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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Mar 15. 2018

다시 만나러 돌아갈 수 있는,
놀라운 힘

사랑

영화나 책에서 접하는 사랑은 대부분 남녀 간의 사랑이었다. 연애 시절에 만난 사랑은 말할 것도 없이 언제나 달콤했고, 달콤하기에 사랑은 당연히 남녀 간의 것이었다. 사랑은 언제나 그랬다. 봄에 붙는 온갖 수식어는 다 가져와도 좋을 만한 그런 사랑은, 시작하는 사랑 그리고 남녀 간의 사랑이었다. 


나이가 점차 들어가면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그리워진다. ‘사랑’은 과거가 된다. ‘사랑’은 추억이 된다. 두근거림과 설렘과 달콤함의 사랑은 젊음과 함께한다.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고 냉정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 귓가를 간지럽히는 가슴 뛰는 사랑보다는 잔잔한 사랑이 남기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부모가 되고 나서 사랑의 대상이 아이로 옮겨지는 만큼,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일까. 멜로/로맨스 영화로 구분되는 ‘다시 만나러 갑니다’는 나에게는 오히려 ‘가족 영화’에 가까웠다.  


수아(손예진)와 우진(소지섭)의 연애는 썸 타는 연애보다는 원래부터 당연히 그렇게 있어야 했던 연애다. 아쉽게도 시작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누구 한 명의 짝사랑으로 시작된 연애가 아닌 서로 함께 두근대며 좋아했던 연애였기에 그랬다. 그리고, 아들 지호가 있었기에 당연히 그렇게 진행되어야만 했던 연애고 사랑이었다.  


죽어서 구름나라에 갔지만, 아기 펭귄이 보고 싶어 비가 오는 날 다시 이승으로 내려온 엄마 펭귄. 비가 오는 동안 아기 펭귄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엄마 펭귄은 장마가 끝나자 다시 구름 나라로 올라간다는 내용의 동화책을, 엄마는 아들 지호에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엄마는 진짜 구름나라로 떠난다. 때문에 지호는 엄마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매일 기우제를 지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순수한 어린이다.  


비가 오던 어느 날, 기차역에서 엄마를 진짜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구름나라에 갔던 엄마를 기적처럼 다시 만날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은 남편의 그리움보다는 아이의 간절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이면 어때? 엄마잖아.” 그저 엄마를 다시 만나고 싶었던 마음이 절실하다. 이미 어른이 되어서의 간절함은 대게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가면서 품는다. 실행 가능성을 따져가면서 바라기에, 스스로가 어느 정도 믿음을 정리한 상태다. 하지만, 아이는 현실, 실행 가능성 따위는 따질 수 조차 없다. 원하면 원하는 그 마음 그대로 믿는다. 아이의 간절함만큼 신이 거절하기 힘든 것이 있을까.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 수아는 남편인 우진도, 아들인 지호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들의 집에 들어오고, 첫날부터 지호와 한 침대에서 같이 잠들고, 아침을 차려줄 수 있었던 것은 우진이라는 낯선 남자가 아닌 귀여운 아이 지호 덕분이었다.  


잠시 우진과 헤어지게 되었던 대학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서 몇 주간 깨어나지 못했던 시간. 그 시간 동안 우연히 8년 후 미래를 경험한 수아는 대학원도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진과의 결혼을 감행했다. 미래에 그들이 가족이라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픈 상황임에도 아들을 위해 운동회에서 온 힘을 다해 달리다가 결승선 앞에서 쓰러진 아빠.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도 창피하지 않다는 아들. 아빠는 나 혼자 두고 떠나지 않을 거라는 약속을 받아내는 아들. 장마가 끝나면 다시 아내가 떠날까 봐, 매일 기찻길을 나뭇가지로 막아놓는 남편. 자신이 곧 다시 구름나라로 돌아갈 것을 알고, 아들에게 계란 프라이 만드는 법, 청소하는 법, 빨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엄마. 나를 낳지 않았으면 엄마가 아프지 않고 아빠랑 오래 살았을 것이라며 울먹이는 아들. 너를 낳기 위해 아빠를 만난 것이라고 말해주는 엄마. 아들 지호가 20살이 될 때까지 전달해 달라며 미리 준비한 생일 카드들을 부탁하는 엄마. 


우진과 수아가 처음에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되짚어가며 달달하게 진행되는 장면들보다 더 눈물샘을 자극했던 부분들은 모두 가족 간의 사랑을 다룬 부분들이었다.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진한 웃음으로 생각할 수 있어 감사했다. 


그리고, 새삼 느낀다.  

이런 가슴 따뜻한 사랑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바른 사람’이라는 당연한 진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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