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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Oct 05. 2020

세상의 수많은 음모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과거에는 소외되었던 비주류들이 이제는 온라인에서 동일한 깃발하에 모이고 결집하는 전례가 없던 현상이 눈에 띈다. 켈리 베이커가 우려한 현상, 예컨대 남성의 권리를 지키려는 조직이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연대하는 현상이 대안 우파에서 일어나고 있다. 또 글로벌리스트가 일루미나티와 손잡고, 그들이 파충류 인간과 결탁하고, 다시 그들이 할리우드의 엘리트들과 작당한다며, 여러 음모론이 뒤죽박죽 되어 거의 편집증으로 발전한다. 바쿤은 이런 결합을 '즉흥적 천년주의' 혹은 '퓨전 편집증'이라 칭했다. <패거리 심리학, p200>

세상에는 수많은 음모론이 있다. 아폴로 달 착륙 조작설부터 셰익스피어 무존재설, 51구역 외계인 거주설, 프리메이슨 음모론, 다빈치 코드 음모론, 글로벌리스트 음모론, 일루미나티 음모론, 렙틸리언 음모론까지. 이러한 음모론은 과거에는 보통 특정 집단 내에서만 발생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생기면서부터 온라인에서 동일한 깃발하에 모이고 결집하는 전례가 없던 현상이 생겨났다. 나도 한 가지 음모론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몇 년 전 네이버 뉴스 기사를 보다가 한 댓글에 눈에 띄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렙틸리언 음모론'이라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인간처럼 생긴 파충류 괴물 또는 외계인이 인간으로 변장하여 세계를 배후에서 지배한다는 내용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SF에 관심이 있던 시절이라서 그런 내용에 더 관심이 갔던 것 같다. 해당 내용이 더 궁금해서 답글을 남겼지만 그에 대한 답은 받지 못했다. 더 궁금했으면 찾아볼 법도 한데 그러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인 일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세상에 있는 다양한 음모론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것이 팩트라면 언젠가 세상에 드러나게 될 것이고, 인터넷에 떠도는 다양한 가짜 뉴스의 늪에서 조금은 거리를 두는 편이 속 편하다고 생각한다. 음모론과 관련된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있다. 과거 영국과 미국에서는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가짜 정보가 퍼져서 전국의 많은 부모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났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 1990년대 MMR 백신의 접종률이 92%에 이르렀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73%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런던의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50%도 채 미치지 못했다. 이 사건 이후로 1998년 영국에서는 56건에 불과했던 홍역 발병이 2008년에는 1,348건으로 늘었고, 2006년에는 13세 어린이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홍역으로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과연 홍역, 볼거리, 풍진을 동시에 막아주는 MMR 백신이 자폐증의 위험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을까? 팩트는 이렇다. 2010년 1월 6일 폴란드의 야기엘로니안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오히려 MMR 백신을 맞은 아이들이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보다 자폐증 발병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적으로 MMR 백신은 자폐증 발병과 무관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처럼 진실로 여겨졌던 다양한 음모론들이 결국에는 가짜 정보였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가짜 정보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에 SNS만 봐도 가짜 뉴스들이 차고 넘친다.


이러한 과정보의 세상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일까? 우선 팩트가 밝혀지지 않은 내용이라면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가짜 뉴스로 인해 해당 인물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었지만, 결국 그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경우가 상당히 많이 보였다. 최근에는 너무나도 많은 가짜 정보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중립 기어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사람들을 본받아 당장 나부터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것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보도록 해야겠다.

참고 도서: 패거리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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