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불변의 법칙과 제로투원으로 살펴본 <독점의 법칙>
시장조사 전문기관에서 진행한 결과, 패스트푸드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빠르다(fast)'라는 게 드러났다. 이에 버거킹은 혈기만 앞서는 마케터들이 곧잘 저지르는 실수를 범했다. 광고 회사에 대고 다음과 같이 주문한 것이다.
"세상이 빠른 것을 원한다면, 우리의 광고는 무엇보다 우리가 빠르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p79>
과연 위와 같은 버거킹의 전략은 잘 통했을까? 결과는 '대. 실. 패'였다. 그 시장조사가 간과한 것은 이미 맥도날드가 미국에서 가장 빠른 햄버거 체인으로 먼저 인식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빠르다'의 소유권은 맥도날드가 갖고 있었다. 이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빠르다=맥도날드>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버거킹은 멈칫하지 않고, 이번에는 "빠른 세상을 위한 최고의 음식(Best food for first times)"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또 다른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말 안 해도 뻔하다. 앞선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 광고 회사는 계약이 파기되고, 경영진은 퇴출되고, 회사는 매각되었으며, 버거킹은 한참 동안이나 하향세를 그렸다.
버거킹의 전략이 대실패로 끝나고 긴 시간 동안 하향세를 그린 이유는 '독점의 법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독점의 법칙은 "소비자의 마음속에 심은 단어를 두 회사가 동시에 소유할 수는 없다"라는 의미를 가진 법칙이다. 즉, 가장 먼저 소비자의 마음속에 특정 단어를 심어 넣었다면, 아무리 다른 경쟁 업체가 막대한 예산으로 광고를 집행해도 그 단어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쟁자가 소비자의 마음속에 이미 심어놓은 단어나 지위를 같이 소유하겠다고 시도하는 것은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버거킹 외에 또 다른 사례로는 '볼보'의 사례가 있다. 볼보는 '안전'이라는 단어를 심고 소유했다. 그런데 메르세데스 벤츠와 제너럴모터스를 포함해 다른 많은 자동차 회사들도 똑같이 '안전'을 강조한 마케팅 캠페인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오로지 볼보만이 '안전'이라는 메시지를 소비자의 마음속에 들여놓는 데 성공했다.
만약 볼보 외에 다른 경쟁 업체가 '안전'에 관한 마케팅 캠페인을 펼친다면, 자신의 업체가 아닌 오히려 '볼보'에게 이득을 안겨줄 수 있다. 소비자는 '안전'에 관한 캠페인을 보고 해당 업체의 자동차만을 보지는 않는다. 특히나 자동차라면 더더욱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바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더 많이 검색하고, 찾아보고, 알아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되면 <벤츠>에서 진행한 '안전' 캠페인을 보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느낀 뒤, 소비자의 마음속에 '안전'이라는 메시지가 자리한 <볼보>에서 차량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고도 자신의 브랜드가 아닌 경쟁 브랜드에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전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사들이 '독점의 법칙'을 계속해서 어기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일단 한번 정해지면 누구도 바꿀 수 없다. 알고 보면 당신은 경쟁자가 소유한 개념을 더 중요하게 부각해 경쟁자의 지위를 더욱 강화시켜 주는 우를 범할 때가 많다.
그렇다면 핵심 단어들을 다른 기업이 모두 선점하고 있을 때는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할까?
모든 신생기업이 처음에는 작게 시작한다. 모든 독점기업은 시장을 크게 지배한다. '따라서 모든 신생기업은 아주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너무 작다 싶을 만큼 작게 시작하라. 이유는 간단하다. 큰 시장보다는 작은 시장을 지배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초기 시장이 너무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분명히 너무 큰 것이다.
< 제로투원, p74>
페이팔, 페덱스, 애플 등의 세계적 기업도 초기에는 여러 실수를 경험했다. 자신이 진입하려는 시장이 이미 크고, 경쟁자가 많다면 경쟁자가 없거나 아주 적으면서도 특정한 사람들이 적은 규모로 모여있는 시장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시장에서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자신만의 '핵심 단어'를 사용하면 소비자의 마음속에 그 단어를 심어 넣기 한결 수월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큰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작은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만들어내 지배하게 되었다면, 관련 있는 좀 더 넓은 시장으로 서서히 사업을 확장하면 된다. 지금 당장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자신이 가진 슬로건이나 핵심 단어를 자신보다 영향력이 큰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건 어떨까. 책 <제로투원>에서 말하는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라는 개념을 기억해두고 고민해 보도록 하자.
참고 도서: 마케팅 불변의 법칙, 제로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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