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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Aug 03. 2020

글쓰기에 권태가 찾아오는 이유

새로운 영감을 얻고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 초집중

글쓰기에 권태가 찾아왔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모든게 새롭게 느껴졌다. 일상의 모든 일들 하나하나가 글감으로 보였다. 어느 날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떠오른 영감에 모듬 돈까스에 대한 글을 썼다. 갑자기 떠난 강릉 여행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글로 풀어내기도 했다. 여행을 하는 시기에는 여행에 대한 글들이 주를 이루었고, 책을 많이 읽는 시기에는 그와 관련된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어떤 날에는 약속 시간에 맞춰 급하게 집을 나섰다가 집에 지갑을 두고 왔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보기도 했다. 집에서 한가롭게 낮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벨을 눌러서 문을 열어줬다. 가스 점검이겠거니 했는데 뜬금없이 절에 기부하려고 하니 쓰지 않는 물건들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세제를 나눠주니 갑자기 개인 정보를 요구했다. 개인 정보를 주지 않으려고 하니 요즘은 구글에 검색하면 정보가 다 나온다면서 협박하는 투의 말을 해왔다. 기분이 상해서 그만 가달라고 했다. 불쾌한 순간이었지만 "아.. 이건 글감이다!"라는 생각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글쓰기가 재미있던 순간도 있었지만, 지루하고 부담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과거 138일 동안 매일 글을 쓰던 시기의 일이다. 매일 글을 쓴 지 100일 정도가 되니 권태기가 찾아왔다. 오늘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괜히 부담이 되었고,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글을 쓸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았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의 열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굳어져갔다. 글쓰기가 갈수록 재미없고 힘들어진 이유를 그저 시간이 없어서, 글감이 없어서, 열정이 식어서 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초집중>에서 그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된다.

나는 집필이라는 지루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 일에서 미스터리를 찾는다. 흥미로운 질문에 답하고 오래된 문제의 새로운 해법을 발견하기 위해 글을 쓴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권태에는 호기심이 명약이다. 호기심에는 약도 없다." 요즘 나는 재미로 글을 쓴다. 물론 그게 내 본업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재미를 찾았더니 글을 쓰다가 딴짓을 하는 일이 많지 않다. 재미란 무언가에서 남들이 못 보는 가변성을 찾는 것이다. 따분함과 단조로움을 통해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다. _<초집중>, p64

글쓰기가 재미없고 지루해진 이유는 '호기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매일 글을 쓰기를 시작했던 초기에는 일상의 모든 순간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글감을 찾기 위해 두 눈을 번쩍 뜨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갔다. 세상의 모든 것을 호기심이라는 필터를 쓰고 바라보니 매일 하루가 남달랐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그저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러한 순간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호기심을 잃게 되었다. 호기심이 사라지니 글을 쓰는 게 힘들어졌고, 새로운 글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악순환의 고리는 반복되었다. 권태에 대한 이유를 알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되도록 피하고 싶다.


"권태에는 호기심이 명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호기심을 잃어서 권태에 빠졌다면, 호기심을 통해서 권태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재미란 무언가에서 남들이 못 보는 가변성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글쓰기에 의도적으로 재미를 붙여보면 따분함과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글감을 발견할 수 있다. 또 다른 재미의 정의는 "익숙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처리했을 때 생기는 결과"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처리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령 여유롭게 책을 읽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시간을 정해두고 2시간 만에 책 1권을 다 읽는다거나, 특정 관점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가는 관독을 시도해볼 수 있다. 또한 회사에 매일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이라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출근하거나, 한강 수상 택시를 타고 출근을 해볼 수도 있겠다.


일상 속에 의도적으로 재미를 끼워 넣는다. 재미있는 일이 많아지면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매일 걸어서 출근하던 사람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면 "집과 회사 사이의 거리가 이렇게 짧았나?", "전동 킥보드를 타면 머리를 덜 말리고 와도 되겠다.", "아침의 상쾌한 바람이 이렇게 기분 좋을 줄이야!", "전동 킥보드는 어떤 원리로 만들어진 거지?"와 같은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한강 수상 택시를 타고 출근을 했다면 동료나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새로운 에피소드가 하나 생긴 것이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글감이 하나 추가된 것이다. 글감 제목으로는 "한강 수상 택시 타고 출근해보셨나요?", "나는 오늘도 수상 택시를 타고 출근한다.", "한강을 가로질러 출근하기"등이 될 수 있겠다.

역사 속 위대한 사상가와 발명가가 새로운 사상과 장치를 창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새로운 걸 찾는 맛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알고 싶다는 욕망에 이끌려 미스터리를 푸는 맛에 빠져 살았다. _<초집중>, p64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걸 찾는 방법은 무지하게 많다. 이번 계기를 통해서 우리가 역사 속 위대한 사상가나 발명가와 같이 새로운 사상과 정치를 대번에 창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새로운 걸 찾는 맛을 통해서 인생을 보다 더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지는 않을까? 의도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일상 곳곳에 배치한다면 지루하고 평범한 하루가 이제는 기다려지는 하루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글감이 풍족해지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책 <초집중>을 통해서 '호기심'이라는 무기를 장착하게 되었다. 새롭게 장착한 무기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재해석하여 나만의 글로 풀어내는 것. 남들이 보지 못하는 나만의 시각으로 일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걸 찾아 나서는 것. 따분함과 단조로움을 돌파해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 이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이다. 요즘은 글쓰기가 예전보다 더 재밌어졌다. 호기심과 재미는 계속해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이를 통해 매일 글쓰기는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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