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조흐 Dec 02. 2019

양세형이 묘비에 남기고 싶었던 말

그리고 내 묘비에 남기고 싶은 말

그런 표정으로 서 있지 말고
옆에 풀이나 뽑아라
그게 나의 계획이었다


위 말은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양세형이 자신의 묘비명을 생각하며 쓴 글이다. 

유언이라고도 볼 수 있는 자신의 묘비명을 직접 적어보는 일. 어쩌면 언젠가 죽음과 맞닿는 우리에게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일이지 않을까? 얼마 전 참석한 어느 모임에서의 주제도 자신의 묘비명을 적어보는 것이었다.


사실 죽음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크게 두렵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그저 평온하게 살다가 가기를 바란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기를 바라기도 하고. 모임에 참여한 어느 분은 사실상 평온한 죽음이란 없다고 했다. 죽음이란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으며, 긴 세월 내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오죽하면 "먼저 가는 데 순서 없다."라는 말이 있지 않겠는가?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나를 조금 더 돌아보고 객관적으로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다. 만약 미리 유서를 작성해둔다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참석한 모임의 주제인 <나의 묘비명>이라는 주제를 듣고 과연 내 묘비명에는 무엇이 적히면 좋을지 생각을 해봤다. 


모임의 메인 주제는 죽기 전 자신의 장례식장에 지인들을 초대하는 생전 장례식에 관해서였다. 생전 장례식에 초대하는 글을 적어보는 것이었는데 나는 생전 장례식을 우울하게 보내기 싫었다. 그래서 비록 죽기 직전의 장례식일지라도 가까운 지인들과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너무 슬퍼하지 말고, 추억을 함께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내기를 바랐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노래도 부르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하는 등.


다음은 나의 생전 장례식 초대장의 내용 중 한 부분이다.

환영합니다! 저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이렇게 초대를 받은 사람이라면 제 인생에 정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준 분이란 거겠죠? 저와 함께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영광입니다. 제가 그대들과 잠시 멀어진다고 해서 슬퍼하지는 말아요. 그저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뿐이에요. 소중한 가족들, 소중한 친구들, 소중한 사람들. 그대들과 함께라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잠시 멀어지기는 하겠지만 웃으면서 안녕해보는 건 어떨까요? 결국엔 다시, 어디선가. 머나먼 미래에 우리 다시 만날지도 모르잖아요! 비록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지라도요.
(중략)
다음 생애 또 만나서 인생을 함께 즐길 수 있기를.
Adios!

위와 같이 나를 찾아온 사람들이 우울하지 않고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이었기에 묘비명도 그런 식으로 한 번 만들어봤다. 공식용과 친구용이 있지만 여기서는 공식용으로 남겨보도록 하겠다.


왔어요?
오늘도 와줘서 고마워요!
보고 싶었어요.
조금만 그리워하고, 
조금만 머물다가고.
오늘은 더 행복한 하루
재미있는 하루 보내세요.
다시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내 묘비명에 남길 말은 위와 같다. 나를 보러 와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 그리고 그들이 조금 더 행복하고 재미있기를 바라는 마음. 다시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장례식에 대하여, 묘비명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생각해본 다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지,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살고 있는지를 한 번 되돌아봐야겠다. 


Q. 여러분의 묘비에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나 사용 설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