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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Oct 21. 2020

파친코가 400조원의 산업으로 성장한 이유

몇 년 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의 기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거리를 걷는데 유독 오락실처럼 생긴 건물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건물은 '파친코'라는 성인 대중오락을 위한 건물이었습니다. 파친코는 돈을 주고 구입한 쇠구슬을 구멍에 넣어 점수를 얻는 게임으로 일본 전역에 퍼져있는 오락 중 하나입니다. 어느 사이트에서는 일본 불황과 개인주의 성향으로 인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인 '파친코'가 급성장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으로 치면 PC방을 예로 들 만큼 일본에서 파친코는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파친코를 이용하는 연령층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70~80대 이상의 노인분들도 파친코를 많이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젊은 층도 이를 자주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저도 파친코를 한 번 이용해봤지만 재미는 없더라고요. 게임의 시스템은 돈을 넣고, 구슬을 돌리고 게임에서 이기면 구슬이 막 쏟아지는 구조입니다. 버튼 하나만 누를 줄 알면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인 것이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파친코를 이용하는 이유는 '중독성'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번에 읽게 된 <중독의 시대>에서는 '나쁜 습관은 어떻게 거대한 사업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룹니다. 책을 읽다 보니 일본에서 본 파친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파친코 보다 오락실에서의 게임이 더 재밌었습니다. 오락실은 엔화로 게임 코인을 교환하고, 코인을 통해서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는 구조였어요. 우리나라 오락실과 다른 점이라면 코인을 넣은 게임을 통해서 또 다른 코인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죠. 즉, 운이 좋고 게임을 잘한다면 새로 얻은 코인으로 상품을 교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코인이 실제 현금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눈으로 보이는 게임 코인을 실제로 얻고, 잃기를 반복하니 중독성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낚시 게임과 같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도 있었는데, 이러한 게임들은 초등학생인 아이들도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이를 보고 "일본의 아이들은 단순히 재미로 시작한 오락실에서부터 시작하여 성인 오락인 '파친코'의 이용까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독은 사회적인 동시에 생물학적인 과정이다. 알코올, 마약, 중독성 행동에 자주 의존하다 보면 유전자 발현의 변이 등 뉴런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새하얀 시트에 염료 방울이 번져나가듯 변화는 중추 신경계의 점점 더 많은 부위로 확대된다. 이런 현상은 오랫동안 지속되며, 한창 뇌가 발달하는 중이라면 특히 그렇다. 그래서 중독성 물질이나 오락을 어려서 일찍 경험할수록, 중독을 끊은 후에도 한때 그 물질과 행동에 대한 강렬한 정서적 기억을 간직할 가능성이 높다. <중독의 시대, p012>

책 중독의 시대에서는 이렇나 내용이 나옵니다. "중독성 물질이나 오락을 어려서 일찍 경험할수록, 중독을 끊은 후에도 한때 그 물질과 행동에 대한 강렬한 정서적 기억을 간직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보고, 지금의 노인들이 파친코를 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강렬한 정서적 기억, 그리고 중독성에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 오락실 게임 -> 파친코 ]의 단계를 거치면서 어릴 때부터 오락실에 중독이 된다면, 이를 끊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행 중에 보았던 신나게 오락실 게임을 즐기던 일본 아이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쁜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어요.


이러한 사례를 본다면 한창 뇌가 발달하는 중인 아이들에게 나쁜 습관을 불러일으키는 물질이나 요소들을 준다는 건 좋지 않은 행동이겠죠. 특히 우리 일상 속에 파고든 스마트폰과 TV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많은 중독을 파헤치는 놀라운 역작"이라는 <알코올의 역사>의 저자 로드 필립스의 말처럼, 일상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중독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책 <중독의 시대>를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중독에 대해서 더 잘 알기 위해서, 그리고 이를 잘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이에 대해 세세하게 파고들어 보려고 합니다.


참고 도서: 중독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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