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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Apr 30. 2021

습관은 욕망마저 바꾼다.

나쁜 습관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방법, 습관에 관한 책 <해빗>

집을 짓는 사람은 건축가가 되고 리라를 연주하는 사람은 리라 연주자가 된다. 어떤 행동을 하면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듯이 절제를 행하면 절제하는 사람이, 용감한 행동을 하면 용감한 사람이 된다.

- 아리스토텔레스

여러분이 자주 먹는 음식은 스스로 선택한 결과일까요? 태어날 때부터 그 음식을 좋아한 것일까요? 아니면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물일까요? "습관은 욕망마저 바꾼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반복은 인간의 욕망도 바꾼다."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말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관련된 사례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다음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채소와 관련된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채소를 먹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흔히 아이들이 달콤하거나 짠 음식, 혹은 쿠키나 피자나 햄버거 같은 음식을 선천적으로 선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채소를 먹이려면 그 채소에 단맛이나 짠맛을 첨가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이를테면 당근을 간장과 설탕에 조리거나, 브로콜리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듬뿍 뿌리는 식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식으로 채소를 먹이려고 하면 아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 음식들은 고스란히 버려지거나 부모의 뱃속으로 들어가죠. 이와 관련된 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건강한 식단을 연구하는 영국의 한 기관이 유치원생들의 식사 습관을 추적했습니다. 2~3일마다 한 번씩 유치원생들에게 삶은 당근 또는 아티초크 퓌레(각종 야채와 과일을 삶아 곱게 걸러서 만든 걸쭉한 음식) 같은 대단한 맛이 없는 음식들을 간식으로 제공했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당연히 대다수의 어린아이가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음식이었으니까요. 연구진은 보육 교사들에게 이 음식들에 대한 어떠한 맛 표현이나 평가도 아이들 앞에서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첫 시도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겨우 30그램이 조금 넘는 양을 먹었을 뿐입니다. 사실상 거의 맛조차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포기하지 않고 이후 2개월에 걸쳐 아이들에게 점심으로 아티초크 퓌레를 줬습니다(15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아이들이 음식을 받을 때마다 퓌레를 먹는 양이 조금씩 증가한 것입니다. 다섯 번째 시도 때 늘어나는 양이 가장 많았고, 이후에는 증가량이 점점 낮아졌습니다. 연구 막바지에 이르자 아이들의 평균 섭취량이 140그램을 넘어섰습니다. 이 정도면 몸무게가 20킬로그램에 불과한 아이에게는 거의 한 끼 식사량이었습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채소를 아이들 입맛에 맞게 조리하면 더 많이 먹을까요? 결과는 'NO'입니다. 연구자들은 몇몇 아이에겐 약간 더 달게 만든 아티초크 퓌레를 줬고, 또 다른 아이들에겐 지방을 추가한 퓌레를 줬습니다. 그러나 레시피 변경은 아이들의 섭취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아티초크 퓌레를 더 많이 접할수록 더 많이 먹었습니다. 물론 모든 아이가 그런 것은 아니고, 72명 중 16명은 채소를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56명은 퓌레를 계속 접할수록 점점 더 많은 양을 먹었습니다.


포인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이 채소를 점점 더 많이 먹었다'라는 것입니다. 퓌레뿐만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주 접한 음식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더 잘 먹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침에 주로 쌀밥과 콩을 발효시킨 낫토를 먹습니다. 중국 아이들은 쌀로 만든 포리지 죽에 마른 고기, 계란, 절인 두부 등을 올려 먹습니다. 한국에서는 쌀밥과 김치를 먹고, 남미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우유를 탄 커피를 마십니다. 아이들은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을 커서도 자연스럽게 먹게 됩니다.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어른들도 반복해서 접하는 외부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은 반복해서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반복해서 하는 일이 점점 좋아지기도 합니다. 마치 양쪽에 놓인 거울에 우리 모습이 무한정 반사되는 것처럼 반응이 계속해서 다음 반응을 낳습니다. 이는 우리의 습관 형성 원리와 관련돼 있습니다.


1910년 에드워드 티치너라는 심리학자가 독특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잘 아는 물체가 단지 이전에 자주 접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따스함, 친근함, 편안함, 안락함, 안정감 등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은 자신이 자라면서 자주 사용했던 물건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고, 심지어 애착과 집착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자욘스는 196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현상을 <단순 노출>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즉, 더 많이 보일수록 호감도가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서는 한 학기 동안 같은 교실에서 생활했지만 서로 교류가 없었던 이성에 대한 호감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해당 연구는 무의식적으로 더 많이 노출이 될지라도 친근함과 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단순 노출 효과는 크게 친숙성, 예측 가능성, 지각적 능숙성, 효율성, 안전감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친숙성은 더 자주 접한 이미지, 얼굴을 선호한다는 것이고, 예측 가능성은 예측이 가능한 것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지각적 능숙성은 반복적인 노출이 특정 브랜드나 물건을 선호하는 습관을 만든다는 것, 효율성은 처음의 우연 뒤에 효율성을 위해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안전감은 자신이 자주 접한 대상에 과도하게 방심하는 경향을 의미하죠.


이처럼 단순 노출은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엉뚱한 곳으로 데려갑니다. 어떤 행동에 계속 노출되면 우리의 욕망까지 바뀔 수 있습니다. 이 효과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에 의식적 자아가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요. 밤 10시에 치킨을 주문하고, 새벽 3시까지 넷플릭스를 보고, 고작 5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차를 타고 가는 행동은 우발적이고 비인 과적이며 우연적입니다.


단언컨대 그들은 습관에 따라 계속해서 행동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점차 반복이 더해질수록 그들은 단순 노출 효과에 의해 자신의 행동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욕망마저 조금씩 변했던 것이죠. 계속 경험하면 그것은 곧 우리가 바라는 바가 됩니다. 결국 습관이란 양방향 통로입니다. 어떤 행동이 작은 목표를 달성하면 그것이 작은 욕구로 변해 다시 행동을 촉발합니다. 그럼 그 행동은 다시 목표를 달성하고 좀 더 큰 욕구가 생성되는 것이죠.


만약 지금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이 있다면 처음 겪은 우연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일 수 있습니다. 야식을 먹는 습관, 잠들기 전 휴대폰을 만지는 습관, 머리를 긁는 습관, 말을 더듬는 습관 등 모두가 우연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습관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만들어졌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습관은 욕망마저 바꾼다고 했습니다. 나쁜 습관은 잘못된 방향으로 자신의 욕망이 바뀐 결과물입니다.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습관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되풀이해야 합니다. 가령 야식을 먹는 습관이 있다면 야식을 주문할 수 있는 환경을 아예 없애버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배달 앱을 삭제하고, 야식을 떠올릴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삭제하는 것이죠. 그리고 물이나 몸에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의 간식, 과일, 채소를 의도적으로 계속 노출시키면 됩니다.


야식 보다 더 흥미로운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이러한 행동이 점차 반복될수록 '야식'이라는 욕망은 내가 의도한 방향의 욕망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영국의 유치원생들이 채소에 점점 더 노출될수록 섭취량이 증가한 것처럼 말이죠. 습관의 원리를 제대로 알면 나쁜 습관도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바꿔낼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그것에 대한 원리를 깨닫는다면 통제하기 쉬워진다는 사실을 기억해둡시다.

Q. 여러분이 가진 나쁜 습관은 무엇인가요?
그러한 습관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고 도서: 해빗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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