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다이빙 10분 전 쓰는 짧은 글

흔들리는 경비행기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

by 김조흐

흔들리는 경비행기 안에서 초조하게 앉아있는 지금. 내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좋아해서 책벌레라고 불리기도 하고, 2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서 명상하기 등의 조용한 활동을 좋아하는 내가! 액티비티의 끝판왕이라는 스카이다이빙을 하게 되었다. 활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지만 언젠가부터 액티비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 인생의 변화는 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기억을 더듬어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한 바에서 처음으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생기가 넘쳤으며 미소가 아름다웠다. 우리는 오스트리아의 어느 바에서 우연히 만났다. 서로가 여행자였으며 공통된 이야깃거리들이 많았다. 그리고 고향까지 같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친해져 갔다.


그날 후로 같이 여행도 다니고 많은 경험들을 함께 나눴다. 하지만 그녀는 세상의 수많은 것들을 계속해서 경험하고 싶어 했다. 특히 클라이밍, 등반, 패러글라이딩, 번지점프 등의 액티비티를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책 읽기나 여유롭게 바다 보기, 뜨개질 하기 등의 정적인 활동을 좋아했다. 거기다 고소공포증까지 있었고. 이러한 나였지만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그녀에게 더 많은 관심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언젠가 그녀가 건넨 제안의 말에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같이 해보자는 말을 내던졌다. 그녀가 한 말은 이랬다. "나 예전부터 스카이다이빙을 해보는 게 꿈이었어. 장소는 하와이가 딱 좋을 테고. 이왕이면 너랑 같이 했으면 좋겠어." 이렇게 진심 어린 말을 건네는 그녀를 보니 차마 거절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한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스카이다이빙을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일이다. 두려움과 무서움이 다가왔지만 그녀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더 소중했기에, 그녀에게 더 잘 보이고 싶었기에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계기로 지금 나는 경비행기에 앉아있다. 잠시 후면 스카이다이빙을 하게 될 것이다. 스카이다이빙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날씨가 좋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했다. 마음속으로는 "제발 오늘 기상이 악화되어서 비행기가 뜨지 않기를!!"이라고 수만 번 외쳤다. 하지만 나의 내면의 소리와는 달리 오늘의 날씨는 4,500M 높이에서,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에 아주 최상의 조건을 갖춘 상태였다.


나는 어쩌다가 태평양 위 하늘을 날게 되었을까? 심란한 마음이 들었지만 애써 무섭지 않은 척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니 이내 마음이 진정된다. 나와달리 그녀는 전혀 긴장된 내색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들뜬 기분으로 나와 함께 스카이다이빙을 하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역시 같이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면 상공 4,500M에서 뛰어내려야 한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언제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보겠으며, 4,500M의 높이에서 경비행기를 타보겠는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며 호흡을 가다 듬는다. 비행기 밖의 풍경을 보니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찔한 생각들이 가득 찾아온다. "잘못하면 오늘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갈 땐 가더라도 그녀와 함께였기에 후회는 없었다"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나와 함께 뛰는 다이버가 이제 상공 4,500M에 도착했다고 한다.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순서는 경비행기에 탑승한 순서의 역순이라고 했다. 즉, 경비행기에 먼저 탑승한 사람이 제일 마지막에 뛰어내리고, 마지막에 탄 사람이 제일 먼저 뛰어내린다는 것이다. 그녀와 나는 제일 마지막에 탑승했기에 제일 먼저 뛰어내려야 했다. 심장이 떨려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제일 먼저 탈 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아... 나는 오늘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제 와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녀와 함께 서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다. 나의 뮤즈.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오늘의 번지점프로 인해 내 인생은 또 한 번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제 뛰어내릴 때가 되었다.


"행복했다 내 인생...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며!
가즈아!!!"


경비행기에서 뛰어내리자마자 내 머리카락은 바람으로 인해 사방으로 뻗치고 고글 속의 눈은 순식간에 건조해진다. 내 살덩이들은 중력을 역행하여 다시 경비행기와 하나가 되려고 한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거겠지?..." 부디 무사히 지구의 땅을 밟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온 우주의 모든 신들에게 도와달라는 구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살려주세요! 앞으로 착하게 살 테니 목숨만은..." 이내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우주의 신들은 훌륭한 경청자일 뿐이라는 것을.

이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를!

무사히 땅에 도착하기를!


*이 글은 모두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