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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Sep 18. 2020

슈퍼스타K에서 수많은 명곡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

수많은 광고 디렉터, 디자이너, 건축가도 이와 비슷하게, 자신의 최고 작품은 고객이 정한 특정 제약하에 탄생했다고 말한다. 특정한 조건을 정해 놓으면 붙잡고 해결해야 할 일이 주어진 우리 뇌는 문제 해결 모드에 돌입한다. 언뜻 생각하면 조건이 자유로워야 창의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처럼 보이지만, 다뤄야 할 범위가 너무 넓으면 오히려 결과가 뒤죽박죽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루틴의 힘, p122>

제약 속에서 피어나는 창의적 아이디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의 최고 작품은 고객이 정한 제약 안에서 탄생했다는 말이 놀라웠다. 한계를 정해두지 않고 생각의 확장을 뻗어나가야만 비로소 희대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데 도움이 된다니 놀라울 일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도 수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다. 마감 시간에 쫓겨서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기도 하고, 한 달 전 받았던 과제를 빈둥빈둥 놀면서 시간을 허비하다가 과제 제출 하루 전에 급하게 마무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일이 많았다. 작년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할 때는 마감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힘을 빼고 여유롭게 글을 쓰다가, 마감일이 이틀 전이 다가와서야 각을 잡고 앉아서 브런치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제약이 다가오니 밤을 새워서라도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었다. 평소와 같은 나날이었으면 상상도 못 할 작업량을 하루 만에 해내다니 놀라울 일이다. 이것이 제약이 주는 힘이다.


관점을 바꿔보기

무언가 조건을 붙여 내용을 제한한 다는 것은 조건을 그곳에 맞추면서도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 독서를 할 때도 제약을 줌으로써 색다른 시각으로 글을 해석할 수 있다. 일명 관점 독서라고 불리는 그것. 관점 독서는 하나의 관점을 주제로 하여 책을 읽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글쓰기>의 관점으로 책을 읽는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책을 읽던지 글쓰기라는 주제와 연관 지어서 생각을 이어나간다. 세무사 사용 설명서와 같은 왠지 딱딱하고 전문가스러울 것 같은 책을 읽더라도 "이 사람은 글을 어떤 방향으로 썼는지", "세무사는 글을 쓸 때 어떠한 형식을 선호하는지", "책의 저자는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며 글을 읽을 수 있다. 관점 독서는 생각의 확장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행위 중 하나다. 이를 통해 같은 책을 보더라도 완전히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어제 읽었던 책이 오늘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슈퍼스타 K의 사례

https://www.youtube.com/watch?v=DUKNmGlQPHg

루틴의 힘에 나온 내용처럼 특정한 조건을 정해 놓으면 붙잡고 해결해야 할 일이 주어진 우리 뇌는 문제 해결 모드에 돌입한다. 자유롭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것을 열어놓는 방식도 좋지만, 일단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지면 거기에 대해서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슈퍼스타 K 2016을 끝으로 현재 방영되지 않고 있는 신인가수 발굴 서바이벌 국민 오디션에서도 이러한 예시를 볼 수 있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지는 미션은 여러 곡 중 하나를 선곡하여 팀 또는 솔로로 자신만의 무대를 꾸리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선곡을 하기 전까지는 어떤 곡을 선택해야 자신의 색깔을 잘 드러낼 수 있는지, 심사윈원들에게 어필하게 위해서는 어떤 장르를 선택해야 할지 등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한다. 심지어 경연 며칠 전에 선곡을 바꾸는 상황도 발생한다. 하지만 막상 선곡을 정한 뒤에는 편곡이나 연습이 잘 풀리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선곡'처럼 명확한 것이 드러나니 우리의 뇌가 문제 해결 모드에 돌입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마구 내뿜은 것이다.


의도적인 환경설정

우리는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마감시간이라는 제약을 잘 활용하면 원하는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관점의 전환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봄으로써 색다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선곡과 같이 일단 해결해야 할 조건이나 일을 명확하게 정하면 그 뒤로는 자연스럽게 풀리게 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상도 의도적으로 만든 변화에 의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될 수 있다. 진부하지만 인생의 진리와도 같은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라는 말이 오늘은 색다르게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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