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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Aug 28. 2020

그때 살 걸 그랬다

인생에 찾아오는 수많은 후회의 순간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 그때 살걸...
- 이런, 여기도 팔 줄 알았는데 없네(ㅠㅠ).
- 쿠폰 사용 기한이 어제까지였어?! 아놔(=_=).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수없이 많은 후회의 순간들을 경험한다. 오늘은 "소비"와 관련된 후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할인 쿠폰을 받아서 나중에 사려고 생각해뒀는데 잠시 잊었다가 막상 사려고 하니 쿠폰 사용 기한이 마감된 경우, 해외여행을 가서 탐나는 물건을 찾았지만 왠지 다른 곳에서 더 싸게 팔 것 같아서 구매를 보류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 우리는 일상에서도 다양한 후회 경험을 한다.


인터넷에 그와 관련 단어로 검색하니 수많은 후회의 순간들이 보였다. 블로거 R 님은 일룸 땅콩 책상을 일찍 사지 않아서 후회했고, 또 다른 분은 그리스 여행을 갔다가 기념품을 사지 않아서 후회했다. 바라고 바라던 한정판 아이템이 매물로 나왔지만 그 당시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상황 때문에 구매하지 못해 후회를 하는 경우, 쿠팡에 뜬 동디션(동물의 숲 에디션)을 구매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눈앞에서 놓쳐서 후회하는 경우 등. 삶 곳곳에 후회의 경험들이 숨어있다. 


과거에 내가 후회했던 경험들을 되돌아보니 몇 가지가 떠올랐다. 몇 년 전 오사카로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오사카의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도톤보리, 신사이바시, 하루카스 300, 구로몬 시장, 오사카성 등이 있다. 그중 무엇보다 핫한 여행지는 단연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었다. 2001년 3월 개장한 유니버설 재팬은 1964년 개장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 1990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개장된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건설된 유니버설 스튜디오라고 한다. 한국의 놀이동산과는 또 다른 느낌의 장소라서 큰 기대를 가지고 유니버설로 향했다.  


처음 방문한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유니버설로 걷다 보면 보이는 웅장한 자태. 생애 처음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을 마주하니 단순히 놀이동산에 온 것이 아닌, 일종의 다른 세상에 와있다는 착각이 드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벅찬 가슴을 부여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신나게 구경해갔다. 해리포터 어트랙션을 타고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기념품 숍에서 마법학교 옷을 입어보기도 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마법 지팡이를 구매할까도 고민했지만 굳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하나쯤 사둘 걸 그랬다. 해리포터존 주위에는 버터 맥주를 파는데 예쁜 플라스틱 잔에 따라주어서 맛도 두 배로 맛있었다. 무알콜인게 조금 아쉬웠지만. 


결정적인 후회의 순간은 죠스 테마 구역에서 찾아온다.지나가다가 죠스 어트랙션이 보이길래 한 번 타보기로 했다. 예전에 재미있게 본 죠스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고, 여기서는 어떻게 재현할지도 궁금했다. 결과적으로는 정말 잘 탔다! 배를 타고 죠스를 쫓는 과정, 치열한 사투의 과정을 정말 현실적으로 잘 구현해냈다. 특히 죠스와 대면하는 과정에서는 실제로 화염이 뿜어져 나왔는데 그 순간이 되게 인상적이기도 했고, 실제로 죠스를 잡는 것 같은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단순히 워터파크에서 워터 슬라이드를 타는 것이 아닌, 전개되는 스토리와 함께 기구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죠스 어트랙션은 마지막에 죠스에게 잡아먹히면서 급속도로 하강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문제는 그 뒤에 발생했다. 배에서 내려서 기념품 숍을 들렀는데 여기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상징하는 지구 모형의 열쇠고리가 눈에 띈 것이다. 지구 모형 앞에서 수많은 갈등을 했다. "여기서 살까?", "다른데도 팔 것 같은데 조금 더 둘러보고 살까?" 여러 내적 갈등 끝에 조금 더 둘러보고 사기로 한다. 이 결정이 훗날 후회의 연속이 될 줄은 그 당시에 몰랐다. 죠스 어트랙션 이후에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유니버설을 즐겼다. 그러면서 다양한 기념품 숍을 들렸지만 죠스 기념품 숍에서 본 지구 모형 고리는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죠스 숍으로 돌아갈까도 했지만 유니버설이 워낙 크기도 했고,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되어서 그러지 못했다. 


그때 죠스 숍에서 열쇠고리를 바로 구매하지 않은 것이 아직도 후회된다. 탐스럽고 반짝이고 예쁜 유니버설 스튜디오 고리였는데. 하지만 지금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그저 인생의 교훈을 하나 더 얻었다고 생각하면 될 뿐. 언젠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갈 일이 다시 생긴다면 그때의 그 지구 열쇠고리를 다시 만나고 싶다. 과거와 현재에 느끼는 감정이 어떨지도 궁금하다.


때로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한 마디로 바로 지르는 것! 특히나 '지금 아니면 살 수 없는 경우', '한정판 아이템', '해외여행 중에만 구매할 수 있는 기념품'에 해당할 경우라면 더더욱 과감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그 상황에 맞닥뜨리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자신 있게 결정하라>라는 책을 읽고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앓게 되었지만, 실제 상황에서 적용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우리는 경제학 용어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인간 '이콘'이 아닌, 감정을 느끼고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후회하고, 과거를 그리워하고, 회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후회의 순간들이 있기에, 현실을 더 소중히 생각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유니버설 스튜디오 열쇠고리는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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