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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Mar 26. 2021

할인에 끌리는 심리학적 이유

10퍼센트 할인보다 50퍼센트가 끌린다 <컨테이저스>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만한 실속 있는 할인의 기준은 무엇일까? 물론 할인율이 관건이다. 1달러를 깎아주는 것보다 100달러를 깎아주는 것이 단연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10퍼센트 할인보다 50퍼센트 할인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구태여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할인율이 높을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입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상은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한 가지 예를 통해 더 깊이 생각해 보자.


시나리오 A: 청소기를 사러 마트에 갔다. 이번에 새로 나온 모델이 마음에 드는데 금상첨화로 할인 행사 중이라고 한다. 원래 35만 원인데 지금은 25만 원에 살 수 있다.


당신이라면 신형 모델을 당장 살 것인가 아니면 좀 더 둘러보기 위해 다른 매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것인가?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또 다른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시나리오 B: 청소기를 사러 마트에 갔다. 이번에 새로 나온 모델이 마음에 드는데 금상첨화로 할인 행사 중이라고 한다. 원래 25만 5천 원인데 지금은 24만 원에 살 수 있다.


자, 이번에는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 살 것인가 아니면 좀 더 둘러보기 위해 다른 매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것인가? 잘 생각해서 마음을 정한 후 다음 내용을 읽어보기 바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나리오 A를 더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모델을 10만 원이나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이런 횡재가 또 있을까? '더 알아볼 필요도 없이 당장 사야 한다!'라는 마음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나리오 B는 귀가 솔깃한 할인행사가 아니다. '겨우 1만 5천 원밖에 안 깎아주다니.' 시나리오 A에 비하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다른 고객들도 아마 다른 매장을 둘러보러 갈 것이다.


약 100여 명에게 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거의 같은 반응이었다. 시나리오 A에서 다른 매장을 더 보지 않고 당장 구매하겠다는 응답자는 75퍼센트나 되었다. 그러나 시나리오 B에서 청소기를 사겠다는 응답자는 22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당연한 반응이잖아'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할인된 최종 가격만 따져보라. 동일한 제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 저렴한 시나리오 B(24만 원)의 구입 결정률이 더 높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반대로 행동했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시나리오 A의 청소기를 구입하겠다고 한 것이다.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걸까?


답은 인간의 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인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연구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전망 이론'을 살펴보자. 전망 이론에서 핵심적인 견해 중 하나는 사람들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상대적 기준 또는 '참조점'에 근거해 사물의 가치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그 가격이 합리적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한국에 사는 사람에게는 500원짜리 커피는 아주 저렴한 셈이다. 아마 복권이라도 당첨된 듯 좋아하며 매일 그 커피숍을 찾게 되고 친구들에게도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인도의 어느 시골 지역에서 커피 한 잔에 500원을 지불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 돈을 고작 커피 한 잔에 투자하다니. 아무도 이 커피를 사지 않을뿐더러 아주 고약한 가격이라며 불쾌한 표정으로 비난할지도 모른다.


참조점을 적용하면 앞서 살펴본 청소기 문제도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본래 지불했어야 할 가격을 참조점으로 삼는다. 따라서 같은 제품인데도 25만 5천 원에서 24만 원으로 할인된 제품보다 35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할인된 제품이 더 좋은 조건이라고 판단한다. 시나리오 A가 구입가가 더 높은데도 참조점이 그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매력적인 할인가라는 인상을 준 것이다.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할인행사를 할 때 '정가'를 할인가와 함께 표시하며 제조업체도 할인 제품에 표준 소매가를 명시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소비자의 참조점을 높여서 상대적으로 할인가가 파격적인 제안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할인에 끌리는 심리학적 이유를 안다면 파격적인 할인가에 물건을 구매하는 행동을 자제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매우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을 통해서 '참조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지만, 푹 자고 나면 기억에서 잊힐게 분명하다.


사실 전망 이론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격 방어를 하는 것보다, 판매자의 입장에서 더 잘 팔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있다. 만약 무엇인가 판매하는 입장이라면 '참조점'을 최대한 높여서 고객들에게 최대한 파격적인 할인가로 보이게 하면 어떨까. 35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눈에 띌 만큼 할인된 가격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꿀팁을 추가하자면, 10만 원 이하의 상품은 10~30%와 같은 퍼센트를 할인가로 표시하면 좋다. 1만 원인 상품인데 2,000원 할인가에 판매한다고 하면 크게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20% 할인가로 판매한다고 하면 끌리기 마련이다. 10만 원 이상의 상품이라면 가격으로 표시하는 게 더 끌린다. 200만 원인 상품을 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고 하면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10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했을 때 꽤 많은 금액을 할인받는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전망 이론과 심리학적 요소들을 잘 활용한다면 분명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해야만 인생에 변화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적용해보자.


참고 도서: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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