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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Aug 25. 2017

미루는 행복과 지금의 행복

너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은 엄마의 편지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겁니다.”

– 프랑수아 를로르 [꾸뻬 씨의 행복 여행]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우면 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


오늘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생각하며 실실 웃고 있을지, 속상했던 일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베개를 적시고 있을지, 아니면 이런저런 생각 따위는 귀찮고 그저 빨리 무념무상의 상태로 진입하고 싶을지 엄마는 알 수 없다. 아침에 방문을 열고 나오는 너의 얼굴을 보며 그저 짐작만 할 뿐이겠지. 


그런데, 그 짐작이라는 것이 대체적으로 맞다. 이상하게도 엄마는 안다. 말하지 않아도, 너에게 대략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다. 엄마 스스로도 신기하다. 아직 꼬마인 너의 얼굴만 보아도, 오늘 친구랑 뭔가 다투는 대화가 있었구나 혹은 친한 친구가 나오지 않았구나 등을 금세 알아내잖니.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한다. 나는 너의 엄마잖니. 


네가 학교에 들어가고 엄마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게 될 때가 오면, 그때는 정말 엄마는 너의 감정을 추측할 뿐일 것이다. 엄마에게 말하지도 않을 테고, 엄마 역시 너의 삶에 간섭할 수 없고,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입장이 될 테니 말이다. 그 시기가 왔을 때 엄마의 바람이 있다면, 그래도 네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짐작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들 한다. 학생 때는 입시를 위해 밤을 새우면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혹은 친구들과 성적으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대학만 들어가면 끝일 줄 알았던 공부는 취업과 자격증 준비를 위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차라리 공부 하나로만 힘들면 다행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부담감과 이제는 새롭게 부여되는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한 번에 많은 업무를 능숙히 해내는 멀티플레이어가 칭찬받는다. 굳이 별도의 특별한 시간을 내어 ‘힐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에서 네가 살게 되면 좋으련만, 어쨌든 지금은 ‘힐링’이라는 단어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을 만큼 쉼이, 여유가 없다. 자꾸 마음의 안식을 찾고 싶어 하는데, 그 방법을 알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힐링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값비싼 브랜드의 캠핑 용품이 있으면 더 좋겠고, 화려한 디자인의 운동복을 입으면 운동이 더 잘 될 것 같다. 바다를 찾기보다는, 바다와 가장 비슷한 것을 찾기 위해 돈을 들인다. 어렵다.


그런데, 엄마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더 익숙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사실, 삶은 힘든 것이 맞다. 그리고 우리는 경쟁 사회에 살고 있기에,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래야 한다. 그래, 네가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안도의 숨을 쉬기 전까지, 세상은 하루하루 너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주느라 바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 불행하고 힘들고 버거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생각만 하고 잠이 들기에는 너의 하루가 너무 짧고, 너의 청춘이 너무 짧고, 너의 인생이 의외로 짧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있고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오히려 더 많이 살 수 있을 것 같은 인생인데도 '의외로 짧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항상 지나간 시간은 아쉽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 말이다.


놓치기 아까운 너의 그 짧은 시간,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 지금 이렇게 고생한다고 하지만, 그 나중의 순간이 온다면 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 '그 순간의 나중'을 기약하며 여전히 힘들어 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말이다.


행복을 미룰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 행복이 이루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웃을 수 있는 순간이 바로 행복한 시간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힘들게 보냈다고 느꼈던 너의 하루에도 분명 웃음이 함께했던 순간이 있었다. 어제는 느끼지 못했던 햇살의 따뜻함도, 마침 오늘 입고 싶었던 옷이 깨끗하게 잘 준비되어 있었던 것도, 읽고 싶었던 책을 발견하게 된 것도, 예상치 못했던 휴식 시간이 생겼던 것도 모두 너의 미소와 함께했던 시간 아니었을까.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우면, 의도적으로 오늘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의 행복했던 순간을 찾으며 잠드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너의 꿈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중 말고,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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