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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Jan 23. 2021

헬스장에서 운동한 뒤 말을 아껴야 하는 이유

와튼스쿨 교수 조나 버거의 실험 결과는?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친 직후에는 말을 아끼면 좋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사례를 통해 원인을 찾아가 보도록 하자.


와튼스쿨에서 운영하는 행동연구소에서는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의 절반을 60초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게 했다. 전혀 부담 없는 지시였다. 그러나 나머지 참가자들은 60초 동안 가볍게 몸을 풀고 뜀뛰기를 하게 했다. 신발이나 옷차림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실험실 한복판에서 몸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몇몇 참가자는 '도대체 왜 이런 짓을 요구하느냐'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모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요구에 따랐다. 60초가 지나자마자 또 다른 지시를 내렸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뜀뛰기를 하는 것과 무관해 보이는 요구 사항이었다. 사람들이 어떤 소식을 공유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하겠다고 설명한 다음, 최근 어느 학교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제시했다. 참가자들은 기사를 읽고, 원하는 사람 아무에게나 이메일로 그 기사를 전송할 수 있었다.


처음의 지시와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실험'이었으나 사실 한 가지 흥미로운 가설을 검증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감정을 각성시키는 콘텐츠나 경험이 공유 욕구를 자극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실험의 주최자인 와튼스쿨 마케팅학 교수 조나 버거는 각성의 효과가 그보다 더 커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각성이 공유 욕구를 자극한다면, 생리적 각성 효과가 있는 모든 경험은 사람들이 입소문을 퍼뜨리게 유도할지도 모른다.


제자리 뜀뛰기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뜀뛰기가 어떤 감정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심박수와 혈압을 높이므로 생리적 각성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조나 버거는 모든 종류의 각성이 공유 욕구를 자극한다면 뜀뛰기를 한 후에도 공유 욕구가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리적 각성의 발생 원인과 공유하려는 정보나 대화의 주제가 반드시 연관될 필요는 없었다. 그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뜀뛰기를 한 참가자의 75퍼센트가 기사를 읽고 나서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제자리에 앉아 있던' 참가자보다 공유 참여도가 두 배나 높았다. 즉, 감정이나 신체적 자극 또는 콘텐츠 때문이 아닌 '상황 자체'로 인한 각성도 공유 욕구를 증가시켰다.


이처럼 각성을 유발하는 상황에 처하면 공유 욕구가 높아진다는 점은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과잉 공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누구나 한 번쯤 민망할 정도로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쏟아내는 비행기 옆 좌석 사람 때문에 곤욕을 치렀거나, 자기도 모르게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해서 나중에 후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과 만나 생각지 못한 편안함을 느끼게 되거나 주량을 넘어서 술을 많이 마실 때가 있다. 이 순간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생리적으로 각성한 상태가 되면 사람은 자기 의도와 달리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따라서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친 직후, 가까스로 차 사고를 모면한 직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많이 당황한 직후에는 말을 아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면 각성 상태가 극에 달해 자기도 모르게 말을 많이 하므로 실수할 우려가 크다.


특히 운동을 매일 루틴으로 하고 있는 사람은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운동을 한 직후에는 심박수가 높아지고 각성 상태가 극에 달한다. 차 사고를 모면한 직후와 같이 예상치 못한 상황은 극히 드물게 인생에 찾아온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운동 직후 상황이라면 실수할 확률도 높아지니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지 않을까.


이와 같은 각성 상태를 마케팅에 활용한 사례도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스위트홈>, <킹덤>, <아리스 인 보더랜드>같은 흥미진진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보다 각성 효과가 훨씬 높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수다쟁이가 되는데 심박수가 워낙 높아진 상태라서 프로그램 중간에 나온 광고까지도 이야깃거리로 만들어버린다. 헬스장에서 본 광고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확률이 높다. 헬스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흥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팀 단위로 작업할 때도 함께 걷는 시간을 마련하면 팀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쏟아낼 것이다.


감정은 행동을 유발한다. 어떤 감정은 유독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효과가 뛰어나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입소문을 퍼뜨리는 첫걸음이다. 사람들은 생리적으로 각성하면 말을 많이 하게 되고 자기가 아는 것을 공유하게 된다. 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마케팅의 방향성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다른 무엇보다 '감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참고 도서: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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