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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Nov 14. 2018

사랑받을 만한 사람

내가 사랑받을 만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사랑할 수 있다고 믿기 어렵다. 당신이 날 사랑하는 모습은 나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사랑스럽지 않다는 걸 아니까. 나를 향한 당신의 감정은 진짜일 리가 없고 신뢰할 수도 없고 지속될 수도 없다.

- 너새니얼 브랜든 [자존감이 바닥일 때 보는 책]


엄마도 SNS를 좋아한다. 특히, 말도 못 하고 밤낮없이 보채기만 했던 너의 어린 시절에는 SNS가 엄마의 정신 건강에 큰 역할을 했었지. 사람들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외출이 어려워 집에 콕 박혀있는 상황이 되니 너무나도 사람이 그리웠거든. 세상과 단절된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자주 만나지 못해도 SNS 덕분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친구들의 상황에 참견도 하고 잔소리를 받을 수 있었다. SNS가 지속적인 관계를 가능하게 해 준다고 믿었다. 


감사하게도 너는 잘 자라주었고, 엄마도 SNS를 통한 온라인 만남에서 벗어나 다시 오프라인 만남을 넓혀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을 대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독박 육아로 힘들어하던 시절, 고립되었다고 느꼈을까. 왜 누군가를 자주 만나지 못한다고 잊혀질까 두려워했을까.


사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지내서 맨날 만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분기별로 한 번씩 만나도 자주 만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모두 바쁜 일상을 살고 있으니까. 게다가 반년 만에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친한 친구라면 6개월이라는 공백은 아무것도 아니다. 시간을 초월하여 언제 만나도 어제 만난 친구 같은 사람이 있다. 만남의 숫자가 관계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그런데 1년이라는 집에만 있던 시간 동안, 엄마는 왜 그렇게 우울하고 무서웠을까. 너를 만나 행복한 것과는 별개로, 엄마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건강도 모두 후퇴하는 것만 같았거든. 낮은 자존감은 스스로를 숨기게 하고 싶었다. ‘괜찮다’라고 수없이 외치는 네 아빠의 말도 불신 그 자체였다. 왜? 엄마 스스로 부끄럽다고 느끼고 있었으니까. 내가 나를 잘 아는데 나는 지금 형편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형편없는 나에게 괜찮다고 대놓고 거짓말을 하다니. 매일 가족으로 만나는 네 아빠의 말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다른 사람들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예의상 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을 테니 말이다. 


특별한 계기는 기억나지 않는다. 바깥바람을 맞고 싶던 날씨였고, 잠깐이었지만 너와 웃으면서 걸었던 산책길이 좋았다. 집에 와서 거울을 봤을 때, 생각했다. 음, 나쁘지 않은데? 그리고 약속을 잡았다. 엄마를 대하는 상대방의 태도는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아마, 그때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엄마는 정말로 고립되고 잊혀졌을 것이다. 


꼭 상대방과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아도,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내 마음속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내가 자신감이 넘치면, 누군가와의 만남이 즐겁게 여겨질 것이다. 자꾸 사람을 만나고 싶겠지. 상대방과의 유쾌한 만남을 상상하며 외출 준비를 한다. 내가 자신감이 없다면, 혼자만 있고 싶을 확률이 높다. 괜히 실수를 할까 봐, 능력이 없는 것이 들통날까 봐, 손가락질 당할까 봐. 누군가와의 만남은 부담스럽다. 그리고 상대방 역시 나를 만나기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밖으로 나가면 모두 나를 피하겠지. 이미 내 마음속에서는, 내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만나지도 않은 상대방과의 관계가 모두 정리가 됐다. 나를 대하는 상대방의 마음까지 모두 주고받은 것 같이 말이다.


사랑받을 만한 사람의 비결은, 자신을 향한 자신감이다. 스스로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마음속에서 상대방과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보자. 그 기분으로 상대방을 만나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상상해보자. 스스로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시작도 전에 게임 끝일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믿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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