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조흐 Sep 06. 2020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리마커블한 이야기

'이것'이 없었다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인듀어

날씨와 달리기 속도의 상관관계

오늘은 달리기를 시작한 지 13일째가 되는 날이에요. 신기하게도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1km당 최고 속도를 돌파했습니다. 처음으로 1km당 5분 18초의 속도를 달성했는데요, 평소와 똑같이 달린 것 같고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도 이런 기록이 나오니 놀라웠어요. 그러면서 든 생각은 "날씨가 되게 시원하고(춥게 느껴지는 편) 쾌적해서, 달리기에 유리한 조건이어서 기록이 좋게 나온 것일까?"입니다. 생각해보면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달려서, 바닥이 축축해서 조심히 달려서인지 평소보다 속도가 느리게 나왔습니다. 날씨가 덥고 습할 때는 기분이 다운되고 호흡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록이 느리게 나왔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다 보니 과거에 흥미롭게 읽었던 <인듀어>라는 책이 떠올랐어요.

'저 선수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어' 식의 후천적이고 전이 가능한 믿음은 세계 최정상 선수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어떻게 인간의 지구력을 시험하는 모든 종목의 세계 신기록은 끝없이 경신될 수 있는 것일까? 누군가는 훈련이나 회복, 영양 공급, 수분 보충 관련 지식의 진보와 냉각 요법 같은 최첨단 기술의 개발 덕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식이나 기술이라면 경마나 도그 레이싱처럼 동물들이 뛰는 경기 분야에서도 충분히 발전하고 있다. …2006년 노팅엄대학교의 노팅엄대학교의 데이비드 가드너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큰 경마 대회인 켄터키 더비나 엡섬 더비의 신기록은 1950년대 이후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올림픽을 포함한 주요 마라톤 대회의 기록은 약 15퍼센트까지 지속적으로 단축되었다. … 눈에 보이지 않는 라이벌의 추상적인 기록에 경쟁심을 불태우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당신의 라이벌이 1시간 59분 40초의 기록을 세웠다면 당신은 스스로 1분 59초 30초 안에 결승선을 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테고, 훈련 계획이나 경기 전략을 그 기록에 맞춰서 세울 것이다. <인듀어, p433~434>

풀코스 마라톤, 2시간이라는 벽

인간의 한계와 지구력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인듀어에서는 인간의 한계라고 여겨지던 풀코스 마라톤의 2시간 장벽을 깨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환경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현재까지 풀코스 마라톤의 공식적인 최고 기록은 2018년에 엘리우드 킵초게가 달성한 2시간 1분 39초의 기록이에요. 2014년 달리기 전문 잡지 <러너스 월드>에서는 풀코스 마라톤(42.195km)의 2시간 기록의 벽은 2075년이 되어야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2014년 당시 세계기록은 2시간 2분 57초였지만, 불과 4년 만에 1분 22초의 기록이 앞당겨졌었죠. 나이키에서 구상한 프로젝트인 <Breaking2> 프로젝트에서는 2018년 풀코스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달성한 엘리우드 킵초게가 수분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 페이스메이커의 지속적인 도움, 달리기를 하기 좋은 최상의 온도 및 습도(날씨), 최상의 달리기 지원 장비를 갖추게 된다면 2시간이라는 기록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킵초게와 함께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죠. 과연 이 프로젝트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킵초게의 몸은 아직 탈진 상태에 이르지 않았다. 목표 페이스보다 각각 6분과 14분씩 뒤처진 타데세와 데시사에 비하면 특별히 한계에 부딪혔다고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끝까지 속도를 올리지 못했다. 2시간 00분 25초로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아주 잠깐 멈춰 선 뒤 오랜 코치인 패트릭 생을 향해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다. 스승은 아무 말 없이 제자를 꼭 안아 주었다. … 비록 2시간의 벽은 깨지지 않았고 페이스메이커팀의 존재 때문에 세계 신기록으로 인정되지도 않겠지만, 지금 내가 목격한 장면이 한계를 극복하려는 도전의 분수령이 되리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방금 킵초게가 세운 기록 덕분에 앞으로 세워질 마라톤 기록들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듀어, p446~447>

인간의 한계를 깨부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Breaking2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풀코스 마라톤 2시간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2시간 00분 25초[26초]의 기록)을 보여준 훌륭한 대회였어요. 이러한 가능성을 본 엘리우드 킵초게는 Breaking2 프로젝트가 열린 2년 뒤에 또 한 번 인간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새로운 대회를 주관한 곳은 <INEOS>라는 제약회사였어요. 프로젝트명은 <INEOS 1:59 Challenge>로 새로운 대회가 진행되었고, 킵초게는 결국 인간의 한계였던 2시간이라는 벽을 뚫고 "1시간 59분 40초"라는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게 됩니다. 이는 인간이 풀코스 마라톤에서 마의 2시간을 돌파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비록 비공식 기록이기는 하나, 인간이 새로운 한계를 깨부수고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알게 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만약 킵초게, 타데세, 데시사 중 한 명이 인위적으로 조성된 환경에서 2시간의 벽을 깨는 데 성공한다면, 훗날 어느 선수가 정식 경기에서 동일한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음은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규정짓는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인듀어, p351>

한계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Breaking2 프로젝트를 진행한 연구팀은 인간의 한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마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비록 브레이킹2 프로젝트는 2시간 00분 25초로 끝이 났지만, 엘리우드 킵초게에게 "한 번 해볼 만하겠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충분히 가능하겠다"라는 마음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한계를 깬 덕분에 킵초게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었고, 결론적으로 풀코스 마라톤에서 인간의 한계인 "2시간의 장벽"을 뚫을 수 있었습니다. 나이키에서 진행한 Breaking2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풀코스 마라톤(42.195km)의 심리적 장벽은 몇십 년 뒤에야 깨졌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킵초게의 사례를 통해 심리적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색다른 힌트를 얻었습니다. 심리적 장벽에 관해서는 마라톤 외의 모든 부분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성공 경험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프레임(마음)입니다. 생각을 확장시키기 위한 첫 시작은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짓고 있는 "고정관념"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에서부터입니다.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 한 번의 성공 경험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한계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의도적인 환경을 만들어낸다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선택은 언제까지나 본인의 몫이라고 합니다. 오늘 하루, 무엇이 그토록 나의 한계를 제한하고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행을 인정한다는 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