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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Aug 27. 2020

시장 바닥 같은 카페의 소음에 대처하는 법

무더운 여름, 차량 점검을 위하여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남는 시간에 카페를 갔다. 방문한 카페는 작지만 실한 2층짜리 카페였다. 가볼 만한 카페를 네이버 지도로 여기저기 찾아본 끝에 선택한 그곳. 원래는 2순위였지만, 1순위였던 카페가 사진에 비해서 생각보다 좁고,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할 수없이 자리를 옮겼다. 1층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헤이즐넛 라테, 빵 하나를 주문한 뒤 2층으로 올라갔다. 1층에는 자리가 많이 없어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2층 구역은 생각보다 넓어서 만족스러웠다. 작은 테이블이 9개 정도 있는 조그마한 카페. 시원하고 좋다는 생각으로 푹 쉬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단점이 하나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카페 안이 시장 바닥처럼 시끄럽다는 것. 내부 테이블 수에 비해서 자리 간격이 그리 넓지 않았기에 옆 사람의 대화 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들렸다. 옆에서는 교회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의 "그러면 관리자가 못된다.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말이 들리고, 또 다른 자리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건네는 말이 들려왔다. 어떤 유튜버가 굉장하더라, 유튜브 해야겠다, 어떤 주제로 할까 등에 대한 이야기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물밀듯이 쏟아져왔다. 


카페 내에서는 조금은 볼륨을 낮춰줄 수도 있었을 텐데. 앞 테이블의 말소리가 워낙 컸기 때문일까? 그에 밀리지 않고 싶었는지, 옆 테이블에서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목소리로 소리치는듯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넓지 않은 작은 카페라서 음성이 더 메아리같이 울린 것 같다.


원치 않는 인풋이 너무 많았기에 책을 읽으려는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물론 카페에서 이야기하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겠지만. 목소리가 커도 너무 컸다. 웬만한 장소 어디서든 글도 쓰고, 책도 읽는 내가 그랬을 정도면 어느 정도 심각 수치 이상이었다고 생각한다. S는 오늘 글을 써야 될 게 있어서 글을 쓴다고 했다. 내면의 마음을 다스리며 어떻게든 책을 읽으려고 했다. 그러나, 책을 읽다가도 이내 귀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에 집중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 시끄러워서 "우리 자리 다른 데로 옮길까?"라고 물어보니 S는 괜찮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집중해서 글을 쓰는 S가 대단해보였다. "이런 황금 같은 집중력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라고 생각하며 글을 쓰는 S를 관찰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에어팟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신나게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옳거니! 이거다 싶었다.


좋은 건 따라 해야 된다는 생각에 바로 이어폰을 꺼냈다. "책을 읽을 때는 클래식이 딱이지."라고 생각하며 평소 자주 듣는 유튜브 채널 <Cafe Music BGM channel>에 들어갔다. 노래를 듣자마자 "와 대박! 이거구나."싶었다. 주위의 소음은 모두 사라지고, 훌륭한 노래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더 이상 원치 않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이미 오랜 시간 전부터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던 S가 새삼 대단해 보였다. "역시 S는 좀 짱인 듯."이라는 내면의 말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 일을 통해 외부 환경을 바꿀 수 없을 때는, 내부 환경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주변의 소음들에 왜 그리 민감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소음을 차단했으면 될 일을 말이다. 앞서 본 카페에서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다양한 외부 환경에 의해 상처 받고, 스트레스받고, 고통받는다. 그것이 단순히 외부의 환경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나"라는 내부 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감정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내가 이어폰을 끼고 오롯한 나만의 시간을 가진 것처럼, 약간의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온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분명 새롭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인생은 한 끗 차이다. 자신만의 한 끗을 찾기 위해 내면의 나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면, 원하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또 다른 이어폰을 찾기 위해 오늘도 나를 되돌아보는 사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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