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고하는 공부는 왜 하는가 그 두 번째 이야기
앞으로는 자기의 적성을 찾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해야 성공한다, 창의적인 인재가 각광받는다는 등의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리지만, 마음 한 켠에 그래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안정된 직업, 부모님 세대에서 원하는 직업 등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는 분들 있으실 겁니다. 또, 하고 싶은 거 한다고 정말 잘 될까, 내가 하고 싶은 건 인정 못 받는 일인데 어쩌지.. 등의 걱정도 드시겠죠. 이번 글에서는 앞으로의 사회 경제 변화 모습을 통해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어떤 모습일지 그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정말로 창의적이고 개성 있고 폭넓은 사고력을 갖춘 캐릭터가 미래형 인재일까요?
이 글은 단독으로 읽으셔도 좋으나 '민사고 수석이 본 공부의 목적과 미래 사회 (클릭)' 글에 이어지는 내용이므로 먼저 보시고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거나 혹은 자녀들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은 결국 도덕시험 정답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함입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기 때문에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훌륭한 사람인지의 판단에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인재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내가 인재다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기업, 조직 등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훌륭히 갖추고 수행할 때 비로소 인재로 인정받죠. 그래서 저는 인재를 정의하고 만드는 주체인 '사회'의 변화 모습을 통해 인재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고 지금의 인재상은 어떤 모습인지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인재상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나라 경제 발전기인 '80-'90년 대와 현재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지금의 학무보 세대가 취직을 하던 시기인 '80-'90년대는 우리나라 국민 소득의 양적 팽창이 활발하게 일어나던 시기였습니다. 제품 생산과 소비가 급격하게 늘던 시기라 기업들은 너도나도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었죠. 만드는 대로 잘 팔리니 새로운 분야로 확장하고 기존 영역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생산 설비 투자 및 고용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대졸자들의 신규 채용이 활발했고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시 근대적인 기업이 처음 생겨났기 때문에 기업들에 일본 기업 모델이 많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일본 기업의 대표적인 문화가 ‘평생 고용, 승진 보장, 기업 문화 교육‘ 등인데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 기업에도 많이 나타납니다. 대졸자들을 채용해서 회사 문화와 필요한 능력을 교육시키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 교육을 받으며 역량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승진을 하고 연봉이 상승하는 방식이죠. 애사심, 전체주의적 조직 성격, 기업 문화를 잘 보여주는 00맨 (삼성맨 같은) 등의 현상이 여기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경제 규모가 커지는 시기이다 보니 미국 경제 활황기 때 생성된 기업 확장 전략도 도입되어 기업이 덩치를 키우고 여러 분야로 발을 뻗어야 하는 전략이 정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며 소비가 대폭으로 증가하다 보니 기업은 더 많은 생산을 통해 매출을 늘리면서 발전했죠. 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하니까 자연히 고용이 늘어나고 위의 일본 기업 모델과 맞물려 대학 졸업생들을 대거 채용하기 시작합니다. 대학생들은 졸업을 하는 대로 취업을 했고, 특히 명문 대학생들은 졸업하기도 전에 기업들이 서로 데려가려고 물밑작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사회와 기업이 원하는 좋은 인재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1. 대학, 특히 좋은 대학을 나올 것
2. 회사의 기업 문화를 존중하고 잘 습득할 것
3. 교육을 열심히 받고 직무를 훌륭히 이행할 것
정도가 됩니다. 한 마디로, '좋은 대학을 나와 회사의 기업 문화 및 직무 교육을 잘 이수하고 역량을 키워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를 훌륭히 수행하는 사람' 이 좋은 인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풍족하고 행복한 삶을 산다'는 공부의 목적이 등장한 겁니다. 이는 기업이 팽창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사업 분야를 확장시켜야 했던 고 성장기 - 우리나라는 70년대부터 IMF 이전 정도까지 유효했던 방식이었습니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요?
앞서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5년 간 평균 3%에 미치지 못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양적 경제성장이 거의 멈춘 선진국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이죠. 앞으로는 이마저도 점점 줄어들어 2020년 대에는 평균 0~1%대의 초저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저성장기에 접어드는 우리나라 기업은 위와 같은 기업 모델을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경제성장률이 제자리이니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내실을 다져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회 시장을 발굴하여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필요한 최소의 인원을, 정확히 그 일에 맞는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채용하게 됩니다. 기업의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다양한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직원이 필요하게 되었고, 저성장기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타개할 수 있는 창의성이 그 어느 때 보다 요구되기 시작했습니다.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더 이상 양적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 한정된 규모의 시장에서 비슷비슷한 능력과 전략으로 '피 터지게' 경쟁하는 레드오션(피바다)에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장을 창의적으로 발굴하여 창창한 푸른 바다처럼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을 블루오션 전략이라 합니다. 현재 경영 분야에서 가장 핫한 전략 중 하나인데요 이 블루오션 전략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 바로 창의력입니다. 창의력이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는지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서커스를 기억하십니까. 영상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오늘날 같이 발달하기 전 라이브로 놀라운 즐거움을 제공했던 기예쇼인데요, 시장 규모는 점점 축소되고 다들 비슷한 능력과 컨셉을 사용하며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양의 서커스' 라는 새로운 개념의 엔터테인먼트 쇼가 등장해서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거둡니다. 얼마 전에 퀴담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내한 공연도 했었죠. 블루오션에서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기업인데 누구나 다 망했다고 생각했던 서커스라는 컨텐츠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하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단순한 기예를 너머 오페라에서도, 뮤지컬에서도, 기존의 서커스에서도 볼 수 없던 시각적, 기술적, 음악적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며 고급 서커스의 새로운 시장을 열었죠. 이렇게 기존 자산에 창의성 한 방울을 더하여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었습니다.
자, 지금까지 설명드린 것을 정리해보면, 저성장기에 사회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1. 그 일에 가장 적합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
: 자신만의 독보적인 능력이 있는 스페셜리스트
2. 다방면에 능력을 가지고 변화되는 직무에 대응할 수 있을 것
: 일의 본질을 파악하고 다양한 방면에 적용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
3. 기존의 기업 자산을 창의적으로 이윤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크리에이터
입니다.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충족되는 조건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에 대해 깊이 있는 고찰을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해왔으며, 고정관념을 벗어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창의력과 풍부한 사고력이 축적되며 충족되는 조건들입니다. 물론 좋은 대학을 나오면 더 좋은 교육과 높은 면학 분위기 속에서 깊이 있는 공부와 다양한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능력이 된다면 좋은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대학교에서 배운 것이 실무에 바로 적용된다?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와서 새로 다 배워야 돼’ 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겠죠.
반대로 소위 사회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이런저런 스펙 쌓기에 연연하다 보면 위에서 말한 미래형 인재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어떤 분야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집중해서 지속한 사람은 어디에 가나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발굴하고 지속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다양한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러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폭넓은 사고력과 독자적인 창의력이 길러집니다. 아이들이 어느 하나에 꽂히면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시도하는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좋아하는 것과 자신의 적성에 대한 것은 이렇게 초월적 능력 향상과 열정을 만들어냅니다. 약간의 비약을 더해서,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위에서 언급한 미래형 인재상이 되어간다는 얘기죠.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은가요?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혹시 아프리카 TV 인터넷 방송 BJ 대도서관을 아십니까.
마리텔 때문에 이제는 많이 알려진 개인 방송 아프리카 TV의 최고 인기 방송인 중 한 명인 '대도서관'은 현재 유튜브 구독 팬들이 120만 명에 달합니다. 참고로 공식 SBS 유튜브 채널이 약 100만 명, 공식 JYP엔터테인먼트 채널이 190만 명 정도의 구독 팬을 가지고 있으니 개인 방송인으로서 얼마나 큰 인기를 가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 'BJ계의 유재석' 이라는 별명으로 동상이몽이라는 방송에 나와서 유튜브 광고료 등으로 버는 월 수입이 5,000만 원이라는 얘기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2013년 뉴스에 나왔을 때 유튜브 광고 수입이 1,700만 원 정도라고 했었으니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개인 방송 외에 TV 방송에도 출연하고 광고도 찍고 있습니다. 이 분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이 분은 원래 회사원이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에 다니고 계셨죠. 저는 이 분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기 전에 이 BJ의 영상이 하도 센스 있고 재밌어서 유튜브에서 구독을 하고 있었는데요, 당시 이 BJ는 매일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밤 9시부터 12시 정도까지 게임을 하면서 게임 실황을 성우 같은 목소리고 맛깔나게 중계하는 ‘취미생활 개인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프리카 TV의 별풍선 등으로도 약간의 돈을 벌고 있었지만 일단 풀타임 직업은 기업의 회사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방송이 아프리카 TV에서 유명세를 타고, 꾸준히 방송을 편집해 업로드하던 유튜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자 아예 퇴사를 하고 이 쪽으로 직업을 전향합니다. 개인 방송 BJ가 자신의 새로운 직업이 된 것이죠. 나이요? 제가 알기로는 30대 후반입니다. 결코 쉽게 직업을 바꿀 수 있는 적은 나이가 아니죠. 하지만 수입은 훨씬 더 늘었을 겁니다. 회사원일 때 보다 더 유명해지고 전국에 퍼지는 유튜브 광고의 주인공이 되고 방송가에도 등장하기 시작했죠.
제가 말씀드리려는 게 바로 이겁니다.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님 분들이 공부하던 시대에는 유튜브라는 전 세계 영상 유통 채널이 없었습니다. 유튜브는 한 때 구글에서 인수하고 몇 년째 수익이 하나도 안나는 애물단지 동영상 서비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NBC나 뉴욕타임스 등 기존 미디어를 뛰어넘는 전 세계 최고의 영상 채널이 되었죠. 이렇게 세상이 예상치 못하는 속도와 방향으로 변하고 있어 누구라도 독보적으로 잘한다면 순식간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인재가 나타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인재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너머 세상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BJ 대도서관을 위의 새로운 시대의 인재상과 연결해 보겠습니다.
1. 자신만의 독보적인 능력이 있는 스페셜리스트
: 단순한 게임 중계방송이 아니라 성우같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목소리 연기를 더해 남들은 못하는 창의적인 컨텐츠를 생산
2. 일의 본질을 파악하고 다양한 방면에 적용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
: 다양한 사회생활을 통한 스토리와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포인트를 방송에 녹여내 회사일과 전혀 다른 개인 방송을 성공적으로 수행
3.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크리에이터
: 남들이 아프리카 TV 자체에서 별풍선 (아프리카 TV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화폐로써 별풍선 1개에 100원이고 시청자가 원하는 만큼 방송 BJ에게 줄 수 있음) 을 많이 받기 위해 노력할 때 방송을 꼼꼼하게 녹화하고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려 광고를 달아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듦
개인 방송, 특히 게임으로 방송을 한다 하면 '무슨 쓸데없는 게임 하면서 얼굴 팔리는 개인 방송이나 하고 있냐'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을 통해 BJ 대도서관은 높은 수입과 함께 방송계에 진출하고 전 세계 최대 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의 광고 모델이 되었습니다. 정리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지속적으로 하며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 수 없는 자신만의 캐릭터와 내공을 만들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여 그에 부합하는 가치를 만들어내며, 창의적으로 이러한 가치를 이윤으로 창출하여 이러한 성공이 가능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사례를 설명드리느라 글이 조금 길어졌는데요, 한 마디로, 앞으로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들어가는 것이 풍족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해준다는 논리가 잘 맞지 않는 시대가 온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대졸 신입 사원이 아니고 직무 능력이 있는 경력직을 선호할 것이고 사람들은 직장을 수도 없이 옮기면서 그때 그때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갈 것이며 없던 직업이 생겨나고 있었던 산업이 몰락할 겁니다. 이렇게 예측 불가한 미래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가장 확실한 능력은 결국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없는 나만의 캐릭터와 능력, 이를 지속하는 의지와 실제 행동을 통해 깊어지는 사고력, 그리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않고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창의력‘ 입니다. 따라서 공부도 이 큰 방향성을 고려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춤은 안된다 만화는 안된다 등으로 가로막으면 이미 이러한 능력을 키울 싹을 잘라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저렇게 해보면 어떨까. 이걸 해보면 어떨까 저걸 해보면 어떨까.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 어렸을 때부터 무엇을 했을 때 가장 행복한지를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과목의 공부는 물론 매우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과목을 공부해봐야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고 또 많은 정보를 습득하며 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죠. 아, 여기서 말씀드리는 다양한 과목의 공부는 꼭 앉아서 하는 공부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 에 더 가까운 말입니다. 예술, 놀이, 친교, 여행, 스포츠, 공작, 봉사 등등 계획한 경험 외에도 예상치 못했던 경험, 남들은 하지 않는 경험들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큰 힘이 됩니다. 하지만 피동적으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그저 전과목 100점을 목표로 앉아서 공부만 하면 자기만의 색깔이 없는 무미건조한 90점짜리 학생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이런 학생들은 나중에 자기 삶의 길에 대한 고민의 순간이 찾아오며, 점점 기업과 사회에서도 이러한 스타일의 인재를 찾지 않아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늦지 않게 방향을 찾으면 좋겠으나 지금까지 인생의 목표가 누군가 시키는 성적 100점이었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이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세상과 본인을 위한 길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방황의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학업 우등생만이 답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공부도 재능이 있고 적성이 맞아야 잘합니다. 세 시간 내리 앉아서 집중할 수 있는 아이가 있고 세 시간 내리 밖에서 뛰어놀아도 지치지 않는 아이가 있습니다. 전자의 아이는 후자의 운동 실력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고 후자의 아이는 전자의 공부를 따라가기 어려울 겁니다. 공부를 잘해서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인생을 사는 타입의 아이들은 사실 따로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수 2NE1 의 CL 메이컵을 해주는 메이컵 아티스트 포니의 예를 보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포니는 디자인 전공자지만 화장이 너무 좋아 뷰티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인스타그램으로 인기를 얻고 뷰티 영상 유튜버로 활동하며, 최근 2NE1 의 CL 메이컵 아티스트가 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유명세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많은 어른들은 학생들이 화장을 하면 못하게 하는 데에만 집중합니다. 사실 나의 자녀가 제 2의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졌을지 모름에도 말이죠. 반대로 그럼 학생 입장에서 ‘내가 화장하는데 하지 말라고 하지 마세요. 난 공부 안 하고 화장할래’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하지만 그러려면 본인이 정말 화장이 좋아서 매진하는 것인지,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창의적인 사고로 미래를 보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답을 해야 합니다. 위 메이크업 아티스트 포니는 본인의 전공이 아님에도 스스로 뷰티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고, 인스타그램에 매일매일 메이크업 사진을 올리며, 유튜브에 메이크업 과정 등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연구하며 행복해할 정도로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실력을 쌓았습니다. 단지 공부하기 싫으니까 화장할래 정도의 마음이라면 화장이 좋아서 화장하는 사람을 따라가기 어렵고 본인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사실 학생 때는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아직 세상에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많고 자신의 능력도 완전히 영글지 않은 상태라 어느 한 길을 정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죠. 오히려 다양한 걸 해보는 것이 나중에 훨씬 큰 도움이 되고 하다가 다른 걸 해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쿨하게 이것저것 해보고 자신의 적성을 고민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앉아서 공부를 하더라도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나를 발견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여정으로 생각하고 공부하면 그 시간이 단지 괴롭고 지루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대신 어떤 것이든 자신이 선택한 것을 할 때는 흥미와 열정을 가지고 조금 깊이 들어가 보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바뀌고 기업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고 있습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도 바뀌고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잘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이를 위한 공부가 나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지금 한국 학생들처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김연아 같은 독보적인 인재를 배출하는 세계 ‘초-능력자’ 국가가 될 겁니다. 그런 가슴 떨리는 기대를 하며 오늘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고 우리 아이는 무엇을 할 때 집중하는지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지요.
P.S : 몇몇 분께서 여쭤보셔서 첨언하면 이 글을 쓴 제가 민사고 수석 출신이라, 쑥스럽지만 본 글에 대한 흥미를 조금이나마 높이고자 제목을 위와 같이 붙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