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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Sep 05. 2020

반대를 반대하기 위해서

진심으로 반대하기 위하여 가져야 할 우리의 자세

무언가에 반대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반대에 대한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직관적으로 그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더라도, 어떠한 이유로 반대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지인 C와 대화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C는 평소에 운전을 하면서 전화를 하는 습관이 있다. 예전부터 그런 C의 행동이 걱정되어서 오늘은 운전을 할 때는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말을 전해주려고 한다. 얼마 전 인터넷 기사에서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사고 확률이 몇 배나 높아진다는 것을 보고 이러한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C에게 그러한 행동은 정말 위험한 거라고, 그러한 행동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C는 곧바로 반박한다. "뭐 어때? 어차피 핸즈 프리로 전화하는 건데." 이러한 C의 말에 반박할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C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에 대해 자세히 몰랐기 때문이다. 단순히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위험하다는 인터넷 기사를 본 것 만으로는 반대의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토론을 할 때는 책을 몇 페이지 안 읽은 사람 보다, 책을 완독하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많이 조사한 사람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만약 토론 도중 서로 간의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와 신뢰 있는 결과물을 많이 가진 사람이 대화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앞선 사례에서 C의 말에 제대로 반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운전 중에 전화하는 행동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왜 잘못된 것인지 계속해서 생각해보고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와 자료를 많이 찾아봐야 한다.

진정으로 남들과 다른 사람은 다수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제로투원, p34>

생각하는 사람이 되다. 

반대하는 사람에서 더 나아가서, 생각하는 사람이 된 지 3개월이 흘렀다. 다시 한번 지인 C를 만났다고 가정한다. 여전히 C는 운전 중에 전화를 자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전화하다가 집중력이 흐려져서 사고가 날뻔한 적은 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면서 크게 걱정하지는 말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번에는 과거에 그저 반대만 했을 때와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이때까지 알게 된 정보들에 대해서 C에게 하나 둘 설명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지인 중에 운전하면서 전화를 하다가 사고가 난 사람도 있으며, 2017년에 일어난 전체 교통사고 중 56.1%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DMB 시청, 내비게이션 조작과 같은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들. 그리고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약 69%가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 가벼운 통화를 하는 것만으로 집중력의 40퍼센트를 잡아먹으며, 통화를 하면서 이미지를 떠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각피질에서 충돌이 일어나면서 운전에 효과적으로 집중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들. 운전 중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 음주운전과 같은 수준으로 사고 발생률을 높이는 것이라는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아낌없이 해준다. "네가 걱정되어서 한 번 찾아봤어"라는 말도 빠짐없이 덧붙인다.


그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근거 없이 그저 반대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번에는 C도 어느 정도 위험성을 깨달은 것 같다. 2019년 교통문화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빈도는 전국 기준 35.50%라고 한다. 운전자 10명 중 4명이 운전 중에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들 사용하니까", "평소에 하던 행동이니까", "뭐 별일 있겠어"라는 안일한 생각들이 교통사고 발생률, 사망률을 높인다. 사고가 날씨에는 보통 혼자만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안 봐도 그만인, 나중에 봐도 되는 카카오톡 광고 메시지를 읽다가 한 사람의 인생을, 더 나아가서 하나의 가정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야기를 들은 C는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이렇게 위험한 행동인지를 몰랐다고 말한다. 과거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대부분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 정확히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다고 해도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교통사고 절반 이상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2019년 국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29,600건에 달한다. 전년 대비 교통사고 발생률은 5.7% 증가했으며, 부상자는 341,712명으로 5.8% 증가했다. 사망자는 11.4%가 감소했지만 3,349명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2017년의 전체 교통사고(21만 6,335건) 중 56.1%(12만 1,322건)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과 같은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때문에 발생했다. 그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4,185명) 중 69.1%(2,891명)가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묵숨을 잃었다. 우리가 그저 운전에만 집중했다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었을 2,891명이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지금도 잘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안전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

아무리 운전을 오래 하고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운전자로 인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운전이 익숙해질 시기인 1~2년 즈음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도 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매년 20만 건 이상이 유지될 것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터 틸이 말한 "진정으로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나"하나부터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이 조금 더 안전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은 아닐까?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내 인생과 미래의 내 아이를 위해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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