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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Sep 27. 2020

시가총액 절반이 날아가 사라질 뻔했던 스타벅스

스타벅스가 유명한 것은 알았지만 내부 스토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스타벅스를 일으킨 하워드 슐츠가 그저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다. 우연히 읽게 된 책에서 하워드 슐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는 정말 훌륭한 리더라는 생각이 들었다. 1987년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를 인수한 뒤부터 그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인 2007년까지 스타벅스는 매일 평균 2개의 매장을 열었다. 그중 해외 매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증가해 지금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선진국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없는 대소 도시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구가 밀집된 곳이라면 어디서든 스타벅스를 찾을 수 있다. 2000년 하워드 슐츠는 13년 동안 몸담았던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국제적 성장 전략에 집중하는 것을 기업의 사명으로 삼고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스타벅스는 하워드 슐츠의 자리를 이어받은 오린 스미스와 그 뒤를 이은 짐 도널드의 지휘를 받으면서 3연승을 목표로 질주했다. 폭발적으로 사업이 성장하면서 스타벅스는 초고속 성장 단계에 들어섰다. 시장 가속화를 추진하면서 기존 2,800개에 불과하던 스타벅스 매장은 약 9,000개로 3배가량 늘어났다. 2004년 총매출은 2배 이상 증가해 약 5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07년 전 세계적으로 스타벅스 매장은 약 1만 3,000개로 늘어났다. 여기까지만 보면 스타벅스가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생각이 든다. 데이터상으로는 엄청난 성장을 이뤄낸 스타벅스이지만 그 내면에는 숨겨진 비밀이 존재했다.


시장 가속화 전략을 구사하던 스타벅스는 스낵, 건강 음식, CD, 선물을 비롯해 고객의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고안한 여러 소매 제품을 추가로 판매하는 등 제품 확장과 고객 및 제품 다각화 경로를 결합해 추진했다. 불행하게도 스타벅스는 매출을 증가시켰지만 예상치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직원에게 변화를 소화할 여지를 주지 않고, 변화가 고객 경험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하지 않은 상태로 급속하게 변화를 추진하고, 제품 수를 늘리고, 매장 수를 확대했다. 이는 충성스러운 기존 고객도, 새 고객도 모두 소외시킨 것과 다름없었다. 한 마디로 시장 가속화를 너무 빠르게 진행하여 직원, 고객, 스타벅스 모두가 변화에 적응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성장 저하에 빠질 모든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슐츠는 당시 CEO였던 짐 도널드에게 이와 같은 메시지를 남긴다.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결국 스타벅스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전 스타벅스 회장 하워드 슐츠>

언론이 슐츠의 메모를 입수하고 내용을 보도했을 때는 스타벅스의 주가는 이미 하락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점점 깊은 늪에 빠져들어갔고, 그해 말까지 시가총액의 거의 절반이 날아갔다. 스타벅스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이사회는 도널드를 해고하고 슐츠에게 다시 CEO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세계 경제는 대침체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도 스타벅스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 CEO로 복귀하자마자 주식시장은 스타벅스의 주가를 8% 끌어올리며 슐츠에게 신뢰를 보여주었다.


2008년 스타벅스 CEO 자리에 복귀한 슐츠는 이렇게 강조했다.

"스타벅스가 심각한 난관에 빠진 것은 우리가 자초한 결과입니다."
"고객 관계와 커피 경험을 향해 품었던 우리의 열정이 식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경험보다 효율성에 시간을 쏟았습니다."

슐츠는 CEO로 복귀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경영 방향을 관료 체계가 아닌 고객에게 집중시켰다. 또한 모든 직원에게 고객의 입장에 서라고 요구하며 '스타벅스를 고객의 방식대로 살고 숨 쉬게 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하워드 슐츠가 CEO로 활동하면서 스타벅스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성장 저하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에서부터 현재 스타벅스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어쩌다가 성장 동력을 잃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고객과 직원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소통의 결과로 얻게 된 두 가지 답은 커피의 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과 바리스타가 좋은 커피를 추출하기에 충분한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슐츠는 자신이 파악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매우 특별한 조치를 취했다. 2008년 2월 자사 바리스타들에게 3시간 30분 동안 에스프레소 추출 기술을 재교육시키기 위해 미국 전역 7,000개가 넘는 매장의 문을 동시에 닿은 것이다. 그날 스타벅스는 600만 달러로 추정되는 매출을 놓쳤다. 언론은 이 소식을 요란스럽게 보도하면서 스타벅스가 품질과 경험에 전념하기 시작했다고 대중에게 완벽하게 전달했다. 스타벅스는 바리스타를 훈련시키고 나서 커피의 질이 두드러지게 개선됐다는 평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한 번에 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과거 명예를 되찾을 기회를 잡았다.


스타벅스x하워드 슐츠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리더의 결단력과 방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반대로 리더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고 구체적인 행동 전략을 제시한다면 슬럼프에 빠진 상태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하워드 슐츠와 같은 훌륭한 리더라고 할지라도 스타벅스를 단시간에 희생시켜 옳은 경로에 올려놓을 단 하나의 방법은 없었다. 스타벅스가 초심으로 돌아가 조직을 정비하고 행동 기준을 다시 찾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2010년이 되자 스타벅스는 15만 명을 고용하고 1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두며 성장 저하를 극복하고, 어느 때보다 탄탄하게 기반을 다졌다.

슐츠가 2008년 1월 8일 CEO로 복귀하면서 고객 경험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사업의 영혼을 절대 희생시키지 않겠다고 결심한 날부터 2017년 4월 이사회 의장직으로 물러날 때까지 스타벅스의 매출은 551% 증가했다. <그로스 아이큐, p050>

우리가 지금의 스타벅스를 누릴 수 있는 건 하워드 슐츠의 리더십과 결단력, 그리고 그가 진두지휘한 여러 조치들 덕분이지 않을까. 슐츠가 진두지휘한 주요 조치들을 보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끝으로 글을 마쳐보도록 하겠다.

하워드 슐츠가 진두지휘한 주요 조치

1. 바리스타들에게 3시간 30분 동안 완벽한 에스프레소 추출 기술을 재교육시키기 위해 7,000개가 넘는 매장의 문을 닫았다. 스타벅스가 그날 놓친 매출은 600만 달러로 예상된다.
2. 고객과 직원들에게 스타벅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메일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5,000통이 넘는 이메일을 받았다.
3. 더욱 신속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낡은 금전 등록기와 컴퓨터를 교체했다.
4. 매장에 있는 모든 에스프레소 기계를 정교한 스위스제 마스트레나로 교체했다.
5. 고객 보상 카드를 발행했다. 스타벅스 고객은 5개월 동안 1억 5,000만 달러를 보상 카드에 적립했다.
6. 모든 매장의 인테리어를 새롭게 했다.
7. 냄새가 커피의 향을 누를 수 있으므로 따뜻한 아침 식사용 샌드위치를 메뉴에서 뺐다.
8. 바리스테에게 매장 안에서 원두를 갈도록 지시했다. 30분 이상 방치된 커피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폐기시켰다.
9. 고객과 고객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블로그 '마이 스타벅스 아이디어'를 운영했다. 2013년까지 15만 개 이상의 아이디어를 모았고, 그중 277개를 실천했다.

참고 도서: 그로스 아이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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