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는 앞으로는 영화에서만 가능할 일일지도
아이를 차로 등/하원을 시켜주면서, 유튜브를 자주 듣는다.
정보 전달이나 책읽기를 목적으로 한다면, 유튜브만큼 선택의 폭이 넓은 플랫폼도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운전을 하면서 혹은 아이가 잠들기 전이면 ‘오늘은 뭘 들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다.
어제도 차에 시동을 걸기 전, 습관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그리고 신사임당 채널에서, 매년 ‘라이프 트렌드’를 전망하고 있는 김용섭 소장님의 강의를 선택했다. 강의를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는 생소하면서도 신기한 가전 제품 하나를 알게 되었다. L사에서 출시한 ‘식물 생활 가전’이었다. 비슷한 제품들이 L사뿐 아니라 다양한 회사에서 이미 출시 혹은 출시 예정이라고도 했다.
집에서 직접 키운 건강한 식재료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처럼 획기적인 가전 제품이 있을까 싶었다. 동시에, 우리는 이렇게 시골과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에 드넓은 자연이 펼쳐져 있고, 여유와 웃음이 가득 차 있는, 나만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곳 말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인 것 같다. 동네 친구들 몇 명과 함께 글짓기 과외를 받았다.
하루는 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도시와 시골 중 어디서 더 감성적인 느낌을 더 받을 수 있을까?”
아니, 이렇게 쉬운 질문이 있을까? 나는 주저없이 답했다.
“시골이죠.”
“왜?”
“시골에서는 자연과 함께할 수 있으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왜?”
“네?”
도시는 복잡하고 바쁜 삶, 시골은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공간이라고 여겼던 믿음이 크게 흔들렸다. 교과서에서 그려지던 할머니가 수박을 내오는 정겨운 시골을 한 번도 가 본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시골은 나름의 로망이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도시에는 영화관도 극장도 많고, 놀이 동산도 있고, 큰 도서관이나 박물관도 훨씬 많잖아. 그럼 도시가 오히려 시골보다 감성적인 공간일 수 있지 않을까? 자연에 둘러 싸여 있어야만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고정관념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갖고 있던 도시와 시골에 대한 인식은 선생님 말씀대로 고정관념이 맞을 수도 있었다. 선생님의 말에 틀린 것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시골에 대한 나만의 판타지가 사라져 기운이 빠진 순간이기도 했다. 내 머릿속에 새롭게 자리잡은 시골은, 더 이상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 아니었다.
단순히 ‘집에서 식물을 기른다’는 것과는 달리, 뭔가 기술이 필요한 듯 보이는 ‘홈 가드닝’이나 ‘식물 생활 가전’의 등장을 보며, 도시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편리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도시는,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던 장점까지 더해져 한 번쯤 벗어나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트렌드는 도시를 중심으로 생성되고 발전하다 보니, 도시에서 시골스러움을 느끼며 시골과 가까워지기 보다는, 오히려 시골과 멀어지는 느낌이다. 도시가 시골만의 특징들을 빼앗아 가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언젠가는 오래 머물러 보고 싶었지만, 그리워하던 곳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생각에 괜시리 슬퍼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