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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Mar 02. 2017

내가 만나는 사람들

불행이다.


주변에 온통 뛰어난 사람들뿐이니 말이다.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아줌마’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이들과 내 상황을 비교하고 있노라면 우울한 느낌은 금세 배가 된다. 아무래도 목표를 실행하기에 시간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입장이다 보니,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도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느끼게 하는 데 한몫한다.


내 상황에 맞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나는 열심히 기어가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잘 뛰어갔고 잘 날아갔다. 


몇 년간 사업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친구는 빛을 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SNS를 통해 소식을 듣게 된 후배는 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올랐다. 워킹맘으로 고군분투하며 지내고 있는 친구들도, 그렇게 버티다 보니 더 좋은 기회가 왔다. 그녀들의 출장 스토리는 부럽기까지 하다. 다들 각자의 터전에서 자리를 잡았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기도 했다. 


내 주변에만 이상하게 잘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니다. 집으로 배달 온 택배 상자 안의 베스트셀러 저자는 내 나이와 몇 살 밖에 차이가 안 난다. 똑같은 10년 동안 이 사람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었고, 나는 ‘예전에 만약 내가 그랬더라면’이라는 문장만 되뇐다.


애꿎은 남 탓 찾기가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다. 나는 그대로인데, 주변 사람들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여기기 시작한 때. 느닷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한 때. 그리고 불행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때.


남들과의 비교는 사실 참 우습다. 모두가 동등한 상황에 있기란 힘들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서로 다른 사람들인데 어떠한 기준으로 우위에 있음을 혹은 하위임을 결정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 맞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이것이 얼마나 건방진 생각인지 인식하지 못했으나, 요즘 간혹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보이는 어린 친구들을 만날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이것이 연륜이라는 것일까. 그들은 티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작은 행동에서 그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면, 그 당시 나를 지켜보던 선배들도 같은 마음이었겠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섣불리 상대방을 하대 평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설사 나랑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 위치에 있는 이유는 분명 있으며 연륜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못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면 그만이다. 나의 노력과 시간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부러울 수는 있다. 욕심이라는 것이 있으니, 내가 없는 것을 상대방이 갖고 있다면 질투가 날 수도 있다. 재능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질투가 난다면 나 또한 더 노력해볼 수도 있다. 물론, 잘못된 편법을 통해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당장에는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은 언젠가 진실을 밝혀주는 법이기에 이런 케이스는 무시해 주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행운이다.


주변에 온통 뛰어난 사람들뿐이니 말이다. 이제는 ‘아줌마’라는 타이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좋은 재능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멋진 사람이라고 여기게 되어서 좋다. 아무래도 목표를 실행하기에 시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이렇게 자신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계속되는 이상 나 역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다. 


내 상황에 맞게 열심히 살고 있다면, 이미 잘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뛰어가는 사람, 날아가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곧 내 손을 잡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대신, 조건이 있다. 


‘부러움’은 필수다. 부러운 마음이 든다는 것은, 나도 갖고 싶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해주고 있다. 나도 갖고 싶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 지금보다 어떻게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핑계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들어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읽은 글 때문이다. 한 유명한 분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재테크 관련 칼럼이 한 동안 뜸하게 올라오던 때였는데, 오래간만에 그녀가 올린 글을 읽고 있자니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차에서 김밥을 먹고,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상담하고, 회의하고, 넘겨야 하는 원고 쓰고, 새벽에 집에 들어와 잠시 잠을 청하고, 다시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최근 계속되다 보니 카페에 올리는 글이 조금 더뎌졌다는 내용이었다. 내 상황에서 아무리 바빠진다고 해도 이 정도로 바빠질 것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열심히 물속에서 발을 저어야 물 밖으로 우아한 자태를 뽐낼 수 있는 것이다. 유명한 이유, 전문가가 된 이유,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어떻게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할 수 있을까. 


늘 그렇듯이 잘 되고 싶다면,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다면 대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라면, 즉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 확신할 수 있다.


주변에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행운이 더 큰 행운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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