 잠시 비아와 거리를 두었던 ‘미란다’의 목소리도 따로 들을 수 있다. 비아의 입장에서 원망의 대상이 된 미란다가 왜 비아에게 매몰차게 굴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목소리 말이다.


영화가 끝나는 동안 줄곧 어기 혼자만 태양이었다면, 줄곧 행성으로만 남아있던 주변인들은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어기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이로움의 원더(wonder)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도 궁금해하는 원더(wonder)였기에 감사했다. 모두가 태양이 될 수 있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모두에게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그래서 서로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태양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저 행성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놔버릴 것인지, 나도 태양이 되어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갈 것인지는 내 선택에 달렸다.

 

나는 태양인가, 행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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