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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Dec 09. 2019

방법을 알고 나니 의외로 간단했다.

스마트폰으로 별을 찍을 수 있다고요?

몇 달 전 제주도에서 홀로 여행을 했다. 

어느 날은 동쪽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는데 <별빛투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한 번 신청해봤다. 별을 보고 싶기도 했고, 별빛투어에 가면 또 다른 관점으로 하늘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렇게 별빛투어에 갈 멤버들이 저녁에 모여서 각자의 차 또는 사장님의 차를 타고 별을 보기 좋은 어두운 오름으로 향했다. 이날은 유난히도 달이 밝았다. 도착한 뒤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봤다. 별빛투어를 담당해주시는 사장님께서는 별을 보기 좋은 날은. 달이 밝지 않고 구름이 많이 없는 맑은 날이라고 했다. 오늘은 달이 많이 밝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사진 찍기엔 좋은 날씨라고 했다.


따로 DSLR로 사진을 찍어주시기도 했는데. 가장 재밌었던 것은 스마트폰으로 밤하늘의 별을 찍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이었다. 내 폰은 갤럭시 노트 9인데, 안드로이드폰 중에서 DSLR과 비슷한 기능(노트 9는 카메라 '프로' 모드)이 내장되어있다면 별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폰으로 별 사진을 찍는다니... 가능한 일인가?" 설명을 듣기 전에는 폰으로 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방법을 알고 나니 의외로 간단했다.

그러나 방법을 알고 나니 폰으로 별 사진을 찍는 것이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카메라를 프로모드로 전환하고 설정만 조절해준 뒤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게 삼각대로 고정해서 밤하늘을 촬영하면 한 장의 멋진 별 사진이 만들어졌다. 꼭 삼각대가 없더라도 차 위에 폰을 뒤집어서 올려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찍어도 되는 것이고. 별빛투어를 신청한 어느 아저씨와 나는 밤하늘의 별을 촬영하기도 하고, 인물사진이 어느 위치에서 잘 나오는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서로를 찍어주기도 했다. 내가 셀카봉을 하나 빌려드리기도 하고.


50대 아저씨의 폰은 노트 9보다 상위 버전인 갤럭시 S10이었는데. 확실히 카메라도 업그레이드되었는지 야경도 S10이 훨씬 더 잘 나왔다. 그래서 아저씨께 사진 좀 찍어달라 하고 서로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게하 사장님께서 홀로 나무와 함께 별들을 예쁘게 찍어주시기도 했지만. 내 폰으로 직접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찍은 별 사진이 더 기억에 남는다. 더 자연스럽게 찍히기도 했고. 더 마음에 들기도 하고. 


이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사용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최신 기종, 최신의 장비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최신의 것이 있더라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 


우리는 괜히 좋은 장비만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튜브를 해본 사람들은 처음 시작할 때 100~500만 원대의 좋은 장비부터 사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먼저 시작해보라고 한다. 기타를 치더라도 50~60만 원 정도의 악기를 먼저 구매하지 말고, 학원에서 미리 쳐보거나, 10만 원대의 악기로 먼저 시작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며칠 하지도 않고 장식품이 되기 전에. 미리 사전에 발을 담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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