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꿈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

by Kim Ji Youn

잘 놀고 있던 아이가 칭얼칭얼 대다가 급기야는 거실 바닥에 누워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갖고 놀던 장난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자 고집을 피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물까지 흘리면서 울음을 그치지 않자, 초보 엄마는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어디가 아픈가? 그리고는 아이에게 다가가 배에 손을 얹고는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노래를 불렀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30년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일도 없었고, 그럴 일도 없었고, 혼자 연습을 해 본 적 조차 없는 이 노래가 이렇게 순식간에 흘러나오다니. 아이가 걱정되는 와중에도 나의 이런 즉각적인 엄마 '흉내'에 실소가 나왔다.


습관이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라고 한다. 습관으로 굳어진 것이라면 대개 생각할 필요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하게 마련이다. 헌데 엄마가 되면서 신기한 것은, 되풀이하는 연습 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 속 엄마 혹은 할머니의 모습을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의식 없이 노출되어 있던 상황 속에서도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잠재적인' 습관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엄마가 되어서 뿐만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따라 하는 일은 의외로 종종 생기는 것 같다. 한 번은, 직장 상사의 애매한 표현 화법이 심각하게 싫었을 때가 있었다. '나는 꼭 저렇게 말하지 말아야지'라며 다짐하던 어느 날, 다른 회사 분과 업무 이야기를 나누다가 당장의 결정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상사의 화법을 따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혀를 깨물고 싶던 순간도 있었으니 말이다.




매일 옆에서 보는 사람의 행동은 좋든 싫든 나에게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내가 의식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과 비슷한 습관이 생기기 쉽다. 이러한 사람이 주변에 많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반면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나 역시 그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알게 모르게 그 모습 또한 나의 일부분으로 형성될 확률이 높다. 아무래도 계속 그 행동을 보고 듣고 무방비로 노출되기 때문일 것이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과 계속 같이 있으면 나 역시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지고, 항상 고민을 들어줘야 하는 늘 우울한 사람과의 만남은 나 역시 우울하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부모가 된 이후의 삶은 그 어느 시기보다도 중요한 것 같다. 아이에게 365일, 24시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흔히 아이 때문에 혹은 육아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사실이기는 하지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는 오히려 꿈을 계속 붙잡아야 하는 이유다.




동기부여만큼 효과적인 교육은 없다고 믿는 한 사람으로서, 최근 브런치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김태훈 작가님의 '공부하는 의미'가 만든 전교 1등 글에 크게 공감한 바 있다. 단순히 혼나지 않기 위해서,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 하는 공부는 공부의 목표뿐 아니라 인생의 목표 역시 잃기 쉽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은 어떠한 교육을 받았기에 지금 이 자리에 왔다는 말 보다는, 누군가의 어떠한 점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말을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부부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아이도 책을 좋아하더라"는 류의 이야기는 너무 흔해서 오히려 흘려듣기 일쑤지만, 여기에 답이 있다. 남들보다 시간이 몇 배가 필요할 수도 있고, 지금 잠시 멈춰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꿈을 계속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꿈을 꾸는 엄마는 아이의 방관자도 아니며, 아이에게 미안해할 이유도 없다.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모습은 아이에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를 줄 수 있다. 그렇게 엄마도 꿈을 붙잡았으면 좋겠다. 가족 모두의 꿈이 그렇게 커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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