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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Nov 19. 2018

유능한 사람이란

난 뭘 보여줘야 했을까? 컴퓨터 코딩을 배우는 데 100시간 가까이 투자했고, 정신력 향상을 위해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게다가 방탄 커피도 마셨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적당한 수면을 취하려 노력했다. 심지어 스스로 뇌파를 적절히 조절하도록 훈련하는 뉴로피드백도 시도했고, 명상도 해보았다. tCDS를 받았고, 머리 뒷면에 레이저를 쏘기도 했다. 두뇌 기능 향상 식품도 먹었다. 하지만 스마트해지기 위해 이렇게 많은 방법을 동원한 결과, 전보다 더 바보가 되었다는 느낌만 남았다.

- 칼 세데르스트룀, 앙드레 스파이서 [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


쉽게 지갑을 열게 하는 방법으로, 불안한 마음을 공략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또 있을까.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 불안하시죠? 우리 학원으로 오면 미리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습니다. 점점 더 깊어지는 눈가 주름, 불안하시죠? 이 아이크림만 꾸준히 발라준다면 주름 걱정 끝! 점점 축 쳐지는 뱃살, 건강도 몸매도 모두 잃는 것 같아 불안하시죠? 이 운동 기구만 꾸준히 한다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개 이런 논리에 지갑을 열게 되잖니.


불안을 이용한 마케팅이 빛을 발하는 분야가 또 있다. 다름 아닌, 자기 계발의 세상이지. 자기 계발에 쓰이는 시간과 돈은 아까운 마음이 전혀 들지 않거든.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만 파고들기에는 세상의 기술이 너무나도 빨리 변하고 있고, 업무 외에 배워두면 좋다고 하는 것들이 셀 수도 없지. 한 숨 돌리고 싶어도 위에서는 공부하는 관리자를 원하고, 밑에서는 이미 실생활에서 최신 트렌드를 흡수하고 있는 후배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 뭐라도 붙잡고 있어야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장의 업무와 관련이 없을지라도, 시간을 쪼개서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게다가 말 그대로 자기 계발이니 손해 보는 것도 없다고 여겨지겠지.


그런데, 힘들게 시간을 들여가며 이런저런 자격증을 모았다고 치자. 그 자격증이 유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남들이 그리고 사회가 필요하다고 하는 능력들을 다 갖췄다고 해서 똑똑한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엄마가 생각하기에, 유능한 사람이란 무엇보다도 자신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불필요한 일에 자신을 소진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잘 알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사람 말이다. 남들이 꼭 해야 하는 것이라며 부담을 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나에게 맞는 것인지 맞지 않는 것인지 판단하고 실행에 옮길 줄 아는 사람 말이다. 못하는 것이나 내가 잘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분야라면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사람, 못하는 것을 포기한 시간에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진짜 유능한 사람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다 잘할 필요도 없다. 다 해낸다고 유능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있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사람. 그런 사람은 오히려 다른 사람이 빛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사람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여기게 만드는 사람이다. 유능함에 대한 잘못된 인식 탓에, 자신을 태워 없애기만 하면서 혼자서만 고생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처럼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


게다가 모두가 하는 자기 계발을 어떻게 자기 계발이라고 할 수 있겠니. 학창 시절, 관심도 없고 잘하지도 못하는 과목을 억지로 해야만 한다며 불평불만이었지.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싫었던 그 행동을 자진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니. 모두가 하는 자기 계발은 모두가 해야 했던 학교 공부 중 또 다른 과목일 수밖에 없다.


불안한 마음이 크다는 것은 잘 알지만, 자기 계발이 짐으로 느껴진다면 그때는 더 이상 자기 계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를 계발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불안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즐거움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상, 이미 너는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한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시키는 자기 계발이 아니라, 너에게 꼭 필요한 자기 계발로 진짜 유능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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