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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Nov 21. 2019

순수하게 타인을 돕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누군가를 돕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머릿속으로 계산하지 않고 그저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지금의 나는 순수하게 타인을 돕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어딘가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분명 어렸을 때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그것과는 무관하게 나는 타인을 돕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도움을 받는 상대방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다. 순수한 의도의 도움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다른 사람을 돕는 마음은 게임으로 따지면 나에게 패시브 스킬과도 같다. 초보자 시절부터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스킬인 패시브 스킬과도 같은 것.


언젠가의 나는 부산역 근처에서 지갑을 잃어버려서 집에 못 가고 있다는 어느 학생에게 돈을 빌려줬다. 언젠가의 나는 길을 걷고 있다가 거리에서 갑자기 쓰러지신 아저씨를 도와 112를 불러 집까지 데려다 드렸다. 어느 날의 나는 길을 잃으신 분에게 길을 안내해드렸으며,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시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드리기도 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좋고 나쁜 수많은 정보들을 접했다. 수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나의 <돕는 마음>이라는 패시브 스킬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거리에서 갑자기 쓰러지신 아저씨를 돕는 와중에도 주위에 정차해있는 차가 왜 저기에 서있는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돕는 마음과 두려움이 내 마음에 뒤엉켰다. 언젠가 길을 물어보던 사람은 갑자기 요즘 힘든 일은 없냐고, 이사온지 얼마나 됐는지 등의 개인 정보들을 물어왔다. 


나의 이런 패시브 스킬은 과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이제는 누군가를 도울 때는 돕는 마음과 함께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인다. 누군가를 선뜻 도우려고 해도 많은 생각들이 내 안을 거쳐간다. 돕는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확실한 기준이 필요할 것 같다.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지를 스스로 잘 파악한다면 누군가를 도울 때 제대로 잘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타인을 돕는 그런 사회.

서로 간의 신뢰가 있을 때야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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