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운이 좋았어요." 이러한 말은 그 사람이 겸손해서 나온 말일까? 아니면 정말로 운이 좋았기 때문에 나온 말인 걸까? 이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성공의 이유가 시대적 배경을 잘 타고난 것일 수도 있고, 계절적 상황, 사람들의 니즈가 절실할 때를 잘 맞춰서 나온, 말 그대로 운이 좋은 덕분에 성공한 사례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시기가 적절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초기의 매우 짧은 시간에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버티지 못할 확률이 높다.
새 책은 출간되고 첫 몇 주 안에 대부분의 독자를 확보한다. 연구논문은 발표되고 첫 2년 안에 대부분의 인용 횟수를 확보한다. 스타트업은 6개월 안에 그 가치를 증명해 보이지 못하면 엔젤투자자의 지원이 끊긴다. 상품, 사람, 아이디어가 그 가치를 증명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매우 짧다. 그 시간 안에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사라지고 만다. 이런 여건을 감안해볼 때 롤링도 다른 작가들처럼 주어진 짧은 시한 내에 성공해야 하는 또 다른 우주에서라면 망각 속으로 사라지지 않았을까? <성공의 공식 포뮬러, p223>
이와 반대되는 시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자. 성공의 공식 포뮬러의 저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는 <해리 포터>의 성공은 돌발적인 사건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해리 포터는 아주 천천히 밑바닥에서 시작해 정상에 오른 작품 중 하나다. 성공에도 공식이 있다는 바라바시 교수는 이 작품만큼 성공의 제3 공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고 한다. 여기서 제3 공식은 <과거의 성공 X적합성=미래의 성공>을 말한다. 적합성은 가치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똑같은 구매자, 청중, 마니아들을 놓고 경쟁하는 다른 상품들을 능가하는, 특정 상품이 지닌 내재적인 능력을 말한다. 즉, 상품의 퀄리티가 상대적으로 매우 좋다는 것이다.
해리 포터는 십수 차례 거절당한 끝에 겨우 출간되고서도 곧바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1997년 6월 영국에서 출간되었을 때 첫 권의 초판은 겨우 500부를 찍었고 그중 300부는 무료로 도서관에 증정되었다. 시작은 이렇게 더뎠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은 적합성은 뛰어나지만 지명도가 낮은 상품에 대해 제3 공식이 예측하는 대로다. 첫 서평들이 나오면서 <해리 포터>는 "대단히 흥미진진한 스릴러"로 묘사되었다. 다음과 같은 서평도 있었다.
"이 책에서 눈을 뗄 줄 아는 아이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그리고 호평이 하나둘 이어지면서 우선적 애착이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1998년 9월 해리 포터의 미국판이 출간되자 다시 제3 공식이 작용했다. 언론 매체들은 대체로 이 책을 무시했다. 족히 1년이 지나고서야 <해리 포터>는 다수의 독자층을 확보하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1999년 8월부터 거의 1년 반 동안 정상을 고수했다. 제3 공식의 사례는 도처에서 발견된다. 우리나라의 사례로는 '차트 역주행'이 있다. 얼마 전 MBC 놀면 뭐하니? 에서 이효리가 블루의 <Downtown baby>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는 2017년에 나온 노래로 3년이 지난 노래였지만 방송 1번을 계기로 차트가 역주행되어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블루의 노래가 차트 역주행을 통해 1위가 된 이유는 단순히 이효리의 파급력 때문인 걸까? 그렇지 않다. 결국엔 노래가 좋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기 때문에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아무리 이효리의 영향력이 클지라도 노래가 좋지 않으면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적합성이란 이토록 중요하다. 또 다른 사례로는 윤종신의 <좋니>가 있다. 현대 음원 시장에서는 단순히 '좋은 곡'만으로는 차트에 진입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실력(적합성)이 받쳐준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알아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차트 역주행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좋니>는 발표 초기에는 차트 순위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발매 첫 주(6/19-6/25)에는 멜론 주간 차트 100위 권 내에 등장하지도 않았으며, 그다음 주(6/26-7/2)에는 94위라는 턱걸이 순위로 차트에 처음 진입했다. 그 후로 47위, 30위, 23위, 19위, 12위, 10위로 서서히 역주행을 하다가 결국에는 주간차트 1위(8/14-8/30)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그 후 지속적으로 차트 순위를 유지하던 '좋니'는 2017년 하반기 가장 히트한 싱글 앨범이 되었다.
<J.K. 롤링의 해리 포터>, <블루의 Downtown baby>, <윤종신의 좋니>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적합성이 뛰어났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실력이 답이다. 작가라면 글이 퀄리티가 좋아야 하고, 가수라면 곡의 퀄리티가 좋아야 한다. 지금 당장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더라도 실력이 받쳐준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알아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인생은 장기전이다. 그와 더불어 성공도 장기전이다. 단기적인 성공이 아닌, 오래 지속되는 성공이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 이를 위해서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꾸준함을 지속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참고 도서: 성공의 공식 포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