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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Aug 12. 2020

에세이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에세이와 친해지기 위해서 에세이를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출판사에서 9년 동안 에세이 전문 편집자로 일한 저자의 이력 덕분에 신뢰가 가기도 했고, 글을 훑어보니 다양한 에세이 꿀팁들이 가득해서 책을 구매하기로 했다. 이 책의 시초는 저자 김은경이 회사를 그만두고 평소 친분이 있던 부천의 작은 책방 '오키로미터'에서 에세이 쓰기와 교정 및 교열 워크숍을 시작했을 때부터다. 다년간의 에세이 전문 편집자로서의 경험과 에세이 워크숍을 운영한 경험들을 200% 살려서 만들어낸 책이 바로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다. 저자는 말한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당신은 안 쓴 것보다는 나은 지점에 있을 것입니다."라고.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좋은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쓰기 시작하는 것부터 습관을 들여야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 이 책은 에세이를 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약간의 조언을 제공한다. 저자 김은경의 오랜 노하우가 담겨있지만 가볍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에 나오는 워크숍 커리큘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글 쓸 시간이 없는 당신에게

에세이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

작가가 되었다는 느낌을 만끽할 것

문단의 리듬을 살리는 법

글이 늘 삼천포로 빠진다면

저는 문체가 없어 고민입니다

단어들이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밤에 쓴 글은 반나절 묵힐 것

낯설게 표현하는 기술

무엇이든 주제가 될 수 있다


내용이 더 많기는 하지만 너무 루즈해질 까봐 일부만 소개했다. 커리큘럼에 나온 내용처럼 에세이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잘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김은경 작가는 출판사 편집자 시절에 김하나 작가의 <힘 빼기의 기술>의 진가를 알아보기도 했다. 수많은 편집자들의 눈을 거쳐간 힘 빼기의 기술은 김은경 편집자만이 아주 좋다고 했다. 그렇게 나온 책이 힘 빼기의 기술이라고 한다. 김하나 작가는 말했다. 

"그 책은 내가 지금껏 낸 모든 책을 합친 것보다 많이 팔렸고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이 에세이 쓰기에 대한 책을 썼다. 읽어보니 정말이지 속속들이 도움이 되는 글쓰기 책이다. 아깝지만, 이제 이 책을 통해 내 비밀병기였던 김은경 편집자를 여러분과 공유하게 되었다. 여러분을 격려하고, 이끌어주고, 도와줄 유능한 편집자를."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김은경 작가는 될성싶은 에세이를 발견하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다. 그만큼 어떤 에세이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지, 에세이를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지,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지, 잘 팔리는 에세이의 특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 안다는 것이다. 에알못이면서 에세이를 쓰려고 했던 나에게도 한줄기의 빛 같은 책이 되었다. 김은경 작가는 에세이를 쓰기 위한 약간의 조언들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에세이를 처음 쓰는 사람들에게는 황금 같은 꿀팁으로 다가올 것이다. 에알못인 내가 그렇게 느꼈던 것처럼. 

에세이를 잘 쓰는 꿀팁들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모두 책에서 나오는 황금 같은 꿀팁들이다.

많이 읽고 쓰기, 그리고 구체적으로 쓸 것 (p23)

책을 만들다 보면 한 저자가 쓴 글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글이 있습니다. 이런 글은 책이 발간되면 역시나 독자들에게도 오래도록 화자 되는데요, 그 글들의 공통점은 다른 글들보다 주제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쓰였다는 것입니다. 내가 쓴 에세이가 잘 쓴 글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커피숍이나 술자리에서 수다를 떨다가 "아, 내가 얼마 전에 이런 글을 봤는데"하면서 전해줄 만한 이야기라면 성공한 것이지요. 그러려면 아무래도 추상적인 이야기보다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더 오래 남을 테고요.


좋은 에세이란 무엇인가? (p25)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에세이란 사적인 스토리가 있으면서 그 안에 크든 작든 깨달음이나 주장이 들어 있는 글입니다. 듣기에는 간단한 것 같지만 막상 써보려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이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드러내는 것은 꺼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드러내는 대신 누가 써도 상관없을, 관념적이고 뻔한 글을 많이들 씁니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지금 접속해서 베스트 글들을 살펴봅시다. 전부 놀랍도록 사적이고 구체적으로 적혀있지요? 사람들이 열광한 글들 중 추상적이고 뻔한 글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은 좋은 에세이를 쓰기 위한 첫 번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단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는가는 스스로 정할 수 있으니 너무 거부감 갖지 마시길. 기억하세요. 에세이는 '독자들에게 나를 궁금하게 하는 유혹의 글쓰기'이기도 합니다. 


낯설게 표현하는 기술 (p125)

자존감에 대한 책을 예로 들어보죠. 정신과 의사가 쓴 자기 계발서도 있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짧은 말로 구성된 그림 에세이, 필사 책도 있을 수 있고, 유명인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습관을 가졌는지를 엮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들은 근본적으로 '자존감'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전달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낯설게 보일 수 있습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날씨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 가정해보지요. "오늘 날씨가 정말 좋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이렇게 쓰면 본인이 고민한 것처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써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날씨 정말 개 좋다. 아무 개가 아니라 '잘 빗어 윤기가 흐르는 긴 털을 흩날리며 햇살을 만끽하는 우아한 대형견 '같은 느낌의 '개'좋다." 평범한 일상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시각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새롭고 재미있게 꾸밀 수 있습니다.


OO 일기는 좋은 기획이다 (p173)

내가 무언가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매일 그것을 적어보는 것은 좋은 기획입니다. 요가를 다니고 있다면 요가 일기를, 달리기 일기도 좋고, 미싱 일기, 산책 일기도 좋고, 술, 라면 등 뭐든 좋습니다. 습관처럼 즐기고 있는 것들에 대해 꾸준히 글을 써보세요. 이 기획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글 쓰는 습관을 만들기에 좋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나의 성장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점차 성장해가는 누군가를 보면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당신이 하는 활동을 지켜보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입니다. 그들은 당신의 잠재적 독자가 되는 것이지요. 


위에서 본 내용들 외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더 특별할 수 있다>, <수미상관의 맛>, <글의 목적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 말 것>, <너무 어려서, 혹은 너무 나이가 많아서>, <몇 년 후에 봐도 촌스럽지 않은 글의 비밀>파트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런 꿀팁들 속에서도 기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단연 에세이를 많이 읽는 것과, 많이 써보는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스티븐 킹과 같은 대작가들도 매일 글을 쓰거나 규칙적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그들은 글쓰기가 습관이 되었기에 '많이'쓸 수 있었다. 다작이 선행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 


에세이를 꾸준히 많이 읽고 쓰면서 나만의 가치관과 스토리, 깨달음이 담긴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꾸준함의 힘을 믿기에. 인생을 통해 얻은 지혜들을 글을 통해 나눔으로써 최소한 한 명 정도는 변화할 것이라고 믿기에. 오늘도 내일도 글쓰기 루틴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제 읽어도 오그라들지 않는 글, 나를 작가로 데뷔시켜줄 글,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글,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면서 글을 마쳐보도록 하겠다. 누군가에겐 비밀병기였던 한 편집자의 숨은 노하우가 궁금하다면 서점에서 먼저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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