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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Mar 22. 2020

집에서 일상을 그리다

그립다

일상이란 그저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의 ‘일과’ 일뿐이었다. 날마다 규칙적으로 하는 일정한 일들 말이다. 

그래서 일상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 일상은 달갑지 않았고, 늘 벗어나고 싶었다.


소설을 읽으며 나와 다른 상황의 주인공을 따라갔고,

자기 계발서를 손에 들고는 지금의 나와 다른 모습을 그렸다.

운동을 하며 쇠약해지는 건강의 흐름에서 시간을 거스르고자 했다.

당장 실행에 옮기지는 못해도 전혀 다른 곳으로 떠나가 보고자 많은 시간을 꿈꿨으며,

그리고 그러다 보면 진짜 일상이 바뀌기도 했다.


일상은 그랬다. 지겹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그 평범했던 일상이 방해받고 있다.


어떤 일과가 이루어지는지 점검해볼 겨를도 없어졌다. 무엇을 하든지 집이다. 그것도 나 혼자 있는 집이 아닌 가족 모두가 같이 있는 집 말이다.


아이러니다.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얼마나 자주 상상했던가. 그런데 모두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확인하고 있다. 내 의지대로 움직였던 일상이 서로의 일상과 부딪힌다. 그동안 서로의 일상에 대해 다소 무심했음을 당황스럽게 확인한다. 하찮게 여겼던 일상이 그립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일과를 진행하던 일상이 얼마나 빛났던 시간이었는지. 

왜 그 시간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이렇게 갖고 싶어지는지.


며칠만 있으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싶었는데, 그 며칠이 일주일에 되었고 그 일주일이 몇 번째 반복 중이다.


이렇게 쉬다가 유치원은 다시 제대로 적응하려나 싶은 걱정에, 아이의 책들을 구매한다. 이 참에 홈스쿨링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까 싶기도 하다. 가족의 영양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유튜브를 보며 운동도 악착같이 한다.


특별한 시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하루하루가 새로운 일상이 되어버렸다.


당분간은 덤덤하게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오늘내일하며 지나쳐버리는 하루 대신, 집에서만 할 수 있는 일상의 하루를 짜는 중이다.

집에서의 일상을 충실히 지켜낼 수 있어야, 앞으로의 일상을 잘 ‘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립다.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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