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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Apr 22. 2020

기도하는 태도

웃으면서 하는 기도이기를

유치원을 가지 못하는 시기가 꽤나 지나가던 어느 날.

잠들기 전, 너는 난데없이 기도할 것이 있다고 했다. 그 자그마한 손을 서로 붙잡고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너는 이렇게 말했다.


“빨리 코로나가 사라지게 해 주세요.”


엄마는 물었다. “코로나가 사라지면 뭘 제일 하고 싶어?”


“유치원 가서 친구들하고 같이 놀고 싶어!”


너의 얼굴은 기도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기쁨에 찬 표정으로 금세 변해있었다.


“그렇구나. 어서 친구들하고 놀고 싶구나.”


극명하게 바뀌는 너의 얼굴에서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 안쓰러웠다.

그런데 기도하던 그 표정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너의 표정이 너무나도 슬펐으니 말이다.




기도는 따뜻하다. 누군가를 험담하거나 나쁜 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기도는 없다. 그것은 기도가 아닐 것이다. 기도에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 포함된다. 그런데 기도하는 행동에도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하는데 무슨 태도가 필요한가 싶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엄마는 너의 표정 변화를 보고 기도하는 태도에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코로나가 사라지게 해 달라면서, 너는 기도하는 시간 내내 코로나로 인해 불편하고 힘든 상황을 찾아내고 떠올렸을 것이다. 그 기억들 때문에 너의 표정도 슬프고 괴로웠을 테다. 바라보는 엄마도 힘들었다. 사람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는 서로 연결이 되고 전파되기 마련인데, 그 순간 방 안의 공기도 슬펐을 테지. 아마 기도가 전해지길 원하는 그 절대적인 존재에게도 너의 기도는 매우 슬펐을 것이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것은, 코로나가 사라진 후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 즉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너는 그 순간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바라보는 엄마도 기뻤다. 그 순간, 방 안의 공기 역시 너의 그 소원을 응원하고 싶었을 것이다. 너의 바람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일상을 집어삼킨 코로나는 없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실, 코로나가 사라져도 또 다른 어려움은 언제든 다가오게 마련일 것이다. 힘든 상황마다 일일이 그 상황이 없어지기만을 원하는 것보다는, 어떤 위기가 찾아오든 그 위기를 이겨내고 행복한 모습을 원하는 것이 더 큰 힘이 되지는 않을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은 기도에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같은 기도를 하더라도 어떠한 태도로 하느냐에 따라, 너의 바람을 즐겁게 기다릴 것인지 근심 걱정으로 기다릴 것인지를 결정할 것 같기 때문이다. 걱정으로 채워진 기도 시간과 희망으로 채워진 기도 시간 중 무엇이 행복한 시간일까. 걱정을 그리면 걱정이 줄을 잇고, 희망을 그리면 희망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간다.


간절히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기도라면, 그 바람이 이루어진 후의 행복한 모습에 잠시나마 취할 수 있는 여유까지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 않게 해 주세요”와 “~하게 해 주세요” 중에서 무엇이 확장 가능성이 높은 문구인지는 쉽게 알 수 있을 테지. 


너의 기도는 웃으면서 하는 기도이기를 바란다.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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