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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Mar 17. 2016

'공부하는 의미'가 만든 전교 1등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하는 공부의 실체


제목이 조금 어렵죠? 공부를 하는 의미가 만드는 전교 1등 이라니… 쉽게 말하면 공부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하는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기 쉽고, 그 이유와 목적이 없는 학생들은 공부를 잘 못할뿐더러 매우 괴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이야기, 저의 경험담과 뇌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왜 진짜 그러한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또,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하는 공부의 실체도 곁들여서요.



I  공부하는 목적이 전교 1등을 만들었던 중학교 친구

먼저 저의 중학교 경험담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중학교 3년 간 12번의 시험에서 6번 전교 1등을 했었는데 1학년 때는 대부분 1등을 했으나 2학년 때부터 강력한 라이벌이 생기고 3학년 때는 춘추전국시대였습니다. 그 라이벌 중 한 명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의 주제인 '공부의 의미'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 수 있으실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 친구는 중학교 1학년 때 평균 90점 초반으로 반에서 3-4등 정도 하는 친구였습니다. 전교권(?)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학생이었죠. 그러다가 2학년부터 급격하게 성적이 오르더니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였나, 저와 총점 1점 차이로 그 친구가 전교 1등을 하고 제가 2등을 했습니다. 90점 초반에서 97점 대의 전교 5등 내로 들어오려면 그동안 하던 공부 양(밀도와 시간)을 저의 경험 상 4배 정도로는 늘려야 합니다. 무언가 큰 변화가 있지 않으면 참 어려운 일인데, 한 친구가 그 아이의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책상 앞에 ‘김00, 최00, 000을 이기자’ 라고 쓰여 있었다네요. (김00이 접니다) 이 친구는 최소한 자기 공부의 목적과 이유를 전교 1등을 이기기 위함이라고 정한 거죠. 그리고 그것을 책상 앞에 직접 써붙이고 매일 보면서 자신을 다그쳤던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애다 싶은데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목적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자기를 드라이브하기에는 매우 효과적인 목적 설정이었던 겁니다. 그렇게 그 친구는 중학교 3학년 졸업 때까지 전교 순위권을 계속 유지했습니다.


<공부의 양과 성적의 지수 함수 관계.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직접 그렸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놀라운 건 이 친구가 고등학교 가서 등수가 크게 꺾였다는 겁니다. 저와 다른 학교였기 때문에 비록 친구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듣기만 한 것이지만, 저는 민사고를 가고 이 친구는 다른 특목고를 가게 되었는데 가서 상위권으로 한 번도 가지 못하고 계속 중위권 아래위를 반복하다가 공부에 대한 큰 뜻을 못 가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한 번 놀라운 일이었죠. 제가 초중학교를 소위 강남 8 학군에서 나왔는데 저희 중학교 출신의 최상위권 학생들은 어느 학교를 가든지 대부분 다 잘했었던 데다 심지어 차상위권이었던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석차가 더 올라 서울대에서 다시 만나고 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그 '피바다' 사이에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여 전교 1등을 달성하던 친구가 아무리 특목고라도 중위권에서 계속 머물렀다는 건 그 친구에게 ‘공부의 목적과 이유’가 불분명해진 것이 큰 이유였을 거라는 생각을 문득 들게 만들었습니다. 능력은 충분하지만 아마 그 능력을 다 발휘해야 할 동기가 부족했던 거죠. 혹은 김00, 최00, 000 이 주변에서 없어져 그 친구의 공부 목적과 이유가 같이 없어졌을 수도 있고요. 백 프로 정확한 건 아니지만 저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나만의 공부의 이유와 목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해 준 일화였습니다.




I  뇌과학적으로 설명되는 공부의 의미와 행동

스스로 가지는 공부의 목적과 의미가 성적을 이렇게 변화시킨다는 것은 놀랍기도 하지만 또 일면 당연하다고 생각이 되실 텐데요, 정말 놀라운 것은 이것이 뇌과학적으로도 설명이 된다는 것입니다. 동기와 목적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이 감각적으로 두리뭉실하게 그런 것 같다~ 싶은 정도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거죠. 뇌과학 하니까 왠지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전혀 고민하실 것이 없게 쉽게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뇌의 부위 별 담당 기능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뇌는 각 부위에 따라 각각의 행위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심장이 뛰거나 숨을 쉬는 것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계속 일어나죠? 이런 무의식적 생명 활동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있고, 의식적 행동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 결심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 등이 각각 다르다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신기한 것은 고등 동물이 될수록 어느 부분의 뇌가 진화했느냐에 따라 그에 따른 능력이 추가적으로 가능해진다고 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개구리나 도마뱀 같은 파충류나 어류는 행동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은 있으나 감정을 관장하는 뇌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길러도 주인에게 사랑을 느끼거나 주인의 관심에 응하지 못하지만 이 보다 고등 동물인 포유류 – 개, 말, 소 등 – 은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진화되어 있기 때문에 주인과 감정적인 교류가 가능하고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주인이 누군지 알아보고 반가워하거나 혼나면 조용히 있는 것도 이러한 감정 관계 뇌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인간은 동기와 목적에 의한 결심을 하고 행동을 합니다>


가장 고등 동물인 인간은 여기에 더해 행동의 의미를 찾고 결심을 관장하는 '목적과 동기 파악의 뇌'가 진화되어 있는데요 그래서 인간만이 상황에 따라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결심을 해서 이를 행동을 관장하는 뇌(이건 포유류나 파충류도 다 가지고 있죠)에 전달하여 몸이 행동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인간은 의식적인 상태에서 행동의 동기와 판단이 없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강제로 시켜서 하는 행동도 사실은 ‘이 행동을 하지 않으면 나에게 위해가 가해질 것이기 때문에 하는 척이라고 해야겠다’ 라는 동기와 이유가 있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죠. 정말 하기 싫지만 하는 행동들도 잘 생각해 보면, 씻기 싫어하는 아이가 씻을 땐 엄마한테 안 혼나려고 씻을 수도 있고, 다니기 싫은 회사를 다닐 때 내가 이 회사를 안 다니면 우리 가족은 누가 먹여 살리나 하고 스스로를 이해시켜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머 이건 꼭 사야돼’ 라는 유행어도 여기에 해당되겠죠? 한 마디로, 인간의 행동은 이 동기와 의미의 뇌가 컨트롤하고 있는 것이죠. 극단적으로, 나치 수용소에 있다가 살아나온 빅터 프랭클이라는 학자의 연구에서는 삶의 의미와 이유가 있었던 사람만이 살아남았다는 내용까지 찾을 수 있습니다.  


<EBS의 지식e 에서 방영한 빅터 프랭클의 삶의 의미 이야기. 4분의 짧은 동영상이니 잠깐 클릭해서 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I  목적과 의미없이 공부하는 현재의 아이들

여기까지 보시면 혹시 스스로 학습법이라든지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많은 학부모님께서 말씀하시죠. ‘우리 아이가 알아서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바로 이 ‘알아서 공부(행동)하게 하는 것’이 위에서 말씀드린 동기와 이유의 뇌가 관장하는 부분이고 이 동기와 이유가 적절하게 형성이 안 되어 있다면 절대 행동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공부하는 이유’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와 설득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거죠. 그냥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뇌과학적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문제는 슬프게도 너무나 많은 우리 학생들이 이 이유와 동기 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계마다 다르지만 학생들의 절반 정도는 공부하는 이유를 아예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행동이 괴롭고 잘 되지도 않는데, 우리나라의 학생 공부 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길기 때문에 이런 고통스러운 시간을 세계 최장시간 동안, 학생 신분 10년을 겪어야 합니다. 그래서 괴로운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 정신없이 게임 세상으로 간다든지, 짧은 시간에 강렬하고 자극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폭력적이고 잔인한 행동을 하는 사회문제가 늘어난다고 봅니다. 요새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웹툰이나 가요의 내용과 비주얼도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고요.


< 이런 슬픈 통계 결과가 참 많죠 >



I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하는 공부의 실체

조금 설명을 더하여,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은 실제로 공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말씀드릴까 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동기와 의미가 행동을 만듭니다. 이런 학생들의 행동 동기는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죠. 자, 그럼 먼저 많은 학부모님은 공부 관련해서 자녀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혼낼까요? 대부분의 경우 책상에 안 앉아있고 다른 거 하면서 시간을 많이 쓸 때 ‘얘 들어가서 공부 좀 해라’ 라고 하십니다. 잘 생각해보면 '공부가 얼마나 되었는지 공부 시간 전후 차이의 확인을 통해 결과를 보고' 혼을 내는 것이 아니라 '방에 안 들어가고 책상에 앉아 책을 펴고 있지 않으면' 혼을 냅니다. 그러면 ‘혼나지 않기 위한 목적’을 가진 학생은 부모님이 혼내지 않기 위한 조건 – 방에 들어가 책상에 앉아 책을 펴기 – 를 실행합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 처럼 보이죠? 실제로 공부를 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자, 일단 방으로 들어서 책을 폈습니다. 여기까지 실행하면 부모님에게 혼나지 않기 위한 조건이 충족됩니다. 그럼 이제 뭘 할까요? 책 펴 놓고 다른 생각을 시작합니다. 부모님이 들어가서 공부하라 해도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일 책 펴놓고 앉아있어도 자기가 머리 속에 넣지 않으면 실제 공부는 전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에 들어가 책 펴고 앉아있다' 까지가 목적인 부모님으로서는 애가 머리에 넣고 있는지 안 넣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방에 들어가 앉아서 책을 편다 까지가 충족되면 일단 만족합니다. 공부해라 라고 말씀하시지만 정작 진짜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에는 관심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거죠. 그래도 아이가 방에 들어가 앉아서 책을 폈기 때문에 아이는 부모님께 혼나지 않을 것이고 부모님도 만족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쌍방 만족스러운 상황이지만 공부의 동기가 없는 상태의 아이는 아마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하고 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잘 앉아있는 능력과 책 펴고 공부하는 척하면서 기가 막히게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되겠죠.



I  노래 듣고 먹으면서 공부하는 건...

사실 이건 꽤 괴로운 시간입니다. 앉아서 몇 시간을 그냥 있어보라 하면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을 텐데요, 이런 학생들이 잘 하는 행동이 그래서 노래 들으면서 공부하거나 뭔가 먹으면서 공부하기입니다. 시각(책을 보고 있어야 함)과 촉각(앉아있어야 함)이 모두 변동 불가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청각(노래를 들음)과 미각(무언가 먹음)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공부하거나 공부하는 척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앉아있어야 할 때 노래를 듣는다든가 뭘 자꾸 먹게 되는 거죠. 노래를 듣고 있거나 뭘 자꾸 먹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면 ‘얘가 공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중이거나 아니면 공부를 안 하고 있는 중이구나’ 라는 의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래 듣고 먹고 핸드폰 하면서 공부한다?>


그럼 공부할 때 노래 듣고 먹지 말라고 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그럼 공부 중인 학생들의 해소방안이 없어지기 때문에 더 괴로워집니다. 이런 행동이 너무 자주 발생하면 공부 시간에 차라리 아이와 함께 ‘왜 공부하고 네가 공부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를 스스로 생각하게끔 하는 대화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이해시키고 결심하며, 공부에 의미를 찾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할 겁니다. 단, '이래서 그렇지 않겠니?' '이런 목적은 어떨까?' '넌 이런 게 어울리는 것 같아' 등등 조금이라도 강요하는 모습이 보이면 도루묵이라는 걸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부모님은 아이에게 질문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들어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질문이 아니라 명령형으로 받아들입니다. 부모님께서는 공부의 이유와 목적에 관한 큰 그림을 가지신 상태에서 아이가 자기만의 것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잘 지켜봐 주시면 됩니다. 공부의 목적과 의미에 관련된 내용은 저의 이전 글 '민사고 수석이 본 공부의 목적과 미래 사회' 및 '미래형 인재와 공부의 방향성' 을 클릭하여 참고해 주세요.



I  진짜 공부 확인 방법. 단, 동기가 생긴 후에

여기서 살짝 팁 하나. 진짜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한 것이 궁금하시면, '방에 간다 - 책상에 앉는다 - 책을 편다 - 공부를 한다' 중에 앞의 세 과정은 놔두고 마지막 '공부를 한다' 에 초점을 맞추시면 됩니다. 공부 시간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통해 공부를 했는지를 파악하면 되는데요, 샘플 모의고사가 있다면 공부 전 후 풀어보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문제집을 푼다면 어디서 어디까지 풀었고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 확인이 되었는지, 인강을 본다면 몇 편을 보았는지, 책을 읽었다면 간단하게 요약 및 독후감을 쓴다든지 등 진짜로 공부를 했을 때 달라지는 것들에 대한 것을 아이와 같이 대화 및 확인하면 진짜로 공부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앞의 세 과정은 이를 위해 효과적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소파에 앉아서 하든, 침대에 기대서 하든, 책을 안 펴고 컴퓨터를 켜고 하든, 물구나무를 서서 하든(?) 중요한 건 공부가 되었느냐 안 되었느냐기 때문에 공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시간 대비 효과적입니다.


<방에 가서 책상 앞에 안 앉아있어도 엄청나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도 하릴없이 책상에 앉아서 책 펴고 눈치 보면서 공부하는 척하지 않게 되고, 능률적으로 목적한 공부를 끝내고 남은 시간에 나가서 다른 걸 할 수 있어 생활에 밸런스가 좋아집니다. 단, 공부의 목적과 의미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공부 결과에 대한 확인과 푸시가 심해지면 아이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공부의 동기와 목적이 무엇인지 단순하고 어렴풋하게라도 생각하게 되는 것이 최고의 효율이란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I  정리하며...

위의 논리를 따라서 보면, 좋은 학교 가는 것이 목적인 학생은 좋은 학교에 입학하면 그 뒤에는 공부하지 않을 것이고, 전교 1등이 목표면 전교 1등을 달성하고 목적이 없어져 흔들릴 수 있습니다. 천하의 김연아도 지난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이후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적'이 달성되고 마음이 흔들려서 그 해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평소에 없었던 실수를 보이며 2위를 했었죠. (실수를 여러 번 했는데도 세계 대회 2위. 대단한 인물입니다) 여러분, 혹은 여러분 자녀나 학생들의 공부 동기와 의미는 무엇인가요? 팁을 하나 드리면, 내가 바람직한 공부의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려면 '이 목적이 20년 후에도 유효한가?' 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전교 1등이나 좋은 학교 가는 목적은 20년 후엔 이미 사라지죠. 단편적이어도 좋으니 장기적인 목적과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이 중에 몇 개나 20년 후, 장기적으로 유효할까요 >


글을 정리하며 저의 경험담을 살짝 말씀드리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중학교 1학년, 아니면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을 겁니다. 문득 사회과목 공부를 하다가 참 공부할 것이 많다 라고 느끼며 난 이걸 왜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잠깐의 고민 후에, '이걸 알아두면 분명히 나중에 나에게 도움이 될 날이 올 것이다,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분명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순간이 생길 것이고 괜히 공부하라 하는 것이 아닐 테니 해보자'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간단하고 막연한 동기와 이유였지만 그 한 순간의 생각이 긴 학창 시절 공부를 지탱해준 중요한 축이 되었습니다. 힘들고 지루할 때 '그래 이건 나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는 거니까' 라고 생각하며 공부한 거죠. 이러한 결심이 서다 보니 어렵고 지루한 공부 속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스스로 찾아내기도 했고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학창 시절에 공부한 것이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을 자주 느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모든 아이들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제가 여기서 공부 의미의 모범답안 5를 말씀드리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혼나기 때문에' 이상의 목적을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스스로 내가 이 것을 왜 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아주 간단한 의미라도 찾아보는 것이 앞으로 긴 시간 공부와 마주할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자기의 학창 시절을 자기가 리드하며 살 수 있게 만들 것입니다. 전교 1등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을 공부의 의미로 가지고 공부했던 동기가 진짜로 전교 1등을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참고 글 : '민사고 수석이 본 공부의 목적과 미래 사회' / '미래형 인재와 공부의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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