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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Aug 18. 2020

식빵 가게 사장님은 한 달에 얼마를 버는 걸까?

*이 글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식빵을 좋아하는 일반인의 입장으로 바라본 개인적인 분석 결과입니다. 마음 불편하게 해드린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즘 들어 식빵에 관심이 많아졌다.


블루베리 식빵, 초코 식빵, 우유 식빵, 옥수수빵 등. 식빵에 대한 소비가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그와 관련된 질문들이 쏟아진다. 주로 가는 빵집의 식빵의 평균 가격은 3700원 정도. 식빵을 이렇게나 자주 사 먹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끔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에서 사 먹은 것 빼고는 이렇다 할 소비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우연히 사 먹은 우유 식빵이 너무나도 맛있었던 나머지 단골이 되었다. 1만 원어치를 구매하면 꽤나 큼직한 식빵 2개와 옥수수빵을 살 수 있다. 굉장히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했다.


"식빵 2개면 아침 3~4끼 정도는 거뜬하겠다!"


라는 생각과 함께 가성비 최강이라면서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한 식빵 집을 칭찬했다.


[그러나 나는 식빵을 너무 몰랐다.]


어느 날은 식빵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 이를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 하나. 생크림 식빵을 하나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728원 이라는 것. 내가 가는 식빵 가게는 평균 가격이 3,700원인 식빵이었기에 식빵을 하나 판매할 때마다 1,000원 정도가 남을 줄 알았다. 그런데 728원이라니! (전기료, 인건비, 물값 등을 계산하지 않은 재료비만을 감안한 계산입니다. 작은 생크림 식빵 원가 기준이며, 모차렐라 치즈 식빵의 경우 원가는 2,567원입니다. 어떤 식빵인지에 따라서 가격이 많이 차이나는 것을 감안해주시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식빵 가게 사장님은 식빵 하나를 팔 때마다 3,000원을 버는 건가?"


진지하게 놀란 나머지 한 가지를 간과했다.

비용에 대해 참고한 블로그의 글은 2010년의 글이며(물가 상승률 고려X), 

생크림 식빵 외에도 치즈 식빵의 원가에 대해서도 기록되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전기세, 월세, 인건비 등을 포함하지 않았다.


조금 더 많은,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식빵에 관하여 계속해서 검색했다. 그리고 2018년의 글을 통해 빵집 업계가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 그리고 식빵 원가와 관련된 또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빵집 운영은 그동안 외식업계에서 ‘백조’에 비유됐다. 빵집 운영이 겉으로 보기엔 우아하지만 정작 물 아래서 분주하게 다리를 움직이는 백조 같다는 것. 식빵부터 디저트빵까지 수십 가지 빵을 매일 구워내려면 새벽 4시에 반죽을 시작해 밤늦게까지 팔아야 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독점하다시피 한 국내 제빵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들어봐야 대량생산 방식과 경쟁하기도 어려웠다. <한국경제>, '1년새 빵빵해진 식빵 전문점' 글 참고
식빵 전문점은 오직 식빵만 판다. 팥, 초콜릿, 녹차, 딸기크림 등 다양한 속재료가 들어가지만 제작 과정은 단순하다. 원가율이 40% 안팎이고, 임차료 등을 빼도 순이익률이 20~25%가 나온다. 빵 만들기도 쉽다. 1~2개월 정도 본사에서 교육받으면 초보자도 숙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식빵전문점 점주는 “제빵사를 고용하면 하루 평균 70만~80만원의 매출을 올려도 이익을 내기 빠듯하지만 내가 직접 배워서 하면 하루에 3000원짜리 식빵 100개 정도를 팔아 월 300만~400만원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침부터 쉴 틈 없이 빵을 구워야 해서 힘들지만 달리 신경 쓸 것들이 없어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 '1년새 빵빵해진 식빵 전문점' 글 참고

기존의 빵집과는 달리 '식빵'하나에만 집중하는 식빵 가게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빵을 만들기도 쉬우며, 제작 과정도 단순하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식빵의 원가율이 40% 안팎이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임차료 등을 다 빼더라도 순이익률이 20~25%가 된다고 한다. 창업전략연구소 리더스비전의 이경희 대표의 말에 의하면, 이런 형태의 식빵 가게는 대기업 프렌차이즈 빵집과 경쟁하기 어려워진 소규모 개인 점포들이 식빵 한 메뉴에만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얻은 힌트를 통해 내가 주로 가는 식빵집의 식빵 원가는, 판매가격인 3,700원의 40%인 1,480원으로 가정할 수 있다. 이렇게 대략적인 식빵의 원가를 알게 되었다. 식빵 가게 사장님의 한 달 추정 순이익을 알기 위해서는 원가 외에도 부가적인 요소인 월세, 전기세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우선 월세가 궁금해서 직방을 통해 상가 가격을 찾아봤다. 빵집과 유사한 주변 상가 비용을 찾아보니 1,000/50으로 월세가 50만 원 정도로 추정되었다. 괜찮은 매물이 있어서 상가를 계약해서 나만의 작업실로 꾸미고 싶었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작업실을 구해도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아이쇼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하마터면 상가 쇼핑을 할 뻔했다.


(*빵집을 처음 시작할 때 들어가는 세팅비 보다는 전기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빵집을 운영하려면 발효기, 베이킹 오븐, 버티컬 믹서, 테이블 냉장고, 얼음 제빙기, 급배기 시설 등이 필요하다. 글의 주제는 빵집 주인이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있기에 기존 베이커리 세팅 비용은 제외하도록 하겠다. 지금 필요한 건 "전기세"가 얼마 인지다. 상가는 보통 산업용 전기를 사용해서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빵집과 관련된 기사에서 전기세에 대한 힌트를 한 가지 얻을 수 있었다.


"400만 원이 넘는 월세와 여름이면 한 달 120만 원이 넘어가는 전기세가 당장 문제였다."


기사에 나온 빵집은 51m² 규모의 작은 프랜차이즈 빵집이라고 한다. 51m² 이면 약 15평 정도다. 내가 간 빵집은 여러 종류의 식빵, 그리고 옥수수빵과 마들렌만을 만드는 곳이기에 기존 빵집에 비해서 전기세도 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평수도 7평 정도로 보이기에 앞선 51m² 규모(약 15평)의 사례보다는 전기세가 상당히 적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루 빵 생산량은 식빵 50개, 옥수수빵 20개, 마들렌 20개로 추정. 하루에 총 90개의 빵이 생산되는 격이다. 추정 전기세로는 15평에서 7평의 비율로 계산한 한 달 전기세 552,000원. 그리고 작은 프랜차이즈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생산량을 보이기에 그의 70%인 386,400원으로 예상해본다.


이렇게 식빵 가게를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유지비는 한 달에 월세 50만 원, 전기세 386,400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상이 되는 식빵 가게는 사장님 혼자서 운영하는 1인 베이커리이기 때문에 인건비는 제외하도록 한다. 자,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식빵을 하나 팔 때마다 식빵 가게 사장님은 얼마를 버는 것일까? 그리고 한 달 순수익은 얼마인 걸까?


*이 글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식빵을 좋아하는 일반인의 입장으로 바라본 개인적인 분석 결과입니다. 마음 불편하게 해드린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서 보았던 식빵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가를 계산한 공식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식빵의 종류는 생크림 식빵이다.

강력분 452g = 632원
식수 250ml = 195원
탈지분유 1Ts(약 15g) = 36원
설탕 2Ts = 36원
소금 1ts(약 5g) = 25원
버터 15g = 146원
인스턴트 아스트 1 1/2ts = 156.8원
휘핑크림 60ml = 264원

생크림 식빵 하나의 원가 = 728원(2010년 기준)

하지만 모든 식빵이 이와 같은 공식과 재료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서 식빵의 원가율은 보통 40% 안팎이라는 힌트를 얻었다. 내가 방문한 식빵 가게 식빵의 평균 가격은 3,700원. 원가를 구하기 위해 판매가의 40%로 계산해보면 약 1,500원이 나온다. 이를 대입하면 식빵 50개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총비용은 75,000원. 판매가 3,700원의 식빵 50개를 모두 판매하면 185,000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식빵을 판매한 총 매출[185,000원]에서 식빵을 생산하는데 들어간 총 비용[75,000원]을 빼면 식빵 가게 사장님의 하루 손익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추측할 수 있는 가게의 하루 순수익은 115,000원이다. 오로지 식빵만을 봤을 때 얘기다. 옥수수빵과 마들렌의 가격은 2,200원. 옥수수빵과 마들렌을 판매시 40%가 남는다고 가정하면, 1개 판매당 약 900원이 남는다고 볼 수 있다. 옥수수빵과 마들렌 40개를 모두 판매하면 총 매출 88,000원이 발생하고, 36,000원의 순수익이 발생한다. *앞선 계산은 모두 식빵 창업 관련 기사에서 나온 '식빵 원가율 40%'로 가정하여 계산했습니다.

이를 통해 추정할 수 있는 식빵 가게 사장님의 하루 총 매출은 185,000원+88,000원=[273,000원], 순수익은 115,000원+36,000원=[151,000원]이다.

가게 임차료, 하루 총 매출, 하루 순수익, 전기세 등을 알아보니, 식빵 가게 사장님이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에 대한 답에 더욱 근접해졌다. 가게를 매일 운영하는 것은 아니기에 한 달에 총 22일 가게를 운영한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하루 총 생산량의 식빵이 모두 팔렸다고 가정했을 때, 판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한 달 총 순수익은 3,322,000원(하루 순수익 151,000원 x 22일)이다! 식빵이 매번 모두 팔리는 것은 아니기에, 생산한 식빵이 80%가 팔린다고 가정하면, 한 달 총 순수익은 2,657,600원이 나온다. 여기에서 월세 50만 원과 전기세 386,400원의 운영비를 제외하면 총 1,771,200원의 순수익이 남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빵 가게 사장님은 한 달에 약 1,771,200원의 수익을 얻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여기에 총 매출 6,006,000원에 대한 부가세 600,600원,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되는 건강보험료 207,234원(소득금액 29등급, 재산등급별 점수 5등급 가정), 연금보험료 159,408원(월 평균 소득액 1,771,200원 가정), 소득세 132,840원을 제외해야한다. 

이렇게 내린 결론은 식빵 가게 사장님은 한 달에 671,118원을 벌고 있다는 것! 

*물론 이 가정은 정확한 것이 아니며, 생산한 식빵이 모두 팔렸는지(재고 처리 비용), 하루 식빵 생산량이 정확히 몇 개인지(하루 식빵 생산량도 가정일 뿐), 실제로는 순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쓰레기 처리비, 포장비 등)이 있는지, 감면 혜택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식빵집 사장님의 한 달 수익이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니. 자영업으로 먹고 살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정부의 감면 혜택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그래도 한 달에 100만 원은 넘는 순수익을 가져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정확히는 식빵 가게 사장님이 나의 예상 보다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앞으로 단골 식빵 가게에 더 자주 들러야겠다.


어디까지나 호기심으로 시도해본 식빵 가게 사장님의 한 달 수익 알아보기. 

식빵이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언젠가 이런 상상도 했다.


"나중에 빵집을 차려서 새벽에 빵을 미리 다 만들어두고, 

오후에는 판매만 하면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는 생활은 어떨까?"


(제가 방문한 빵집의 경우 소규모의 빵집으로, 방문할 때마다 식빵을 미리 만들어두고 판매만 하셔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차리고 싶다고 생각한 빵집도 소규모 빵집으로 소량의 빵을 제작한 뒤 판매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그런 생활을 상상만 해본 것입니다. 시점: 쿠키 클래스 이전)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 경기도 오산시 가장동이었다. 

얼마 전 쿠키를 만드는 클래스에 참여했다. 쿠키와 튀일을 10판 만드는데 소요된 시간은 무려 3시간. 물론 원데이 클래스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 것도 있겠지만 상당히 힘든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익숙해지면 에너지 소모와 시간이 덜 들어가겠지만. 매일 이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상상 속 식빵 가게는 시작도 못 해본 채 잠정적 폐업 상태에 들어갔다. 물론 쿠키 클래스에 참여한 순간은 너무 즐거웠다.


최근 S와의 통화에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봤는데 치즈 돈까스 전문점인데 서브 메뉴가 너무 많아서 정작 치즈 돈까스에 집중을 하지 못하더라고.


- 네가 요즘 그런 상태인 것 같아.


그렇다. 요즘 들어 너무 많은 인풋에 둘러싸여서 정작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라도 제대로 파고들어야 일정 단계 이상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텐데. "맞아! 지금은 식빵 가게 사장님이 한 달에 얼마를 벌고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라고 하면서도 이 글을 적고 있는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최근에 부쩍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S가 정말 고맙다. 


식빵 가게 사장님이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로 시작해서 자영업자의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깨달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으로 마무리를 지어 본다. 식빵 가게 사장님이 되도록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생애 최고의 빵집이니까!


*이 글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식빵을 좋아하는 일반인의 입장으로 바라본 개인적인 분석 결과입니다. 마음 불편하게 해드린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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