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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Aug 05. 2020

몽골 여행이 마지막 비행이 될 줄이야

인생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몽골 칭기즈 공항->인천 공항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탄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평소 같았으면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에서 여행을 하고 있을 시기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서 해외여행이 쉽지 않아졌다. 2020년 7월 20일을 기준으로 현재 해외 입국이 가능한 나라들은 약 40개 국가라고 한다. 해당 국가로 입국하면 자가격리 없이 입국하고 나서 바로 여행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국내로 돌아와서는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왠지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면 그때 여행을 가고 싶다.


캘린더를 살펴보니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탄 날은 올해 2월 13일이다. 그날은 몽골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마지막 날이었다. 설렘 가득했던 몽골 여행의 시작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던 그날. 칭기즈 공항에서 인천공항을 향해 이륙하는 순간부터 도착하기까지. 정말 다양한 생각들이 얽히고설켰다. 조금 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 시기 즈음이 되니 집에서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행 중에는 데이터가 터지지 않기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우연히 몽골에 오기 전에 받은 외교부 영사콜센터 긴급문자알림 메시지를 봤다. 문자를 보니 이번 여행 이전에 해외여행을 간지도 어언 1년 하고도 15일이나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열심히도 살았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칭기즈 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약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집으로 가면서 무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미리 저장해둔 유튜브 영상을 볼 수도 있었고, 책을 읽을 수도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글로 써볼 수도 있었고.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는 대신에 이번 여행을 되돌아보면서 혼자만의 생각 시간을 가졌다. 이번 몽골 여행은 즐거운 순간도 있었고, 색다른 순간도 있었다. 흥미로운 순간들도 있었으며, 대자연의 신비를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물론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조금 더 용기를 가졌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었고, 


"조금 더 친해졌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의 순간도 있었다. 


사실 몽골 여행에 가기 전부터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수많은 고려 대상들이 있었지만 우선순위를 매겨보니 몽골 여행이 1등을 차지했다. 조금 무리한 선택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고 자부한다. 여행은 언제나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매번 새로운 환경에서 생각지도 못한 우여곡절의 상황들을 겪음으로써 나 자신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나를 한층 더 나답게 만들어주는 여행이 우선순위에서 1등을 차지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몽골 여행을 간 2월만 하더라도 코로나19가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여행에 다녀온 뒤로 조금씩 확진자가 늘어나더니 어느새 한국도 코로나19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과거의 내가 몽골에 가겠다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가장 최근에 비행기를 탄 적은?>에 대한 답변은 올해 2월이 아닌 훨씬 더 먼 길을 향했을 것이다. 


인생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아무리 어려운 갈림길에 맞닥뜨리더라도 하나의 길은 선택해야만 한다. 선택하지 않으면 그저 그 자리를 맴돌 뿐이다. 모든 선택이 괴로울 수도 있겠지만 선택을 함으로써 그 후의 결과물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 선택이 꽤나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오히려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도 찾아온다. 내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고, 정말 마음에 들 만큼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 실패에 가까운 선택을 했다면 그 후에 찾아오는 새로운 선택을 통해서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독일 시인이자 철학자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딱 하나만 보면 된다고 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면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있다." 


나는 이를 선택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알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선택을 두려워하지 말자. 자신의 현재 가치관이 담긴 선택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 선택에 대한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새로운 선택을 통해 극복하면 그만이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여행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탐험을 할 수 있는 목적지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라도, 되도록 이른 시간 내에 '최근에 비행기를 탄 적'이 점점 더 많아지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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