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이 흰색인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이 아이팟 헤드폰을 만들 초기에는 디지털 음원 플레이어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했다.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컴팩, 아코스에서 연달아 제품을 출시했으며 제조사가 달라도 음원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어느 제품이 가장 오래 고객들의 사랑을 받을지 불분명했으며, 익숙한 기존의 휴대용 CD플레이어나 워크맨을 두고 굳이 거금을 들여 아이팟 같은 기기를 사야 할 가치가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때까지 플레이어의 헤드폰이 검은색이었기 때문에 애플사는 아이팟 헤드폰을 흰색으로 출시했다. 네트워크 효과가 있거나 제품의 가치가 소비자층의 규모에 좌우되는 분야에서는 이런 시각적 자극이 특히나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제 헤드폰 색상만 봐도 기존의 워크맨을 버리고 아이팟을 선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지 알 수 있다. 이는 아이팟의 제품 성과 구매 만족도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증거다.
현재는 헤드폰에서 더 나아가 에어팟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초기 아이팟 헤드폰의 색상이 애플의 대표적인 색상이 되어 에어팟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형태, 소리 및 그 밖의 특징도 제품의 자체 홍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일례로 프링글스는 시선을 끌기 위해 긴 원통 모양의 포장 디자인을 선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용자들은 컴퓨터를 부팅할 때 독특한 부팅 알림음을 들을 수 있다.
프랑스의 신발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1992년 자신이 만든 신발에 에너지가 넘치는 이미지가 넘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직원이 강렬한 빨간색 샤넬 매니큐어를 바른 것을 보고 '바로 저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는 신발 바닥을 바로 그 색으로 바꿨다. 지금도 루부탱이 만든 신발은 바닥 색만으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눈에 금방 띄는 부분에 자극적인 색을 사용한 덕분에 이 브랜드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가 만든 구두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이런 방법은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맞춤 양복점에서는 양복 커버에 매장 이름을 반드시 새겨 넣는다. 나이트클럽에서는 누가 한턱내면 폭죽을 터뜨려준다. 대부분 티켓을 사면 곧바로 주머니에 넣지만 영화관이나 마이너리그 팀에서 '티켓' 대신 배지나 스티커를 사용한다면, 이 새로운 '티켓'들은 훨씬 대중적 가시성이 높아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재원이 풍부하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비영리 조직은 제품 자체의 홍보 효과를 높이는 전략으로 성공을 도모할 수 있다.
TV나 각종 매체에 광고를 낼 자금이 없어도 제품 자체에 홍보 효과가 있으면 기존 구매자들이 광고 못지않은 홍보수단이 된다. 홍보 예산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홍보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네이버 하면 '초록색', 카카오 하면 '노란색', 에어팟 하면 '흰색'이 떠오르는 것처럼 브랜딩을 위해서 자신만의 색상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색상과 함께 자신을 나타내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와 연관된 것을 보거나 떠올릴 때 자신이나 자신의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될 것이다.
참고 도서: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