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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Jul 27. 2020

새로운 백수의 탄생을 알립니다(feat. 퇴사)

입사 2년 만에 담 걸려서 퇴사한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얼마 전 담에 심하게 걸린 적이 있다. 목이 뻐근하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못했다. 갑자기 찾아온 담에 매우 당황했지만 언젠가 또 한 번 이런 적이 있었기에 담을 푸는 방법을 유튜브로 찾아보고 다양한 대처법을 사용했다. 어느 영상에서는 머리 윗부분의 정 중앙을 꾹 눌러주면 된다고 하고, 또 다른 영상에서는 담이 걸린 부위를 가볍게 잡아준 뒤 고개를 돌려주며 스트레칭을 하라고 했다. 


담이 걸린 게 너무 서러웠다. 담 걸렸을 때 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사용해봤지만 잠시 좋아졌을 뿐 오히려 통증의 강도는 심해졌다. 일상생활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도 했다. 문득 과거에 지금보다도 훨씬 더 심하게 담이 걸렸던 경험이 생각났다. 그 당시의 고통에 비하면 지금의 담의 고통은 새 발의 피였다.


지금으로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5~6년 전쯤의 일이겠다. 그 당시의 나는 일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라서 하루 온종일을 '일'만 하며 살아갔다. 밥을 먹을 때도, 휴식을 취할 때도, 바다를 보며 멍 때릴 때도, 친구랑 놀 때도, 심지어 머리를 식히기 위한 해외여행에서도 데이터 로밍과 호텔 와이파이를 활용하여 일을 했다. 안 그래도 해외여행이라 짐이 많은데 가방에 노트북까지 들고 다녔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오죽했으면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너랑 여행 갈 때 노트북 없이 일 안 하고 같이 편히 쉬는 게 내 소원이다"라고 했을까. 과거의 나를 반성하고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본다. 


이렇게 '일-노트북'과 하나가 된 삶을 2년째 지속하는 중에 갑자기 담이 찾아왔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담에 걸리니 가만히 앉아서 일을 할 때도 몇 분에 한 번씩 통증이 발생했다. 고개를 돌리기는커녕 가만히 앉아 있기도 쉽지 않았다. 대표님께서 퇴근하고 좀 쉬라고 하셨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늘 할 일을 무사히 마쳐야 했기에.


그렇게 스스로를 돌보지 않다 보니 담은 점점 더 심해졌다. 통증의 정도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담이 몇 주 동안 가라앉지 않으니, 대표님께서 주위에 잘 아는 한의원이 있다고 거기에 데려가 주셨다. 이렇게 이름 있는 한의원에 다녀보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담이 잘 낫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심한 현타가 찾아온다. "나는 무얼 위해 일하는가?"에서부터 "건강을 잃어가면서 일을 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왜 일만 하며 살아왔을까?",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텐데", "아직 못 해본 게 많은데..."등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에는 이런 질문에 이르게 된다.


"퇴사할까?"


대표님과 함께 3년 뒤, 10년 뒤의 미래를 꿈꿨기에 '퇴사'라는 단어는 생각지도 못했다. 대표님도 나와 함께 나아가는 미래를 위해서 플랜을 짜두셨다. 이런 나에게 '퇴사'라는 생각이 떠오르다니. 일에 대한 열정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기 때문일까?. '퇴사'라는 생각이 드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내 모든 시간과 열정, 자산을 불태운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퇴사'라는 결정을 내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쉬고만 싶었다. 퇴사를 한 뒤에는 그냥 집에서 하루 종일 잠이나 자거나, TV를 보거나, 여행이나 다니고 싶었다. 바다를 보며 멍을 때리던지. 


대표님께 퇴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와 함께한 기나긴 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회사에서 보낸 수많은 순간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지쳤던 것 같다. 사람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더니. 그 순간의 나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대표님께서는 "네가 요즘 어느 정도 힘든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 일 줄은 몰랐다.", "네 의사가 그렇다면 그렇게 하자.", "대표로서는 퇴사하는 걸 막고 싶지만, 형으로서는 그런 결정을 존중한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뒤로는 "이왕 마음먹은 거 빠르게 퇴사를 하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하셔서 남은 일들을 처리하고, 인수인계를 한 뒤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나의 대표님. 팀의 리더이자, 형, 아버지, 스승 같은 존재. 그런 대표님에게는 너무 죄송한 일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심신이 지친 '나의 상태'가 더 중요했다. 그렇게 퇴사한 뒤로는 1~2년 정도의 안식년을 가지게 된다. 제주도에 가서 살아보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작정 도전해봤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봤다. 일만 하며 살 때는 몰랐던 다양한 경험들을 하며 살아갔다.


갑자기 찾아온 '담'은 내 인생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지금은 '퇴사'라는 결정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용기를 낸 단 한 번의 결정으로 인생이 달라졌다. 퇴사를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으며, 내 인생이 한층 더 재미있어지고, 온전히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담'이란 나에게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에 찾아온 2번째의 담은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일까? 이번에 '담'에 걸리면서 깨달은 점은 일상 곳곳에 감사할 일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담에 걸리니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일부터 빨래를 하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일을 하는 등. 평소에 하던 행동들이 모두 어렵게만 느껴졌다. 


원래 하던 일들이 쉽지 않아지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러면서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 이전보다 더 자유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졌지만, 그만큼 책임을 질 부분들도 많아졌다. 내 컨디션은 내가 챙겨야 되는 것이고, 내 건강도 내가 챙겨야 하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이번 담이 준 교훈은 '일상에 대한 감사함 느끼기'와 '건강 챙기기'이다. 첫 번째 담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듯이, 두 번째 담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요즘은 몸이 회복되어서 담에 걸리지 않도록 자세도 바로잡고, 컨디션도 잘 챙기고 있다. 올해 건강검진도 받고, 꾸준히 운동해서 건강 관리도 할 것이다. 최근에는 매일 아침 산책을 하고 있다. 일상에 대한 감사 일기를 쓰기도 하고. 


언젠가 찾아올 세 번째 담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지금의 순간에 집중하고, 일상을 건강하게 살아가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인생을 살아가야겠다.

이 글은 미래에 찾아올 세 번째 담에게 바치는 글이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오늘 하루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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