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꿈꾸는 작은 성공자

라이킷 8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Kim Ji Youn Mar 24. 2020

결과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로 했다

꿈같은 결과물 말고 감당할 수 있는 결과물을 생각한다

내 생각이 담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브런치가 처음이었다.

진지한 생각의 시간도 가져보고,

시선이 머무는 사물과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일상생활도 좋았고,

종종 조회수를 보며 공감받고 있다는 느낌에 감사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게 1년, 2년이 지나다 보니 목표가 생겼다.

자주 글을 쓰는 성실함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결과물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것이다.

브런치 작가라면 아마 한 번쯤은 출간 작가의 꿈을 꾸지 않았을까 싶다. 그 꿈을 나도 품고 싶어 졌다. 기존에 브런치에 썼던 글들을 한 주제로 모아 투고를 하기 시작했다.

신통치 않은 결과에 자비 출판에 잠시 기웃거려도 봤다. 겁도 없이 20권을 만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몰랐다. 출판 전문가들의 인정 혹은 선택을 받지 못한 글이라면 분명 이유가 있다는 뜻일 텐데, 그 이유를 찾아보려 하지 않고 마냥 내가 옳다며 책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문가의 인정을 받는 것이 새로운 관심사가 되었다.

기획안을 고치고 글을 고쳤고 다시 투고를 하기 시작했다. 몇 군데에서 답장이 왔다. 두근거리는 미팅을 하기도 했고, 목차를 수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은 기대했던 상상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잠시 침체되어 있던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투고를 시도해 보았고, 미팅하고 수정하고 그리고 또 제자리로 돌아왔다. 출간 작가가 되겠다는 프로젝트가 몇 번이나 도돌이표를 만나다 보니, 이제는 ‘포기’라는 단어를 가져와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중, 평소에 알고는 있었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투고 원고를 출판사에서 받는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새로운 책들이 서점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지.

오랜 시간을 공들여 그 결과물인 책 한 권이 세상에 태어났는데, 자식 같은 책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다면… 나는 그 감당을 할 각오를 하고 출간 작가가 되고자 했던 것일까. 그 정도 자신감도 없이 무엇을 꿈꾸겠느냐 묻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결과물에 대한 태도를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결과물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성과가 없으면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고, 오래도록 하나를 꾸준히 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결과물은 당연히 갖고 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억지로 붙잡으려 하는 그런 집착이 오랜 시간을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왜 그 결과물이 필요한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그야말로 꿈같은 결과물만 상상하고 있었을 뿐이었을 터.

그래서 집착 대신, 과정의 즐거움을 조금 더 느끼기로 해본다.

결과물이 상상과 다르다며 또 다른 좌절을 겪기보다는, 감당할 수 있는 결과물을 그리고 그에 합당한 연륜을 쌓고자 한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사진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