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영화 <싱글라이더>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순간의 꽃>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간다.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이, 가족이, 연인이 보이지 않는다. 영화 싱글라이더의 주인공 이병헌(강재훈 역)도 그렇다. 업계 2위 잘 나가는 증권회사의 지점장 강재훈(이병헌). 안정된 직장과 반듯한 가족,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하고 살아온 그에게 하루아침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찾아왔다. 회사 내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된 것이다.
2년 동안 호주로 떠난 아내와 그의 아들을 위해 일만 하며 살아온 그에게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이야기다. 자유, 그리움, 시간. 모든 것을 바쳐 일했지만 돌아온 것은 친척, 지인, 고객들의 외면뿐. 그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이기에, 그들도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지쳐버린 그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복용하기에 이른다. 어느 순간, 너무 힘든 나머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족이 있는 호주로 떠나게 된다.
과연 그에게는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가? 일만 하며 사느라 가족을 신경 쓰지 못하며 살아와서인지. 호주에 사는 가족에 대한 정보라고는 집 주소밖에 알지 못한다. 기러기 아빠로 살아온 그가 너무 안쓰러웠다. 가장 가까운 사이가 가족이라지만. 아내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환경. 모두 서로가 선택한 상황 일 테지만, 실제로 그것을 감당하기는 쉽지가 않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는 더더욱.
어려운 시기에 가까운 가족조차 없는 그였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호주로 떠난다는 결정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 않았을까? 모든 연락을 끊은 채 가족만 보고 호주로 떠났지만. 그의 아내 수진의 집에 도착한 그는 큰 좌절을 하고 만다. 수진과 함께 이웃집 남자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는 수진을 아는 채 하려던 재훈은 생각을 고치고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다.
이러한 일을 겪은 재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모든 세상이 무너져버린 기분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가족마저 믿지 못하게 된 심정을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이야기는 우연히 마주친 호주의 유학생 지나(안소희)와 함께 전개된다. 호주로 유학을 온 지나도 몇 년 동안 알바로 모은 돈을 호주에 오자마자 사기를 당해서 모두 잃게 된다. 모든 것을 잃은 두 남녀의 이야기. 재훈은 일만 하느라 가족을 챙기지 못했고, 지나는 알바를 하느라 자신의 인생을 챙기지 못했다.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지금은 일에 집중하고 나중에 즐겨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그 ‘언젠가’와 ‘나중에’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 속 재훈과 지나의 상황처럼 말이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의 ‘현재’를 더욱 소중히 하며 살아가라는 것이 아닐까? 더 큰 성공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살아가더라도 현재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시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일 것이다. 내일과 미래, 나중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순간의 꽃>
시인 고은의 <순간의 꽃>에 나온 내용처럼. 지금의 삶에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조금 더 천천히 현재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많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순간순간을 소중히 살아가며 오늘 하루라도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것도 좋고, 일은 잠시 접어두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의 순간에 더욱 집중하여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당신의 순간이 어제보다 더 빛나기를, 행복하기를, 소중하기를 바란다. 순간과 시간, 사람이 중요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