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에 숨겨진 살이 찔 수밖에 없는 비밀, 해빗의 관점
요즘에는 주로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 먹지만, 그 이전에는 배달 음식을 통해서 끼니를 해결했다. 자취를 하다 보니 만들어진 음식을 받아서 그대로 먹는 게 편하기도 했고, 요리하는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매일 배달음식을 시켜 먹다 보니 지출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맛이 보장된 곳을 선택하느라 주문하는 가게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매일 비슷한 음식들을 먹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문한 음식들의 맛도 중요하지만, 영양학적으로 균형 있는 식단을 먹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 같다. 돈가스를 주문하는 경우에는 보통 돈가스와 함께 단무지, 고추 피클, 미소된장국, 김치 정도가 추가로 따라온다. 참치 비빔밥을 주문하는 경우에는 참치 비빔밥과 함께 김치, 단무지, 국 정도가 올 것이다. 떡볶이와 순대를 주문하면 떡볶이와 순대외에는 다른 반찬이 없다.
가게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배달음식은 보통 집 밥보다는 상대적으로 반찬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이점이라면, 가게에 가서 직접 먹는 것보다 배달 음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배달 용기 비용도 포함되어 있고, 배달비, 기타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수많은 배달 음식들을 먹어보고 느낀 점은 배달음식의 가격이 높은 대신에 양을 많이 준다는 점이다.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경우에는, 최소 주문 금액이 8~9천 원 이상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주문 금액이 12,000원~15,000원인 곳도 있기 때문에 1인분의 음식이 필요한 혼밥족에게는 매 끼니마다 먹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원하는 가게에서 주문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춰야 하는데, 메인 메뉴를 1개 고르고도 최소 금액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추가로 콜라, 감자튀김, 삶은 계란 등의 사이드 메뉴를 추가할 수밖에 없다. 또는 메인 메뉴를 1개 더 주문해서 냉장고에 바로 보관한 뒤 다른 식사 시간에 먹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소 금액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사이드 메뉴를 추가하다 보면, 결국엔 평소 먹는 양보다 많이 시키게 되고, 배달음식을 받은 뒤에는 주문한 음식들을 그대로 먹다 보니 자신의 한계치를 초과해서 먹게 되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주문한 음식의 양을 보고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양보다 초과된 양이라고 생각해서 접시에 덜어서 냉장고에 보관할 수도 있겠지만 매번 그러기는 쉽지 않다.
습관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앞서 말한 배달음식의 특징은 살이 찔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음식과 습관의 연관성에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으니 공유하도록 하겠다. 이를 본다면 앞선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실험 참가자에게 며칠간 치즈 파스타를 일반적인 양(1800칼로리)으로 제공했다. 참가자 대다수가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평균 1700칼로리). 그리고 나중에 음식량을 50퍼센트 더 늘렸더니(2600칼로리) 피험자의 식사량은 43퍼센트 늘었다(평균 2400칼로리). 식사를 마치고 질문했을 때 모든 사람이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늘 먹던 양이죠." 이게 사실일까? 물론 아니다. 그들이 먹어치운 파스타는 고등학생 장거리 사이클 선수에게나 적당한 양이었다. _<해빗>, p99
위 사례에 나온 실험 참가자는 처음 며칠간은 실험에 제공된 일반적인 양(1800칼로리)의 치즈 파스타를 먹었다. 그리고 다음 며칠간은 음식량의 50퍼센트를 더 늘린 2600칼로리의 치즈 파스타를 받았는데, 피험자의 식사량(평균 2400칼로리)은 43퍼센트가 늘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양보다 600칼로리를 더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이 먹은 양을 평소와 같이 착각했다.
이는 배달음식을 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앞서 본 것처럼 배달음식은 가격이 높게 측정된 대신에 양을 많이 준다. 자신이 주문한 배달음식들을 보고 평소보다 양이 많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앞에서 본 치즈 파스타 실험의 사례처럼 배달음식을 받은 그대로 먹을 확률이 높다. 물론 음식의 양이 평소보다 많을 경우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사례를 하나 본다면 평소에 우리가 "자신이 얼마나 먹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진은 22일간 참가자들에게 매일 먹을 것을 제공했다. 첫 11일간 일부 참가자에게는 보통의 양을, 다른 참가자에게는 50퍼센트 더 많은 양을 제공했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에게 원하는 만큼 먹어도 된다고 안내했다. 그런 다음, 2주간 휴식기를 둔 후 다시 연구를 재개했다. 이번에는 11일간 음식의 양을 반대로 제공했다. 더 많은 음식을 받은 참가자들은 보통의 양을 받았을 때보다 하루에 423칼로리를 더 먹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의 양이 특별히 더 많아졌다고 느끼지 못했다. 제공되는 음식량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을 똑같은 비율로 먹었다. 그 결과 보통의 음식량을 제공받았던 앞의 11일에 비해 더 많은 음식량을 받은 11일간 그들은 모두 합쳐 1인당 4,636칼로리를 더 섭취했다. _<해빗>, p98
실생활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의 양은 몇 주 사이에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직접 요리를 하든 주문을 하든, 대개는 우리가 스스로 음식의 양을 주체적으로 결정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그러나 이 연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의 식사는 내부 신호가 아닌 접시 위에 남은 상대적인 양, 즉 외부 신호에 의해 중단됐다. 눈앞에 음식이 남아있는 한, 우리의 식사는 계속되는 것이다.
실제 연구 사례를 살펴보니 배달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찌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 경험만 해도 그렇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때는 매번 배가 불렀다. 그저 "양을 많이 줬나 보네", "이 집은 양을 많이 줘서 좋다"라면서 만족감을 느꼈을 뿐이다. 하지만 매일 배가 부를 만큼 한계치를 초과해서 먹었으니 자연스럽게 살이 찌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양에 맞게 적절하게 조절해서 먹으면 그만이다. 고백하자면 얼마 전에도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돈가스의 양이 거의 2인분에 가까웠다(이는 리뷰를 통해 미리 확인한 사실이다). 이번에는 책 해빗을 통해서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원리를 알았으니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 미리 '지금 당장 먹을 수 있는 양을 제외한 나머지 분량'의 돈가스를 접시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그리고 남은 돈가스와 반찬으로 식사를 풍족하게 하고, 냉장고에 넣어둔 여분의 돈가스는 저녁으로 맛있게 먹었다. 미리 음식의 양을 나눔으로써 1번의 주문으로 하루 2끼를 해결한 것이다.
배달 음식의 양이 자신에게 꼭 맞는다면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만, 나처럼 배달음식을 먹을 때마다 매번 배가 너무 부르고, 너무 많이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과식은 언제나 몸에 좋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뷔페에 잘 가지 않는 이유도 어쩌면 몸이 본능적으로 많이 먹는다는 행위를 피함으로 생기는 현상이 아닐까?
물론 앞으로도 꾸준히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테지만, 이제는 의식적으로 양을 잘 조절해서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