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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Feb 24. 2021

빈털터리 상태로 10년 넘게 세계여행에 성공한 남자

헝가이 전통요리 굴라시의 마법 <타이탄의 도구들>

빈털터리인 상태로 세계 여행을 하는 건 가능한 일일까? 칼은 뉴욕에 있는 <인사이드 스포츠>에 취직했을 때 대박이 터졌다고 생각했다. 전설적인 기자 헌터 톰슨과 술을 마시고 퓰리처상을 받은 저널리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그는 실직자가 되고 말았다. <인사이드 스포츠>가 예술적으로는 흥행했지만 상업적인 면에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빈털터리가 된 그는 앞이 보이지 않자 여행이나 잠시 다녀올 생각이었다. 얼마 안 되는 돈을 탈탈 털어 어머니의 환송을 받으며 비행기에 오른 그는 그로부터 10년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그 유명한 '칼의 세계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인생은 예기치 못한 상황의 연속이다. 하나의 선택이 또 다른 선택을 낳고, 그 선택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칼은 어떻게 해서 잠시 동안 다녀올 계획이었던 여행을 10년 동안 이어나갔을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자는 안다. 버스나 기차의 통로 쪽은 항상 위험이 자리하는 곳임을. 하지만 나는 통로를 걸어가면서 흥미로워 보이는 사람 옆의 빈자리를 찾았다. 왠지 믿음이 가는 사람, 또 나를 믿어줄 것 같은 사람이어야 했다. 매우 큰 위험이 따르는 일이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그 사람이 나를 집에 초대하도록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가장 싼 여인숙에서 묵을 만한 돈조차 없었으니까."


대중교통을 타면서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을 집에 초대하도록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칼은 자신만의 비법을 통해 그 어려운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가 기차 안에서 공짜 숙소를 얻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한 질문은 이것이다. "최고의 굴라시 요리(헝가리 전통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계시죠?" 그는 일부러 할머니들 옆자리에 앉았다. 그가 질문을 하면 상대는 점점 마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손짓 발짓으로 열심히 요리법을 설명하기 시작하면 곧이어 다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번역을 도와주러 왔다.


어느 나라에서건 마찬가지였다. "헝가리에서 만난 어떤 할머니는 내게 굴라시를 맛 보여주기 위해 저녁 파티를 열었다. 파티 도중에 한 이웃이 '살구 브랜디 먹어본 적 있어요? 우리 아버지가 만드는 살구 브랜디 맛이 끝내주는데, 30분 거리에 사시거든요. 꼭 대접하고 싶네요.'라고 했다. 그리하여 그 주말에 살구 브랜디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파티가 시작되면 또 다른 이웃이 와서 '키슈쿤헐러시에 가본 적 있어요? 파프리카로 유명한 곳인데. 헝가리까지 와서 키슈쿤헐러시를 안 가보면 안 되죠'라고 한다."


그렇게 그는 키슈쿤헐러시에 갔다. 굴라시에 대한 질문 하나로 6주간 숙소와 식사가 해결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는 세계를 여행했다. 10년 동안. 해당 이야기를 접한 뒤로 여행에 관한 또 다른 관점을 얻게 되었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들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남기기 위한 여행이 아닌, 현지 사람(그것도 아무 접점이 없는 상태에서 마주하는 생판 모르는 남)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그들과 친구가 되어 서로의 인생을 나누는 여행이라니!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이런 여행이 가능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쯤 이렇게 여행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가 이러한 여행을 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칼은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데 천재였다. 세상에는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어떻게 기차에서 만난 전혀 모르는 사람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6주간 먹여주고 재워주는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칼은 답했다. "비결은 가슴을 공략하는 데 있다. 일단 상대의 가슴에 들어가야 머리로 올라갈 수 있다. 가슴과 머리를 이으면 영혼으로 가는 길이 생각난다."


해당 이야기의 큰 제목은 <굴라시의 마법>이다. 헝가리에서는 헝가리 전통요리인 굴라시가 통했으니, 한국에서는 김치, 된장찌개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만약 다음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굴라시의 마법을 기억해두고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적절히 사용해보도록 하자. 이를 통해 칼의 사례와 같은 생각지도 못한 값진 경험이 다가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참고 도서: 타이탄의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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