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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Aug 11. 2020

만다꼬의 그녀가 내게 알려준 것

애쓰지 말아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힘 빼기의 기술>

에세이를 쓰고 싶지만 에세이를 많이 읽지 않았다. 흔히들 무엇인가를 잘하고 싶으면 그와 관련된 소비를 많이 하라고 한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한다. 당구를 잘 치고 싶으면 당구와 관련된 영상들을 많이 보고, 당구장에 직접 방문해서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직접 행동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실력이 늘지 않아서 고민할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써보고, 더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에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에 쓰고 싶은 책의 장르는 <에세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에세이를 쓰고 싶지만, 에세이를 많이 읽지 않았다. 주로 읽는 책은 인생을 변화시켜주는 내용이 담긴 <원씽>, <제로투원>, <미라클모닝>, <루틴의 힘>과 같은 자기계발서다. 에세이를 읽기 시작한 지도 몇 개월 되지 않았다. 예전부터 자기계발서를 주로 읽어왔기에 크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한 가지 장르에 극한 된 독서를 하지 않았나 싶다. 다양한 방면의 책들을 읽어보아야 더 많은 주제의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최근에는 역사와 관련된 책을 읽었다. 역사 책 읽기는 역알못이었던 나에게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서로 연관이 없을 것 같던 온 지구에 나눠진 대륙들이 과거 시대부터 현재까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지금의 시대에 이르렀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에는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형체가 잘 보존된 매머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4천 년 전까지 지구상을 누볐던 포유류인 매머드가 몇 천 년이 지난 뒤에도 털을 가진 형체 그대로 발견이 되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지구란 참으로 신비롭다.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지구와 우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만 하다. 그만큼 인생도 재미의 연속이 아닐까.


이제부터 에세이와 친해지기로 했다. 몇 달 전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 다양한 종류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자기계발서를 읽은 것에 비하여 에세이/소설 장르의 책을 읽은 경험은 전무했다. 자기계발서와 너무 친하다 보니 글을 쓰는 방식도 너무 딱딱했고, 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 당시 브런치북 만들기에 도전했기에 브런치북 수상작인 <안 느끼한 산문집>,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과 같은 책을 읽었다. 안 느끼한 산문집은 "책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깔깔거리며 읽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읽고는 "이렇게나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에세이를 읽은 경험을 글에 반영함으로써 <나는 미친 사람입니다.>, <나는 나를 잘 모른다>, <꿈과 책과 삶과 글>, <상황 10분 전 쓰는 짧은 글>이라는 총 4개의 브런치북을 발행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에세이를 쓰기 위해 에세이와 관련된 책을 읽기로 했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경주 여행 중에 방문한 '어서어서 독립서점'에서 만난 <힘 빼기의 기술>과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다. 에세이를 쓰려고 하는 사람이 정작 에세이와 관련된 책을 읽지 않고 자기계발서만 읽고 있으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나의 무지에 또 한 번 반성하게 된다. 에세이는 그저 재미로 읽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힘 빼기의 기술>을 읽고 그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에세이도 저자가 의도하는 바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나뉠 수 있다. 가령 친한 언니가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듯한 말투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동네 친구가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맥주를 마시며 유쾌하게 이야기해 주는 듯한 느낌의 <안 느끼한 산문집>, 인도의 옛이야기를 자신의 경험과 함께 그만의 감성으로 흥미롭게 잘 풀어낸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가 있다. 그중에서도 힘 빼기의 기술은 남달랐다.


<힘 빼기의 기술>을 읽다가 어느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1) "하나.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에게서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아왔어. 이제 내가 너에게 그 친절을 돌려주는 거야. 그러니 하나, 너도 여행을 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네가 받은 친절을 그 사람에게 돌려줘." …그 후로도 나는 수많은 여행지에서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때론 작읍 보답을 할 수 있었고 감사 편지를 쓴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럴 상황이 못 되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의 집 따위는 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답은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는 거니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가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면 되니까. 그렇게 해야 따뜻함의 순환이 생겨나는 것이다. <힘 빼기의 기술>, p39~40
2) 우리를 구조해 준 그대, 리비아사막의 아랍인이여, 그렇지만 당신은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고 말 것이다. 그 얼굴도 생각나지 않게 되리라. 당신은 '인간'이며,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얼굴과 함께 내게 나타난다. 때가 되면 이번에는 내가 모든 사람들 속에서 당신을 알아볼 것이다. 모든 내 친구와 모든 내 적들이 그대 쪽에서 내 쪽으로 걸어왔기에, 이제 나는 이 세상에 단 한 사람의 적도 없어지고 만 것이다. <인간의 대지>, 생텍쥐페리

정확히는 '보답은 릴레이로'라는 파트를 읽고 인생의 통찰을 얻었다. 내가 쓰고자 하는 에세이의 방향성과 일치했다.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내면서도 인생의 교훈을 주는 그런 종류의 에세이. <인생이 지혜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면(가제)>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졌다. 나도 김하나 작가와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일상 속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인생의 교훈을 나누는 그런 종류의 글. 방향성이 정해졌으니 앞으로는 이와 유사한 글을 많이 써볼 예정이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려고 한다.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생각해보면 글쓰기에 대해서 너무 무겁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괜히 힘이 들어가고. 그러다 보니 글쓰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부터 내 글에도 힘을 빼보려고 한다. 지금의 글도 힘을 빼고 쓰는 글이다. 힘을 주지 않고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때로는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힘을 빼는 순간도 필요하다. 여자친구 S에게 김하나 작가 이야기를 많이 듣기는 했지만 언젠가 세바시 동영상에서 보았던 '만다꼬'의 그녀와 같은 사람인지는 꿈에도 몰랐다. 최근에 힘 빼기의 기술 프롤로그에 나오는 내용인 '만다꼬'에 대한 내용을 보고 "설마 이 분이 그분인가?"라는 생각에 바로 유튜브에 검색을 해봤다. 그렇다. 이 분이 그분이 맞았다. 2년 전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김하나 카피라이터의 '만다꼬'는 큰 울림이 있었다(만다꼬는 뭘 하려고, 뭐 한다고, 뭐 하러, what for?의 경상도 사투리다).


만다꼬 너무 힘을 주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글에도, 인생에도, 어깨에도 힘을 빼고 살아야겠다. 만다꼬의 그녀는 글에 대한 방향성과 함께 인생의 방향성을 제시해줬다. 이런 것이 에세이가 주는 선한 영향력인가 싶다. 나도 김하나 작가와 같은 힘을 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피어오르는 인생의 교훈을 담은 책을 쓸 것이다. "주삿바늘 앞에 초연한 엉덩이처럼 힘을 빼면 삶은 더 경쾌하고 유연해진다!"라는 한 문장에 담긴 책의 방향성처럼 힘을 빼는 순간들이 많아질수록 인생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순간에 힘을 주고 살아간 우리들. 이제는 조금씩 힘을 빼 보는 순간들을 만들어가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 하루다. 이 글은 힘을 빼고 쓴 글이니 그저 편하게 읽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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